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를 이긴 동네 가게 – 전성기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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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를 이긴 동네 가게

2016.05.13 · HEYDAY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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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가 동네 상권을 독식한다는 우려가 적지 않지만, 보란 듯이 화려한 매출을 자랑하는 실속 만점 동네 가게도 분명 존재한다. ‘브랜드발’ 대신 정직과 성실함을 택해 성공을 이룬 ‘동네 가게’ 사장님들의 이야기.


 

‘동네 밀착형’ 빵 가게 <고재영 빵집>

고재영빵집,동네가게

군포의 한 아파트 상가에 자리 잡은 고재영 빵집은 6평 남짓한 작은 동네 빵집이다. 대기업 베이커리에서 근무하던 고재영(47세) 씨가 2002년 문을 열었고, 한때 극심한 경영난을 겪기도 했지만, 현재는 월 매출 1천5백만원을 찍는 탄탄한 가게로 발전했다.

TIP 01. 차별화가 관건이다

고재영 빵집을 기준으로 반경 1km 이내에 대형 프랜차이즈를 비롯해 7~8개의 베이커리가 있다. 하지만 새로운 가게가 문을 열어도 매출엔 별반 영향을 주지 않는다. 왜일까? 바로 ‘차별화’ 전략이 있기 때문이다.

“저희 반죽엔 현미, 해바라기씨, 미강(쌀겨가루) 등이 들어갑니다. 일반 밀가루만 썼을 때보다 훨씬 담백하고 소화가 잘돼 한 번 온 고객은 단골로 굳어지는 경우가 많죠. 홍시 마들렌, 쑥 식빵, 청국장 쿠키처럼 다른 빵집에선 찾아볼 수 없는 특색 있는 메뉴를 선보인 것도 큰 도움이 됐습니다.”

크림치즈빵, 밤 식빵 같은 기본 메뉴 역시 속 재료를 꽉꽉 눌러 넣어 ‘실하다’는 인상을 심어주니 손님들 입장에서는 굳이 프랜차이즈를 찾아갈 필요가 없지 않을까.

 

TIP 02. 동네 빵집’다움’을 잃지 말 것

사람을 좋아하는 그에게는 ‘동네 사랑방 같은 빵집’을 만들겠다는 계획이 있었다. 프랜차이즈에선 찾아볼 수 없는 소소한 정과 이야기가 피어나는 공간 말이다. 14년째 같은 자리를 지켜오면서 그 바람은 점점 현실이 됐다. 그의 가게에는 종종 물 한 잔 얻어 마시러 온 동네 꼬마들, 잠깐 유치원 가방이나 짐을 맡겨놓는 엄마들이 찾아온다.

“가끔 동네 빵집을 운영하는 분들이 찾아와 어려움을 호소하곤 하는데, 그때마다 저는 동네에 녹아들어야 한다는 조언을 꼭 해드려요. 매출의 대부분을 주민들이 올려주실 텐데, 그분들과 유대를 쌓고 인정을 받는 건 굉장히 중요한 일이거든요.”

동네 주민, 나아가 지역사회와의 긴밀한 유대를 위해 그가 기울이는 노력은 다양하다. 인근 학교에 나가 학생들에게 케이크, 쿠키 만들기 수업을 진행하는가 하면, 헌혈증을 가져온 손님에게 무료로 식빵을 나눠주기도 한다(그는 9년간 1천5백여 장의 헌혈증을 모아 수혈이 필요한 환자들을 도왔다). 팔다 남은 빵을 모아 복지관 등에 기부하는 일도 고재영 빵집의 오랜 전통이 됐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그는 군포시 내에서 ‘좋은 일 많이 하는 사장님’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착한 가게’에 고객의 마음이 쏠리는 건 당연한 결과다.

 

TIP 03. SNS는 ‘전국구 장사’를 가능하게 한다

‘동네 빵집’이긴 하지만, 그가 꼭 ‘동네’에서만 장사하는 것은 아니다. 전국적으로 많은 지역에서 빵 주문이 이뤄지기 때문. 이런 ‘전국구 영업’이 가능한 데에는 SNS의 영향이 크다.

“SNS 활동을 하기 전에는 아파트 주민들이 고객의 전부였지만, 지금은 아파트 주민 60%, 인근 지역 배달 손님 30%(그는 군포, 산본 지역 등으로 직접 빵 배달을 다닌다. 주로 학교, 회사 등에서 단체 주문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방 택배 10% 정도로 손님이 구성돼요. 제주도, 광주, 목포 등지에서도 빵 주문이 들어오는데 대부분 제 SNS를 보고 연락하시는 경우가 많죠. SNS를 하다 보면 재미있는 일이 많은데 꼭 빵 주문이 아니더라도, 물물교환 제안 같은 게 들어와요. 예를 들어 ‘나는 농사를 짓는데 쌀을 보내줄 테니 그 대신 빵을 좀 보내다오’ 하는 식이죠. 쑥은 울릉도, 홍시는 논산, 당근은 충북, 호박은 영동 이런 식으로 지역에서 농사짓는 분들과도 연결되기 때문에 빵에 들어가는 재료를 공급받는 경우도 많답니다. SNS가 많은 기회를 선물하는 셈이죠”

동네가게,고재영빵집

TIP 04. 매장 크기는 중요하지 않다

고재영 빵집은 명성에 비해 가게 규모가 굉장히 협소하다. 성인 4명이 들어서면 매장이 꽉 찰 정도. 월 매출 1천만원이 넘는 만큼, 제대로 된 좌석을 갖추고, 커피나 음료까지 판매할 수 있는 시설을 구비할 수 있지만 그는 얼른 손을 내 젓는다. “규모를 넓히면 그만큼 사람을 더 써야 하잖아요. 매장 운영이나 관리에도 훨씬 신경이 쓰일 거고요. 그러다 보면 앞으로 남고 뒤로 밑지는 경우가 생길 수밖에 없죠. 지금까지 저와 제 아내 둘이서 가게를 운영해왔는데 이 정도가 딱 좋아요. 욕심난다고 무리해서 영역을 넓힐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TIP 05. 버텨라. 그러면 알아줄 것이다

오픈 후 3년간 이렇다 할 만한 수익을 내지 못했다는 고재영 씨.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이 앞섰지만, 그는 당시만 해도 직장에 다녔던 아내에게 의지해 가게를 접지 않았다.

“퇴직하고 장사하시는 분들은 대개 근처에 동종 업체가 생기면 신경을 엄청 쓰세요. 그때 매출이 조금 떨어진 듯하면 이윤을 생각해서 재료의 양이나 질을 낮추게 마련이죠. 하지만 손님들은 기가 막히게 맛의 미묘한 차이를 느끼거든요. 자연히 손님은 떨어지게 마련이고 매출이 줄면서 더 박하게 구는 거죠. 그렇게 악순환이 반복되는 거예요. 하지만 그런 상황에 휘둘리지 말고 자기 스타일대로, 배짱대로 원칙과 신뢰를 지키다 보면 결국 손님들이 알아봐주시더라고요. ‘저 집 괜찮더라’ 하는 입소문은 그렇게 나는 거예요. 자영업은 마라톤과 비슷해요. 1~2년 안에 승부를 보려고 들면 금방 지치죠. 그렇게 승부를 봐서 또 뭐 할 거예요. 앞으로 수십 년 더 장사해야 하는데.”

 


 

 ‘싸고 맛있게’ 장사의 기본기를 지킨 후르티바

후르티바,동네가게

후르티바는 서초동 법원, 검찰 직원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자자한 생과일 주스 전문점이다. 3천원에 과일을 잔뜩 갈아 넣은 ‘실한 주스’를 맛볼 수 있어서 점심시간이면 길게 줄을 서야 할 정도. 3년 전, 사장 이미자(58세) 씨가 상가 1층 입구에 2평짜리 주방을 꾸몄을 때만 해도 그녀의 성공을 확신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현재 그녀는 월 천만원의 매출을 올리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TIP 01. 목 좋은 곳에 집착하지 말 것

후르티바는 중심 대로에서 살짝 벗어난 위치인 데다 가게 앞에 큰 건물이 들어서 있어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이런 입지적 단점을 고려한 그녀는 그저 손님이 오길 기다리지 않고, 직접 대로변으로 나가 살갑게 가게의 존재를 알렸다. “내가 얼마 전 저기다 커피숍을 오픈했는데 주스가 참 맛있다, 드시러 오셔라 그런 인사였죠(웃음). 좀 창피하긴 했지만, 직접 얼굴을 마주 보고 인사를 드려서 그랬는지 정말 호기심에 한 번씩 와보시더라고요. 꼭 목 좋은 곳이 아니더라도 손님들에게 꾸준히 가게의 존재를 인식시키면 승산이 있다고 생각해요.”

 

TIP 02. ‘관계 맺기’도 중요하다

과거 유치원 교사로 활동했던 그녀는 특유의 친화력을 발휘해 손님들과 돈독한 관계를 맺고 있다. 타 지역으로 발령을 간다며 따로 찾아와 인사를 남기는 검사, 워킹맘의 고충을 토로하는 법원 직원들이 생겨날 정도.

“제가 손님들의 특징이나 입맛을 잘 기억하는 편인데 그때마다 감동하시더라고요. 2만원 이상 주문 시 차로 배달도 해드리는데 주로 법원, 검찰 주문이 많거든요. 오죽하면 수위 아저씨가 신분 확인 없이 문을 열어주실 정도죠. 그때마다 좀 넉넉히 음료를 준비해 가서 낯익은 분들한테 드리고 오기도 해요. 별거 아니지만 그렇게 안면을 트고 관계를 맺어가는 게 장사에 큰 도움이 되더라고요. 재미있기도 하고요.” 

 

TIP 03. 그래도 기본은 ‘맛’이다

“제가 아무리 친절하다고 해도, 주스가 맛이 없으면 손님들은 저희 가게에 안 찾아오실 거예요. 이 주변에만 해도 커피 전문점이 몇 개인데요. 그런 곳들과 경쟁하려면 싸고도 맛있는 음료를 내드려야 하죠.”
새벽 5시부터 가락시장을 찾아가 도매시장을 누비며 과일을 매입한다는 그녀는 이제 어느 가게가 단가가 싼지, 물건이 싱싱한지 꿰뚫고 있다. 덕분에 프랜차이즈 카페를 운영하는 조카가 본사에서 냉동 딸기 1kg을 4100원에 납품받을 때, 그녀는 생딸기를 2500원에 들여놓는다. 이윤이 많이 남는 만큼, 재료를 꽉꽉 눌러 담는데, 인심이 하도 후해서 종종 ‘이렇게 팔면 남느냐’ ‘혹시 건물주가 아니냐’는 손님들의 질문이 돌아온다고.

팥빙수까지 판매하는 여름철이면 한 달 매출이 1천만원을 넘길 정도인데, 오늘의 성공에 대해 그녀는 이렇게 얘기한다.

“그저 퇴직한 남편을 대신해 소일거리 삼아 월세 40만원에 믹서 3개 들여놓고 시작한 장사인데 이렇게까지 잘될 줄은 몰랐어요. 한때 ‘이 나이에 어디서 나를 써줄까?’ 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지금은 누구한테든 떳떳하고 자신 있어요. 짭짤한 수입도 좋지만, 무엇보다 사람들 속에서 ‘사회생활’을 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좋네요.”


 

10년째 변함없는 맛 곰돌이 치킨

곰돌이치킨,동네가게

용인 수지의 한 아파트 단지에 자리 잡은 ‘곰돌이 치킨’은 10년째 같은 상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인근 상점이 계속해서 업종을 바꾸는 것과 대조적인 풍경이다. ‘노브랜드’ 치킨집이지만, 가게에는 언제나 손님이 북적인다. 지난해 10월, 어머니와 함께 이 가게를 인수하면서 곰돌이 치킨 3대 사장이 된 서건웅 씨는 ‘변함없는 맛과 편안한 분위기’가 성공의 비결이라고 귀띔한다.

 

TIP 01. 잘되는 가게를 인수했다면 맛을 유지하라

곰돌이 치킨은 ‘대기업 간부 연봉’에 준하는 수입을 올릴 정도로 장사가 잘되는 집이다. 10년째 꿋꿋하게 자리를 지킨 만큼 단골손님이 상당한데, 가게 초창기 때나 지금이나 식재료 공급처가 거의 바뀌지 않은 데다 레시피 역시 비슷하게 유지되기 때문에 그 맛을 기억하고 온 손님들이 별다른 이질감을 가지지 않는다고 한다.

“기본적으로 저희 집 닭은 살짝 매콤한 맛이 돌고, 옛날 통닭이랑 크리스피 치킨의 중간 정도 식감을 가지고 있어요. 치킨집마다 조리 방식이 다 다르기 때문에 선호도가 달라질 수밖에 없는데, 저희 집 손님들은 이 맛을 좋아하시더라고요. 의외로 찾는 분들이 많은 ‘닭똥집 튀김’ 같은 경우 잡내를 덜기 위해 튀김옷에 깻잎을 썰어 넣는데, 이 역시 10년째 바뀌지 않은 레시피예요.”

 

TIP 02. 좋은 재료는 ‘맛’의 기본

이 집에서 쓰는 닭은 일반적인 튀김 닭보다 크기가 약간 더 크다. 단가는 조금 더 비싸지만, 그래야 살집이 있다는 게 주인의 생각. 영업을 마치면서 내일 쓸 닭을 미리 주문해놓곤 하는데, 닭이 다 떨어져 못 팔지언정 무리하게 많은 양을 주문해 재고를 남겨 파는 일은 없다고. 맛의 기본은 역시 ‘신선한 재료’에서 비롯된다.

 

TIP 03. 노선을 확실히 정할 것

비슷비슷해 보이는 치킨집이지만, 잘 보면 스타일이 제각각 다르다. 어떤 집은 주로 배달 수입이 많고, 어떤 집은 테이크아웃 손님이 많고, 어떤 집은 술손님이 많은 식으로 말이다. 곰돌이 치킨은 세 번째 유형에 해당한다. 배달 비중은 전체 매출의 30% 정도로 많지 않고, 홀에서 맥주와 함께 치킨을 즐기러 온 손님들이 주를 이룬다.

“치맥 손님이 많다 보니 매일 호프 관을 닦으며 청결하게 관리하고 있어요. 번거롭긴 하지만, 그래서인지 맥주 맛이 다른 데에 비해 신선하다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또 술손님이 대부분이다 보니 치킨 외에 다른 안주도 신경을 많이 쓰고 있어요. 원래부터 판매하던 골뱅이, 먹태, 닭똥집튀김 외에도 닭볶음탕, 알탕 같은 메뉴를 추가로 준비했는데 손님들 반응이 괜찮더라고요.”

여러 가지를 맛보고 싶어 하는 손님을 위해 모든 메뉴를 반반씩 조합해 판매한 것이 매출에 도움이 됐다는 서건웅 씨는 조만간 양파 소스나 허니버터 소스를 추가로 개발해 선보일 예정이라며 웃었다.

 

기획 장혜정 사진 이우성(스튜디오 텐)
※ 이 기사는 <헤이데이> 24호에 게재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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