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경제학] 침체와 버블의 세계경제, 그 원인은? – 전성기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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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경제학] 침체와 버블의 세계경제, 그 원인은?

2008년 이후 침체에 빠졌던 경제가 2016년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의 금리인상으로 집값붕괴를 다시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도래했다. 세계경제가 어쩌다 침체와 버블의 양극단만 오가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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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세계 대전 이후 세계경제는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로 한때 번영의 시기를 구가했고 1996-2005년 사이에도 미국경제는 소위 골디락스(인플레 없는 성장)를 경험했다. 이처럼 과거의 유쾌한 경험을 공유한 세계 각국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양적완화와 저금리로 경기를 살리기 위해 애를 썼다. 그런데 그 결과는 투자와 소비가 늘어나고 고용이 확대되는 성장효과 대신 자산가치만 급등해 버블붕괴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금리를 내리고 정부지출을 확대하면 수요가 촉진되어 성장과 고용이 호전한 것이 그 동안의 역사였고 경제학의 가르침이 그랬다. 그런데 각국 정부는 최근 들어 저금리와 정부지출확대에 반응한 성장이나 고용의 결과를 얻지 못한 채 자산 가치 상승과 붕괴의 우려란 반갑지 않은 복병을 만났다.

 

왜 과거의 메커니즘이 작동하지 않는 것일까? 그리고 그 원인은 어디에 있는가? 그 원인은 부채라는 바벨탑 때문이다. 정부는 경기가 하락하거나 침체에 빠지면 곧 바로 확장적 재정 및 통화정책을 통해 경기를 부추겨 왔다. 이때마다 정부부채는 늘어났다. 이렇게 정부지출과 통화발행을 즐겨 사용해 온 덕에 미국과 일본, 그리고 유럽을 비롯해 대부분 국가들의 정부부채가 이미 한 해 생산한 부가가치 총액을 웃도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민간부문도 마찬가지다. 1980년대 이후 금융부문이 발전을 거듭해 왔는데 이는 역으로 말하면 부채가 그만큼 민간 부문에 쌓였다는 것이다. 이처럼 세계경제는 정부와 금융의 역할 확대로 부채의 바벨탑을 쌓아 온 셈이다. 부채를 두려워하지 않는 자본주의 결과이기도 하다. 자본주의에서는 부채를 지더라도 그 부채를 통해 추가적인 성장속도가 부채증가의 속도보다 크다면 부채는 오히려 성장의 지렛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경제가 그동안 부채로 단맛을 본 것은 이런 효과 때문이었다.    

 

그런데 최근 나타나고 있는 침체와 버블 양극단의 시소는 이제 부채의 성장효과가 한계에 이르렀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부채가 너무 많이 쌓여 추가적인 부채의 레버리지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오히려 디레버리징 효과만 나타난다고 보는 것이다. 즉 추가적인 부채를 통해 유동성을 풍부하게 하면 그 유동성이 투자와 소비로 가기보다 기존의 부채를 상환하는 쪽으로 흘러 성장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2016년 7월 23일자에 “적어도 1960년 이후 선진국 경제는 빚에 의존해 성장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진단하고 “이런 빚 의존 성장체질 때문에 이제 국내 총생산(GDP)이 1달러 늘어 날 때 민간부채는 3달러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는 ‘부채시대의 성장’이라는 논문을 통해 국가 GDP의 90%를 넘는 부채는 경제성장을 저해한다고 경고했다. 물론 이 논문은 계산오류가 발견돼 실증적 신뢰성을 잃었지만 그 메시지는 국내 학자들에게서도 확인된다. 허석균 중앙대 교수(경제학연구 제 60집 4호)와 김성순 단국대 교수(재정정책논집 제16집 4호)에 따르면 공공부채가 일정 규모이상을 넘을 경우 성장에 부정적인 측면을 보인다고 분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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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 손꼽히는 국제금융전문가인 아데어 터너는 금융위기에 대한 연구 결과를 '부채와 악마 사이: 돈, 신용, 그리고 세계 금융 바로잡기(원제 Between debt and the devil: money, credit, and fixing global finance)'라는 책으로 펴냈다.

아데어 터너 전 영국 금융감독청장은 최근 ‘부채와 악마사이’라는 책을 발간했는데 세계경제에 최대 불안요인을 ‘빚의 함정’ 내지는 ‘부채 과잉의 덫’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지난 20년간 선진국경제는 실질성장률 2~2.5%에, 물가상승률 2~2.5%를 더해 연평균 5%안팎의 명목성장률을 보였지만 이 기간 민간부채는 해마다 10~20%씩 늘어 세계경제가 부채누적으로 늘 금융위기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빠른 성장을 구가하기 위한 정부의 부양책이나 금융의 지렛대 역할은 이제 역 효과를 내고 있다. 자본주의가 빨리 가기 위해 쉬운 방법에 길들여졌지만 그 대가의 지불이 만만치 않다. 빚에 의한 성장으로 쉽고 빠른 길을 가려 하지만 우리는 오히려 더 늦게 가는 우를 반복하게 될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