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수록 훈계하는 당신에게 – 전성기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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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수록 훈계하는 당신에게

지하철의 싸움닭(?)이 되다

최근 지하철 엘리베이터 안에서 필자는 두 차례나 모르는 사람들과 심한 언쟁을 벌였다. 원인이나 이유야 어쨌든 지금 생각하면 부끄럽고 후회스럽다. 그렇다고 지금 그 사람들을 다시 만난다 해도 사과할 생각은 조금도 없다. 이런 생각 역시 옹졸한 것임을 잘 알지만 마음이 내키질 않는다. 물론 그 사람들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것 같다. 왜냐하면 그들이 사과할 사람들이었다면 그날 그런 행동은 결코 하지 않았을 것이란 믿음 때문이다.

첫 번째 싸움은 10여 일 전 늦은 귀가 시간에 벌어졌다. 친구들과의 모임을 마치고 집에 가는 길이었다. 지하철역에서 내려 위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었다. 필자 외에도 대여섯 명이 함께 있었다. 이 역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6층 높이로 올라가 승차권이나 교통카드를 체크하고 통과한 후 다시 2층을 더 올라가야 지상으로 나갈 수 있다. 그래서 아주 길고 깊은 에스컬레이터도 설치돼 있다.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은 나이를 불문하고 빠르고 편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오르내린다.

한참 후 엘리베이터가 승강장으로 내려와 문이 열렸다. 안에 탔던 사람들이 내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들이 미처 내리기도 전에 건장한 남자가 나오는 사람들을 밀치다시피 하며 승강기 안으로 들어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비켜준 후 내렸다. 그런데 한 젊은 여자가 나오면서 작지만 낮지 않은 목소리로 쏘아 붙였다.

“아저씨, 사람들이 내리고 나서 타세요!”

이윽고 모두 내린 후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이 타자 승강기는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때 먼저 탔던 사람이 큰소리로 “건방진 년, 제까짓 게 뭔데 큰 소리야. 내가 뭘 잘못했는데!”라고 혼자 떠들기 시작했다. 그 남자는 체격도 좋은데다 175cm인 필자보다 키도 더 컸다. 입에서는 심한 술 냄새가 풍기고 있었다. 그리고 계속 큰 소리로 요즘 것들이 당최 버르장머리가 없다는 둥 하며 계속 떠들었다. 듣기가 괴로워 한 마디 던졌다.

“먼저 내리고 타는 게 맞잖아요. 아저씨가 잘못했지요.”

그러자 그 남자가 대뜸 “당신이 뭔데 나서? 내가 당신 보고 뭐라고 했어?”라고 하는 바람에 언쟁이 벌어지게 됐다. 엘리베이터가 멈추고 밖으로 나온 필자는 “당신이 잘못해 놓고 왜 그 여자의 잘못이고 버릇 없다고 떠들어? 어른답게 행동하시오!”라고 했다. 그러자 그 남자는 왜 건방지게 남의 일에 나서느냐는 것이다. 이쯤 되자 필자도 참을 수 없었다. “뭐? 건방지다고? 당신 나랑 싸우자는 거야, 뭐야?”라고 큰 소리로 응수하자 슬그머니 계단을 통해 올라가버려 실랑이는 끝났다.

상대방을 훈계하고 질책하는 노인
나이가 많은 사람들은 툭 하면 젊은 사람들이나 남들의 잘못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하고 훈계하려 한다. ⓒArtFamily/Shutterstock

나이 들수록 아집과 독선을 버려야

그로부터 일주일 후인 일요일 오후, 집사람과 함께 근처 공원을 산책하고 지하철로 귀가하다 두 번째 시비가 벌어졌다. 이번에는 필자가 먼저 시비를 건 셈이다. 70세쯤으로 보이는 세 남자가 등산을 마치고 같은 역에서 내려 함께 엘리베이터를 탔다. 세 사람 모두 한 잔 마신 후라 술 냄새가 확확 풍겼다. 그런 상태에서 이들은 이 지하철역이 제일 깊다느니, 아니라느니 하면서 왁자지껄 떠들어댔다. 그들의 소리가 너무 크고 시끄러워 참을 수가 없었다. 듣다못해 필자가 그들에게 쏘아붙였다.

“그게 뭐 그리 중요하다고 이 좁은 공간에서 떠들어요? 좀 조용히 하세요!”

사실 필자가 생각해도 이 어투는 욱하는 기분에 그냥 시비 걸려고 한 말씨가 맞다. 그러나 이미 뱉어버린 말이다. 한 남자가 “우리끼리 한 얘긴데 왜?”라며 말끝을 흐린다. “그래도 그렇지. 왜 좁은 데서 시끄럽게 해요?”

그러는 사이 엘리베이터 문이 열려 밖으로 나왔다. 그러자 다른 남자가 등 뒤에서 “아따, 별난 사람 다보겠네. 참 대단하시네!”라고 하지 않는가. 그 순간 교통카드를 출입기에 대려다 말고 그를 향해 돌아섰다. 그 말을 한 사람은 순간 멈칫 하더니 빠른 걸음으로 멀리 떨어진 출입구를 통해 계단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필자도 더 이상 그들을 따라가지는 않았다.

지하철을 나와 집으로 오면서 집사람에게 한참 동안 호된 원망을 들어야만 했다.

“물론 당신의 지적은 맞다. 그 사람들이 무례했다. 그러나 당신의 방법, 특히 말투는 틀렸다. 굳이 지적하려면 ‘엘리베이터 안이니 좀 조용히 해 주시겠습니까’라고 했어야지”라는 요지였다. 그 말을 들으니 그들을 나무라려 했던 스스로가 부끄러워졌다.

필자를 포함한 나이가 많은 사람들은 툭 하면 젊은 사람들이나 남들의 잘못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하고 훈계하려 한다. 지난번 일이나 오늘 일도 결과적으로는 이런 행태 때문에 발단이 되었다. 필자도 마찬가지고 그들도 또한 같을 것이다. 남들에 대한 배려 없이 내 주장만 하려는 아집과 독선 때문일 것이다. 집사람의 조용하고도 따끔한 지적을 잊지 말아야겠다고 속으로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