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문턱 ‘소만(小滿)’ 이야기 – 전성기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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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문턱 ‘소만(小滿)’ 이야기

온도계와 물
소만은 바야흐로 여름의 문턱(초여름)에 들어섰음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Cherries/Shutterstock

아니 벌써 여름이야여름 분위기 물씬

5월 20일(금)은 24절기상 소만(小滿)이다. 여름 분위기가 물씬 나기 시작한다는 소만은 6개 여름 절기 중 두 번째 절기다. 보름 전에 입하(立夏)가 있었고, 소만 이후에는 망종(芒種), 하지(夏至), 소서(小暑), 대서(大暑·7월 22일)가 이어진다. 절기로만 보면 이미 여름에 들어갔다고 봐야 하지만, 우리의 계절 감각으로는 아직 봄이다.

하지만 입하(5월 5일) 보름 후에 맞는 소만은 바야흐로 여름의 문턱(초여름)에 들어섰음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도 “4월(음력)이라 맹하(孟夏·초여름)되니 입하, 소만 절기로다”라고 적고 있다. 소만이란 절기 명에는 햇볕이 풍부하고 만물이 점차 생장해 자연에 가득 찬다는 의미가 담겨져 있다. 이때가 되면 식물이 자라 대지를 채우고, 곡물도 여물어간다고 봤다.

그렇지 않아도 이번 주(5월 16일~22일)에는 전국에 걸쳐 한낮에 30℃ 안팎의 초여름 날씨가 이어지자 “아니 벌써 여름이야?”라는 반응이 많았다. 5월을 두고 ‘봄(계절)의 여왕’이니, ‘신록의 달’이니, ‘장미와 철쭉의 계절’이니 하고 부르는데, 소만이 되면 이제 그런 얘기도 접을 때가 됐음을 알게 된다. 산에 올라보면 신록이 아니라 벌써 제법 짙은 녹음이 산을 가득 채우고 있다. 기온도 한낮에 30°C를 오르내리는걸 보면 짧은 봄은 이미 저만치 도망간 것처럼 느껴진다. 이제 봄이 떠난 만큼 여름 채비를 본격적으로 하라는 의미도 된다. 소만 무렵의 때 이른 고온 현상은 대개 서남해상에 위치한 고기압의 영향으로 따뜻한 공기가 대지로 계속 유입되고 계절 변화로 일사량도 많아지기 때문에 나타난다.

 

기상학에서 여름은 언제부터일까?

그렇다면 기상학에서는 언제부터를 여름으로 규정할까. 24절기상으로는 입하(5월 5일)부터 입추(8월 7일)까지를 여름으로 보지만 기상학에서는 좀 다르다. 대개 6, 7, 8월을 북반구의 여름으로 본다. 이때가 되면 봄철까지 한반도 주변에 남아 있던 시베리아 고기압이 완전히 쇠퇴하고, 남쪽으로부터 고온다습한 북태평양 고기압이 다가온다. 즉, 겨울과는 정반대의 기압 배치가 나타나 여름을 재촉하게 된다.

기온과 강수량을 기준으로 보다 세밀하게 여름을 규정하는 방법도 있다. 일 평균 기온이 20∼25℃이고 일 최고 기온이 25℃ 이상 지속되면 ‘초여름’으로 정의한다. 일 평균 기온이 20∼25℃이고 일 최고 기온이 25℃ 이상인 가운데 강수량이 집중되는 시기를 ‘장마’라고 부른다. 일 평균 기온이 25℃ 이상이고 일 최고 기온이 30℃ 이상일 때는 ‘한여름’으로 본다. 일 평균 기온이 20∼25℃이고 일 최고 기온이 25℃ 이상일 때는 ‘늦여름’으로 정의한다.

서울 기준으로만 보면 5월 들어 제법 더웠지만 18일 현재까지 일 평균 기온이 20∼25℃이고 일 최고 기온이 25℃ 이상인 날은 모두 4일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한 날이 단속적으로 나타났지, 지속되지도 않았다. 따라서 기상학적으로 지금(5월 18일)까지를 초여름 날씨로 규정하는 데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기상청 중기(10일) 예보에 따르면 지금부터 5월 22일(일요일)까지 전국 곳곳이 일 최고 기온 30℃ 안팎을 보일 것으로 예상돼 이번 주 후반만큼은 기상학적 ‘초여름 날씨’가 나타날 전망이다.

모내기하는 농부
옛날부터 소만 무렵이면 농촌은 대개 모내기로 바빠졌다. ⓒthemorningglory/Shutterstock

소만에 얽힌 조상들의 지혜

소만 절기와 관련된 얘기로는 아마 ‘모내기’를 가장 먼저 해야 할 것 같다. 옛날부터 농촌은 대개 이 무렵이면 모내기로 바빠졌다. 보리 싹이 자라고 산야의 식물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으면 모내기를 서둘러야 했기 때문이다. 우리 조상들은 소만쯤 모내기에 나서 대개 망종 때 모내기를 마쳤다. 따라서 연중 가장 바쁘고 중요한 시기에 속했다. 조상들은 봄 가뭄에 대비해 물을 가두고 모내기 준비에 나서기도 했다. 모판을 만들면 모내기까지 모의 성장 기간이 옛날에는 대개 40~50일 걸렸다. 하지만 요즘은 비닐 모판을 많이 쓰기 때문에 40일 안에도 모가 충분히 자라 모내기철이 예전보다 훨씬 빨라졌다.

또한 소만 때가 되면 보리가 익기 시작한다. 예전에는 보리는 밀과 함께 여름철의 대표적 주식이었다. 보리가 익어가는 가운데 산야에서는 부엉이가 울어대기도 했다. 소만 즈음에는 ‘보릿고개’라 말도 많이 돌았다. 계절적으로 양식이 떨어져 힘겹게 살아야 했던 시기였다.

소만과 관련된 세시풍속(歲時風俗)으로는 ‘봉숭아 물들이기’가 있다. 봉숭아꽃과 잎을 백반이나 소금과 섞어 곱게 빻은 다음 손톱 위에 얹고 동여맨다. 일정 시간이 지나고 풀면 손톱이 빨갛게 물든다. 조상들은 아녀자들이 손톱에 봉숭아물을 들이는 소만 무렵을 ‘여름 문턱’으로 여겼다.

이때가 되면 산야가 모두 푸르게 변하지만 대나무만큼은 푸른빛을 잃고 누렇게 변한다. 그래서 봄철의 누런 대나무를 죽추(竹秋)라고 불렀다. 이는 새롭게 탄생하는 죽순(竹筍)에 영양을 공급해 주려는 대나무의 성장 행위다. 이무렵 죽순을 따서 고추장이나 양념에 살짝 묻혀 먹는 것을 별미로 여겼다. 또 늦봄에서 초여름의 절식(節食)으로 냉잇국을 많이 먹었다고 전해진다.

소만 절기와 관련된 속담으로는 “소만 바람에 설늙은이 얼어 죽는다”가 있다. 이 속담은 소만 무렵에 부는 바람이 몹시 차고 쌀쌀하다는 뜻을 담고 있다. “소만 추위에 소 대가리 터진다”라는 속담도 전해진다. 따라서 소만 무렵에는 기온 변화에 유의해야 하고, 특히 비 온 뒤에는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한다. 요즘 주변을 돌아보면 이외로 감기 든 사람을 왕왕 볼 수 있다. 툭하면 일교차가 15℃ 전후로 벌어지고 냉기가 담긴 바람도 솔솔 부는 날이 많아서다. 낮에는 30℃ 전후여서 더운데, 밤에는 이불 속에 들어가도 좀 서늘한 느낌이 들 정도다. 더위 속에서도 가벼운 난방을 하는 가정이 적지 않다. 소만과 관련된 두 가지 속담에 조상들의 삶의 지혜가 그대로 녹아 있는 것 같아 입가에 웃음이 절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