소속과 직책을 뺀 ‘인생명함’을 만들어 볼까요? – 전성기뉴스
콘텐츠 바로가기

top

소속과 직책을 뺀 ‘인생명함’을 만들어 볼까요?

2016.05.04 · HEYDAY 작성

명함,인생명함,나만의 명함

“명함이 뭐라고 있을 땐 몰랐지만, 없으니까 왠지 주눅이 들고 허전해요.” 35년 직장 생활을 마감한 은퇴자의 말이다. 누군가를 처음 만날 때면 가장 먼저 건네는 명함, 보통 소속이 사라지면 명함도 사라진다. 처음부터 없었다면 모를까, 있다가 없는 경우라면 상실감도 클 것이다. 그러나 명함은 소속과 직급이 있어야만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소속과 직함은 내가 만들면 그만이다.

명함 코디네이터 유장휴 씨는 “직업이 없을수록 나를 설명해줄 명함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그는 “명함은 내 존재감을 드러내는 과정”이라며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일을 하고 싶어 하는지, 내 꿈이 뭔지, 내가 잘하는 것이 뭔지를 전달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설명한다. 과거의 소속이나 직책 대신 내가 나를, 내 삶을 표현하는 인생 명함이 필요하다. 네 사람의 각기 다른 사례를 통해 내 명함에 어떤 글귀를 써야 할지 생각해보고 만들기에 도전하자.


 

CASE 01_ 국민강사 김미경 씨의 꿈 명함

명함에 꿈을 쓰세요, 이루어집니다

인생명함,김미경,리리킴
POINT ! 싱글맘을 지원하는 브랜드 리리킴을 강조한 꿈 명함

“ 명함을 만드세요. 내가 살아온 삶을 담으면 돼요. ‘고부 갈등 전문가’ ‘김치의 달인’ ‘백두대간 종주하기’ ‘착한 지구인’ ‘금연 전문가’ 등처럼요.” 전 국민에게 꿈을 심는 김미경 아트스피츠 대표는 지난 4월 7일 라이나전성기재단이 주최한 ‘전성기포럼’에서 인생을 압축한 명함을 갖자고 목청을 높였다.

그녀도 최근 새 명함이 생겼단다. 바로 꿈을 만드는 비영리 패션 브랜드 리리킴의 ‘김미경 수석디자이너’이다. 리리킴은 친정어머니의 리리양장점에서 따온 이름. 스타 강사가 디자이너 명함을? 의아하게 받아들일 수 있지만, 김 대표는 요즘 자신이 디자인한 옷을 입고 강단에 선다. 1년 반 전 취미로 옷 만들기에 도전한 것이 계기다.

“우연히 한 연예인과 마주쳤는데, 그녀가 입은 판초가 정말 예쁜 겁니다. 그러다 저 정도는 나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었죠. 판초가 네모 모양이니 목과 팔 나오는 부분만 재단하면 그냥 옷이 되는 것 아닌가? 단순하게 생각하고 이참에 해보자며 원단과 재봉틀을 사 와 바로 도전했죠.”

그날 이후 200여 벌의 옷을 만들었다. 어디서 기술을 배운 적은 없다. 단지 ‘모든 직선은 몸에 닿으면 알아서 곡선이 된다’는 그녀의 디자인 철학이 준 자신감으로 만들어보며 연습해 얻은 결과다. 옷 만들기 취미는 그녀의 꿈인 싱글맘 교육과 지원 사업이 만나 또 다른 명함을 탄생하게 했다.

“사단법인 그루를 만들었어요. 그루는 영어로는 성장(grew), 우리말로는 나무를 세는 단어로, 싱글맘들의 자립과 성장을 위한 단체죠.  3040 여성들이 좋아하는 옷을 디자인해 팔아, 싱글맘 지원금을 마련하자는 취지에서 명함을 만들게 됐어요. 이제는 내가 만든 옷이 꿈의 옷이 되잖아요.” ‘김미경 수석디자이너’는 그녀의 꿈을 기록한, 실현하는 명함이다. “명함에 10년, 20년의 꿈을 담아보세요. 그 꿈에 대한 책임감이 생겨 진짜 명함에 쓴 존재가 된다니까요.”

 

CASE 02_ 이호영 씨의 비움 명함

채우려 하지 말고 빼세요

이호영,인생명함,명함
POINT ! 여백을 주어 간결하고 디자인이 심플한 명함

‘NOOK SEOUL 대표 이호영’. 특별한 장식 없이 문자로만 디자인한 심플한 명함이다. 덕분에 명함을 받으면 ‘NOOK’이란 글자에 집중하게 한다.  “ ‘NOOK’는 조용하고 아늑한 곳을 의미하고 ‘SEOUL’은 서울역 앞이고, 서울에서 태어났고, 서울을 사랑하고, 서울을 알리고 싶은 마음을 담았죠.”

눅서울은 80년 된 서울 용산구 후암동의 적산 가옥을 리모델링해 전통과 현재가 공존하는 공간으로 재탄생한 공간이자, 그가 추구하는 삶의 가치가 담긴 곳이다. 보통 은퇴자들은 자신의 명함에 자신의 과거 경력을 한두 개 정도 적는데, 그는 대학교수, 아트디렉터, 컬렉터 등 이전에 해왔던 경력을 일절 담지 않았다. “저의 인생 2막은 채우기보다 빼기입니다. 그래서 경력으로 나를 보여주는 것보다 내가 어떻게 살 것이냐를 담았죠. 과거보다 현재의 나, 그 존재감을 보여주는 것으로도 충분히 만족해요.”

 

CASE 03_ 정언랑 씨의 캐치프레이즈 명함

호기심은 호감을 이끌어요

인생명함,정언랑
POINT ! 나를 표현하는 캐치프레이즈 명함

“명함이 특이하네요.” 낭낭공방 대표 정언랑 씨가 명함을 건네면 자주 듣는 말이다. 앞면은 동화 속 배경 같은 그림이 상상력을 자극하고, 뒷면은 ‘독특한 즐거움의 낭낭’이란 표현이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저의 캐치프레이즈예요. 명함은 다른 사람에게 나를 알리는 매개체잖아요. 어떻게 명함을 만들까 고민하다가, 이름 앞에 ‘나’를 표현하는 문구를 넣었죠.” 

정 씨의 명함은 단순히 이름과 연락처를 확인하는 용도가 아니라, 상대의 호감을 이끈다. “대부분 앞뒤를 꼼꼼하게 보고 신기해해요. 그러곤 제가 어떤 걸 추구하는지 궁금해하면서 가벼운 대화로 이어져요. 명함 하나가 상대에게 호감을 건네게 될 줄은 몰랐죠. 종종 자기 명함을 만들어 달라는 분들도 있어요.” 취미를 통해 얻은 그녀의 명함은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재미있는 자기소개서다. 그래서 직위가 적힌 명함은 그냥 나를 소개하는데 그치지만 나를 잘 나타낸 명함은 나의 인상과 취향을 대변해주기도 하는 것이다.

 

CASE 04_ 정은상 씨의 자기개발 명함

명함이 책임감으로 이어져요

정은상,인생명함,명함
POINT ! 앞면은 자신의 이미지 뒷면은 모바일 명함

‘맥아더스쿨 교장 정은상’. 앞면에는 자신이 쓴 책 표지 사진을 넣어 하는 일을 언급하며 신뢰감을 주고 뒷면에는 하는 일과 블로그 등 SNS 주소를 넣은 모바일 명함을 종이에 옮겼다. 이름부터 호기심을 자극하는 맥아더스쿨은 시니어들의 인생 2막 코칭 스쿨로 그는 교사 겸 교장이다. 이런 일이 가능한 건 은퇴하고 쉬고 있을 당시 궁금해서 샀던 스마트폰 덕이다.

“공부할수록 스마트폰 안에 엄청난 것들이 들어 있더라고요. 지인들에게 스마트폰 세계를 가르쳐주다가 문득 은퇴자들이 스마트폰을 활용해 개인 브랜드를 만들면 어떨까 싶어 무작정 명함부터 팠죠. 명함이 있으니 내 이름 앞에 붙는 직함에 걸맞은 책임감이 생겨요. 그래서 공부를 계속하게 되더라고요.”

 그저 종이에 직함도 직위도 혼자 마음대로 이름 붙여 쓴 명함임에도 자기개발이 선물한 두 번째 명함은 정 씨에겐 인생 2막의 활력소다.

 

기획 이인철 사진 박충열(스튜디오 텐)
※ 이 기사는 <헤이데이> 24호에 게재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