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의 힘, 때로는 우연이 삶을 바꾼다 – 전성기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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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의 힘, 때로는 우연이 삶을 바꾼다

2016.05.27 · 이영란(전 매일경제 기자)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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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범이 손을 억지로 끌고 발레 교실로 데리고 갔습니다. 발레를 시킨 이유는 딱 한 가지. 발레를 전공하는 남학생이 드문 만큼 대학 가기가 쉽겠다는 판단에서였습니다. ⓒ Yuganov Konstantin/Shutterstock

“범아, 발레 한번 해 보자”

1986년, 범이 어머니는 공부라고는 담을 쌓고 지내는 아들 범이를 보면서 한숨만 쉬었습니다. 비행청소년으로 낙인찍혔고, 부산 동명공고를 6년간 다닐 정도였으니 오죽했겠습니까. 저러다가는 남들 다 가는 대학 문턱도 못 밟아보겠다고 생각한 어머니는 범이 손을 억지로 끌고 발레 교실로 강제로 데리고 갔습니다. 범이가 고3 때의 일입니다.

발레를 시킨 이유는 딱 한 가지. 발레를 전공하는 남학생이 드문 만큼 대학 가기가 쉽겠다는 판단에서였습니다. 30명의 수강생 중 당연히 남학생은 범이 혼자뿐이었습니다. 범이 어머니는 아들에게 사정을 했습니다.

“그동안 너 하고 싶은 대로 다 했으니까, 엄마 마지막 소원으로 발레학원 딱 한 달만 다녀다오”

뜻밖에도 범이는 이처럼 우연히 시작하게 된 발레에 흥미를 갖게 됐고, 다행스럽게 부산 동아대 입학에도 성공하게 됩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어머니 손에 강제로 발레교실에 끌려갔던 범이는 바로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를 지냈고 한 때 ‘한국 발레리노의 교과서’로까지 불렸던 이원국 씨(현재는 이원국발레단 대표이자 예술감독, 범이는 어릴 때 이름)입니다.

몇 년 전 이원국 씨 스토리를 들으면서, 때로는 우연이 우리의 삶을 결정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범이 어머니가 발레를 생각해내지 않았다면, 이원국 씨의 인생은 어떻게 바뀌었을지 모릅니다.

때로는 우연이 인생을 바꾼다

잊어버렸던 이 얘기가 생각난 것은 며칠 전 MTB를 타는 사진기자를 만나고 나서였습니다. 일 때문에 그와 함께 몇 시간 동안 승용차를 둘이서 타고 지방으로 내려가야 했습니다. 좁은 공간에서 서로 친하지 않은 사람끼리 같이 있어야 한다는 건 상당히 불편한 일이기도 합니다. 이런 저런 ‘시간 때우기’ 대화를 하다가 그는 MTB를, 필자는 달리기가 취미라는 사실을 서로 알게 됐습니다. 차 안의 분위기는 확 달라졌습니다.

“MTB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뭔가요?”

“특별한 이유는 없고요, 그냥 우연히 하게 됐어요.”

“자전거를 대여섯 시간 타는 사람도 있다고 그러던데, 오래 타면 힘들지 않나요?”

“일단 그 정도 타는 건 일종의 도를 닦는 거라고 봐야죠. 자신과의 싸움이라고도 할 수 있고요.  2박3일간 서울에서 부산까지 자전거를 타고 내려가기도 하는데요, 뭐…..”

“자전거를 타다가 다치는 사람은 없나요?”

“왜요, 며칠 전에도 제 선배가 다리 부러지고 척추까지 다치는 전치 6주 부상을 입었는데요.”

“그런데도 자전거 타고 싶어요?”

“선배가 다치거나 클럽 회원이 다치면 며칠간은 조심하게 돼요. 하지만 그 때 뿐이고, 금방 잊어버려요. 주말마다 자전거 타는 게 일상적인 일이 됐거든요.”

그도 역시 달리기가 취미인 나에게 온갖 질문을 해왔습니다.

“달리기를 왜 하게 되셨어요?”

“그렇게 오래 달리면 힘들지 않으세요?”

“죽는 사람도 많다는데 왜 달리는 거예요?”

가장 흔하게 듣는 질문들입니다. 사실 어떤 취미를 가지는 데는 특별한 이유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도 그 취미가 자신의 생활의 일부가 되고 나아가서는 삶의 방식까지 결정하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그는 우연히 MTB를 타게 됐고, 필자 역시 우연히 달리기를 시작했지만 두 사람 모두 우연히 시작한 취미 때문에 생활 리듬, 아니 어찌 보면 생활 자체가 바뀌었습니다.

2시간 넘게 대화를 하면서 문득 그가 MTB를 만나고, 필자가 달리기를 만난 것이 정말 우연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달리기를 한번 해보지 그래요?”  “사실은 해봤어요. 별로 재미없어서 조금 하다가 그만 뒀어요.”

갑자기 잊어버렸던 이원국 씨 얘기가 생각났습니다. 불교론적으로 해석한다면, 일상에 수시로 찾아오는 우연은 어쩌면 필연의 또 다른 얼굴은 아닐는지요. 그래서 저는 가끔은 투덜대면서도 달리기와의 인연을 끊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요.

긴 시간을 보낸 후, 그와는 가벼운 인사를 나누면서 헤어졌습니다.

“즐달하세요” “즐라하세요”

즐달하세요 : 달리기를 하는 사람들의 인사. ‘즐거운 달리기’의 준말.
즐라하세요 :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의 인사. ‘즐거운 라이딩(riding)’의 준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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