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세부터 시작하는 삶, 시니어의 나라 일본 – 전성기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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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세부터 시작하는 삶, 시니어의 나라 일본

2016.06.01 · HEYDAY 작성

일본,시니어,노인인생 2막, 어떻게 살 것인가? 우리에게 던져진 가장 큰 화두다. 일과 삶의 균형을 어떻게 맞춰야 할지 고민이다. 우리보다 훨씬 먼저 이런 고민을 했던, 일본 사람들은 어떻게 해결했을까. 은퇴를 준비하는, 은퇴 이후를 사는, 일본 중년들의 삶의 방식을 현지 취재를 통해 알아봤다.


 

PROLOG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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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중년 문화는 어디쯤 와 있을까? 있긴 한 걸까? 일본 취재는 이 의문에서 출발했습니다. 백화점에서 쇼핑하고, 친구들과 등산하고, 찜질방에서 수다 떠는 것을 인생 2막의 문화로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어떻게 삶을 즐기는 것이 의미 있는 삶일까?’ 고민하다가 일본을 떠올렸습니다. 65세가 총인구의 1/4이라는 나라. 그들은 삶을 어떻게 즐기는지, 일본의 중년 문화가 궁금했습니다.

# 5월 8일 오후 4시 도쿄 시부야 역 환승 통로의 작은 서점.

선 채로 미동도 하지 않고 책에 푹 빠져 있는 중년 남자의 모습에 가던 길을 멈췄습니다. 서점 어디에나 책 읽는 중년이 많았습니다. 성인 독서량이 한국의 두 배 이상인 일본에서는 흔한 풍경입니다.

#5월 9일 오전 10시 도쿄 긴자의 미쓰코시백화점.

명품 매장들이 즐비하게 들어선 이 유명 백화점으로 가는 길에 검은색 정장 바지에 흰색 셔츠, 제복을 입은 머리 희끗한 시니어들이 30m 간격으로 방향을 가리키는 팻말을 들고 있습니다. 우리네 백화점 주차 요원들은 대부분 20대 아르바이트생인데, 이들은 얼핏 봐도 80대처럼 보입니다.

# 5월 10일 오후 12시 도쿄 미드타운 앞.

가로수마다 나무 주위를 빙 둘러싼 원형 벤치가 놓여 있습니다. 이곳에 앉아 혼자 점심을 먹거나 책을 읽는 중년의 모습을 쉽게 발견합니다. 근처 공원의 벤치에서는 노부부가 대화를 나누며 편의점 간편식으로 점심 식사 중입니다. 인근 편의점에 가보니 시니어를 위한 간편 먹거리 천국입니다. 누구도 이런 풍경을 어색해하지 않습니다.  

‘차분함 속에 자신에게 집중하는 사람들.’  3박 4일간의 현지 취재를 정리하며 든 생각입니다. 이 세 장면에 비친 일본 중·장년들의 모습은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들은 은퇴에 대해 그다지 동요하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삶을 사는 모습이었습니다.

이런 모습은 <50세부터 시작하는 새로운 삶>이란 책을 낸 베스트셀러 작가, 은퇴 후 시니어 잡지를 펴낸 일본의 유명편집장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한일 간 문화적 차이는 있지만, 우리보다 앞서 인생 2막을 고민했던 일본인들의 요즘 모습은 우리에게 좋은 참고 자료가 될 것입니다. 일본 중년들의 일상과 그들이 삶을 즐기는 방식, 지금부터 만나보시죠.

 

히로세 유코가 말하는 50대의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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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동안 한 가지 일을 하면 전문가가 된다고 한다. 하지만 50년이나 살았는데도 여전히 우리는 삶에 미숙하다.

이제 막 50세를 맞은 일본인 작가가 쉰 살을 맞이하는 태도는 그래서 납득과 위로를 전해준다.

에세이스트로 활동하는 작가 히로세 유코(広瀬裕子)는 올해로 쉰한 살이다. 21년째 에세이스트로 활동하며 서른다섯 권의 책을 낸 베스트셀러 작가다. 매일 정해진 시간에 직장인처럼 글을 쓴다. 그녀가 지난해 말, 50대에 들어서면서 느낀 삶의 변화에 관해 쓴 <50세부터 시작하는 새로운 삶(50歳からはじまる、あたらしい暮らし)>은 반향을 일으키며 우리나라에서도 번역 출간을 앞두고 있다.

도쿄 시내에서 전철로 약 1시간 30분 거리에 있는 그녀의 집은 수령이 제법 돼 보이는 큰 나무들과 식물들로 둘러싸인 커다란 집합주택의 2층 한구석에 위치했다. 별다른 장식 없이 벽과 바닥 모두 흰색으로 통일시킨 실내, 스칸디나비아풍 빈티지 가구, 최소한의 생활만을 위한 살림 등 ‘미니멀리스트’로서의 삶이 엿보이는 공간이었다. 작가로서 50세를 맞은 느낌과 그녀가 제안하는 새로운 삶의 방식을 물었다.

 

지난해 50세가 되면서 <50세부터 시작하는 새로운 삶>을 출간하고 6개월이 지났습니다. 책에서 “50세가 되면 보이는 풍경이 있다”고 했는데 어떤 것이 보이던가요?

젊을 땐 몰랐던 것들이죠. 그땐 이해할 수 없었던 말들이 ‘이런 뜻이었구나’ 하고 느낍니다. 몸과 마음의 변화도 있고요. 50세가 되고 6개월이 지났을 때의 소감으로 “상당히 좋다”고 책에 썼습니다.

 

그로부터 다시 6개월이 지났는데 그 소감은 유효한가요?

하하, 동일합니다. 나이를 먹는다는 건 누구에게나 평등한 일이니 그렇게 느끼고 싶다는 생각도 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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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세 유코가 생각하는 ‘쉰 살’은 ‘마흔 살’과는 전혀 다른 의미를 갖는다. 마흔이 30대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라면 쉰은 오히려 60, 70대로 이어지는 느낌이라는 것. 그래서 특별히 그 변화를 의식하지 못했던 마흔 살 때와 달리 쉰 살이 되는 것은 한 번 쉬어가는 타이밍이면서도 다음 장으로 넘어가는 새로운 시작이라는 느낌이 강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쉰 살을 받아들이는 법에 대해서 발견했으면 하는 뜻에서 책을 썼다.

 

50대가 됐다는 사실에 아쉽다고 느낀 적은 없나요?

‘안티에이징’이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나이 드는 걸 거부한다는 말인데 저는 나이 든다는 것을 거부하지 않고 살아가고 싶어요. 시간 감각이라는 건 사람에 따라 다르니까요.

 

흔히 나이를 먹으면 자신보다 나이 어린 사람에게 곧잘 훈계나 설교를 하고 마는데요, 다들 그런 50대는 되지 않고 싶어 합니다.

설교나 훈계를 하는 것은 젊었을 때와 시간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으니 당연한 것 아닐까요? 젊었을 때는 시간이 유한하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니까요. 그래서 많은 것을 그냥 지나쳐버리고요. 그런데 쉰 살쯤 되면 시간이 무한한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닫지요. 하나하나 소중하게 생각되고요. 그런 의미에서 설교를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게 아닐까요?

 

사람들이 50대가 되면 맞는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일까요?

몸의 변화를 들 수 있을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도 왼쪽 눈의 시력이 많이 떨어졌는데 그렇다고 고민을 하진 않습니다. 눈에 대해 생각하게 되면서 몸의 변화와 삶에 대한 생각도 바뀌게 됐습니다. 제 삶의 변화들을 받아들일 줄 알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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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상태에 대해서 특별히 비관적일 필요도 특별히 낙관적일 필요도 없이,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히로세 유쿄 작가의 방식이다. 그녀는 책을 통해서 50세를 받아들이는 자신의 방식을 얘기하는데 어디까지나 그것은 한 가지 참고일 뿐, 어떤 방법론을 제시하려는 것은 결코 아니라고 말한다. 운명론적으로 삶을 받아들이는 것은 불교적이기도 하고 일본인의 정서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동안과 식스 팩을 우월하게 여기는 한국적 유행에 비춰 생각하면 납득이 가는 얘기다.

 

정갈한 집이 인상적입니다. 50대가 되면서 물건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다른 얘기이지만 이전부터 ‘이사할 때 하루 안에 쌀 수 있는 분량의 짐만 갖고 살자’고 생각했습니다. 많지 않아도 되니, 꼭 필요한 것을 가지려고 하고요. 물건도 생각을 지녔다고 여깁니다. 저는 사람들에게 물건과 사람이 서로 소중히 여겨야 한다고 말합니다.

 

나이가 들면 일종의 품위를 유지하기 위해 많은 물건이 필요해집니다.

제 경우에는, 외출할 때 반드시 흰색 손수건을 준비합니다. 리넨 소재에 이니셜을 새긴 손수건을 여러 장 갖고 있습니다. 관리만 잘하면 오래 쓸 수 있는데 그렇게 저만의 앤티크가 되는 것도 좋지 않나 생각합니다. 저 역시 필요한 물건은 삽니다. 다만 손수건의 경우처럼 가진 물건을 잘 관리하는 것만으로도 필요한 물건이 적어집니다. 50대는 이렇게, 삶의 규모를 늘리지 않고 가볍게 유지해야 하는 시기라는 생각입니다.

 

그녀가 생각하는 라이프스타일이란 편리함이나 멋진 삶 같은 것과는 좀 다른 의미를 갖는다. 가령 주거와 관련해서는 넓이보다는 그 안에서 느끼는 편안함과 쾌적함이 우선이다. 전제는 ‘나답게’ 있을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는 점. 손수건 얘기 역시 물건을 사용하는 자신의 방식에 대해서 깊이 고민해야 한다는 얘기다.

 

삶을 다시 시작해야 할 때 도움이 될 만한 얘기를 부탁합니다.

먼저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기 권합니다. 내 몸과 마음에게 50세가 되기까지 “그동안 열심히 잘해주었다”고 이야기하는 것이죠. 앞으로는 자신의 마음에 솔직해지고, 사회의 룰 속에서 자유롭게 살아가시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하루하루를 소중히’라는 생각을 지녔으면 합니다. 순간을 소중히 대하고, 그것이 쌓이면 앞으로의 삶도 잘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젊을 때는 불가능했던 것이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가능해지기도 하니까요.

 

기획 이인철, 이은석 사진 KIM JU(도쿄, 인터뷰) 이은석

※ 이 기사는 <헤이데이> 25호에 게재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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