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에도 ‘일하는 사회’ 가능하다 – 전성기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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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후에도 ‘일하는 사회’ 가능하다

디지털 기술이 발달하면서 기술 사용이 용이한 젊은이들에는 유리하지만, 나이든 근로자는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정기적인 임금 인상에서도 제외되는 등 빠르게 밀려나는 추세다. 하지만 여기에 역행하는 고용주들이 늘고 있어 주목된다.

나이든 근로자가 젊은 근로자에게 설명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경험이 풍부한 근로자들의 가치를 알아보고 직장에 더 오래 근무할 수 있게 배려하는 회사가 늘어나고 있다고 <뉴욕타임즈>는 전한다. ⓒSpeedKingz/Shutterstock

나이든 근로자 고용하는 회사 증가세

<뉴욕타임스>의 “Age Premium: Retaining Old Workers(나이 프리미엄: 고령 노동자 고용 유지)” 기사를 보면 경험이 풍부한 근로자들의 가치를 알아보고 직장에 더 오래 근무할 수 있게 배려하는 회사가 늘어난다. 나이든 근로자는 고객과의 친화력이 좋고 젊은 근로자들에게 멘토 역할까지 하는 장점이 있다는 것이다.

미국 전역에 드럭스토어 체인을 운영하고 있는 ‘CVS Caremark’ 회사는 북부 주에 근무하는 약사와 기타 직원들이 겨울 몇 달 동안 플로리다나 다른 따뜻한 주에서 일할 수 있게 ‘겨울 철새(snow bird)’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일례로 66세의 수잔 폰테인은 리치몬드 CVS에 근무하는데, “회사가 나와 남편의 제2의 고향인 플로리다에서 겨울철에 근무할 수 있게 해주지 않았다면 수년 전에 회사를 그만뒀을 것이다”라고 말한다. 그녀는 골프 커뮤니티에 거주하며 남편이 주로 골프 치러 나가는 일주일에 3일간 네이플즈 CVS에서 신규 직원 교육과 멘토 일을 한다.

물론 CVS는 ‘겨울 철새’인 직원들의 주거비와 교통비를 지불하지는 않지만 직원과 고객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으로 평가 받고 있다. CVS 인사 전략 담당 부사장인 데이비드 케이시는 “약국 고객들을 보면 나이든 손님이 증가하는 추세다. 다양성에 집중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우리는 주 고객의 특성에 잘 대응할 인력을 갖추길 원한다”고 강조한다.

또 연방 정부 부처인 국립보건원은 직원들 부모를 위한 응급 케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건강 상 위급한 상황이 재발하는 부모 수발 문제로 일을 그만둬야 할지 고민하는 과학자나 기타 직원들을 돕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근무 기간 동안 직원들이 건강을 잘 유지하고 교육을 꾸준히 받게 하여 숙련된 근로자를 지속적으로 고용하는 게 중요한 목표인 회사들이 많다. 우편 장비와 소프트웨어 생산 업체인 ‘피트니 보우’는 직원들이 기술을 계속 업그레이드할 수 있도록 도와 줄뿐 아니라 ‘각자의 허리를 보호하는 법’이란 6시간짜리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또 ‘피델리티’ 투자 회사는 전국 지점에 건강 증진 센터를 설치하여 살 빼기, 스트레스 줄이기, 금연하기 등 다양한 직원용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나이든 근로자, 신뢰감과 사명감 높아

미국의 40세 이상을 위한 이익 단체인 ‘AARP’ 부사장 권한 대행 데보라 밴더에 따르면 “요즘 나이든 근로자는 예전 세대에 비해 건강해졌고 기술적으로도 훨씬 영리해졌다. 그들은 근무지에 많은 이익을 가져다 주는데 고용주들이 이를 알아본 거다. 나이든 근로자를 신규 채용하거나 고용을 유지하는 게 사업주의 비즈니스에도 더 유익하다. 만약 도움이 되질 않는다면 가차 없다. 나이든 근로자들은 신뢰할 수 있고 그들의 일에 사명감을 갖고 지혜를 발휘한다”고 한다.

나이든 근로자의 고용 유지 현상은 2가지 중요한 트렌드와 맞물려 있다고 기사는 지적하고 있다. 첫째는 미국의 65세 인구 수가 상당히 늘고 있어 CVS처럼 나이든 고객에게 잘 대처하기 위함이다. 둘째는 인생 후반에 부족한 노후 자금을 메우기 위한 불가피한 필요에 의해서, 또는 더 오래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일하기를 선택하는 미국인들이 점점 많아지기 때문이다. 한 갤럽 조사에 의하면 평균 은퇴 연령이 2010년에는 59세였는데, 몇 년 사이 62세로 뛰었다고 한다. 최근 불황의 여파로 은퇴 자금의 손실을 초래하여 갑자기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파트 타임 펫말
많은 베이비부머들에게 은퇴란 ‘파트 타임으로 일을 줄이거나 프로젝트 기반으로 뭔가를 하는 것’이다. ⓒNorSob/Shutterstock

변화된 은퇴, 일은 줄이되 지속적으로 하는 것

시니어를 위한 비영리단체들의 연합체인 ‘리딩 에이지’ 대표인 래리 미닉스는 “상당수 나이든 미국인들이 일을 계속 하고 싶어 하지만 스트레스 강도가 젊을 때와 같은 일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하루 종일 일하는 걸 원하지 않으므로 많은 회사들이 유연한 근무 시간제를 도입하고 있으며, 멘토링을 수행한다든지 조직을 서서히 변화시키는 역할을 맡아 건강한 조직 문화 조성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베이비부머 세대가 은퇴의 정의를 변화시켰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AARP’의 데보라 밴더는 “은퇴를 위한 새 단어는 ‘일(work)’이라는 농담이 있을 정도다. 사람들은 더 오래 더 건강한 삶을 사는데 늘 능동적으로 활발하게 뭔가에 집중하고 싶어 한다. 많은 베이비부머들에게 은퇴란 ‘파트 타임으로 일을 줄이거나 프로젝트 기반으로 뭔가를 하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62세의 더글라스 브라운은 ‘미쉐린’ 마케팅 부서에서 오전 7시에 출근해 오후 6시에 퇴근하며 33년간 근무했다. ‘포르셰’ ‘메르세데스 벤츠’, 그리고 기타 고사양의 자동차 회사에 타이어를 납품하는 일에 종사하다가 2013년 1월 은퇴했다. 시간과 업무 강도를 줄여주는 회사의 업무 재조정 노력 덕분에 3개월 후 재입사하여 지금은 일주일에 이틀씩 젊은 마케팅 직원들에게 멘토링과 분석의 팁을 제공하며 그들의 업무 성과 향상을 돕고 있다.

경험이 풍부한 노동자를 위해 특별히 뭔가를 해준다기보다는 ‘직무(job)’가 아닌 ‘경력(career)’을 보고 사람을 채용한다고 ‘미쉐린’의 데이비드 스탠포드 인사 담당관은 귀띔한다. 즉, 모든 세대에게 적용 가능한 여러 가지 장치가 있어 새로 부모가 된 직원용 정책뿐 아니라 아픈 부모를 모시는 사람을 위해서까지 다양하고 유연한 직무 정책을 펼친다. 소위 ‘다세대(multigenerational)’ 회사라고 스스로 칭하는데 우리나라 회사들도 적극 도입을 고려해보면 좋겠다.

‘미쉐린’은 또 55세 이상의 직원 대상으로 조기 은퇴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파트 타임 일거리를 준다. 하루 종일 얽매여 일하기를 원하지 않는 직원들에게 일하는 기회를 조정해 주어 그들의 풍부한 지식과 경험을 새로운 직원에게 전수하는 좋은 제도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니 우리나라에도 널리 보급되기를 기대해 본다.

‘AARP’와 보스턴대의 ‘슬로안 센터’가 공동으로 조사한 나이든 근로자에게 친화적인 좋은 고용주 순위에서 ‘미쉐린’은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외에도 ‘국립보건원’ ‘CVS’ ‘딜로이트’ ‘피델리티’ ‘하트포드’ 등이 상위에 올랐다.

 

다양한 세대 아우르는 협력적 전략 필요해

“고용주들은 나이든 노동자들이 갖고 있는 능력과 기술을 알고 있다. 특히 고객 대면 능력이 뛰어나 비즈니스를 유지하는 관점에서 사회 자원화할 만큼 큰 의미가 있다”고 ‘슬로안 센터’의 마르시에 피츠-캣수프 이사는 언급한다. 하지만 다수의 고용주들이 나이든 근로자 고용을 꺼리는 이유는 젊은 근로자에 비해 디지털 기술이 취약한 것도 있지만, 더 높은 임금, 건강 보험료, 고용 보험료 등 비용이 더 들기 때문이다. 이는 한국도 마찬가지다.

나이든 근로자를 더 고용하는 것은 젊은 직원이나 고객에게 불이익을 준다는 우려를 낳기도 한다. 그럼에도 현명한 고용주들은 젊거나 나이든 직원 모두를 아우르는 세대 협력적인(intergenerational)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지적에 공감이 간다. 우리나라에도 ‘나이 프리미엄’을 잘 이해하고 십분 활용하여 세대 간 갈등이 아닌 윈-윈 전략으로 시너지를 낼 수 있게 많은 고용주들이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길 바란다.

세대를 넘어 협력하는 직원들
현명한 고용주들은 젊거나 나이든 직원 모두를 아우르는 세대 협력적인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Robert Kneschke/Shuttersto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