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걷기 여행] 신시모도 100리 트래킹 – 전성기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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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걷기 여행] 신시모도 100리 트래킹

여행에는 걷는 맛이 있다. 그것은 일상을 벗어나는 일탈의 맛과 경치를 보는 눈 맛이다. 느림과 침묵의 사유가 있으면 더할 나위없다. 그렇다면 이런 맛을 느낄 수 있는 곳은 어딜까. 나는 주저 없이 신시모도를 들겠다. 경관이 수려하고 교통이 편리한데다 무변의 바다가 사색의 샘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신도에서 시도로 가는 해변에서 바라본 갯벌, 신시모도의 끝 섬 모도가 외롭다. Ⓒ문인수
신도에서 시도로 가는 해변에서 바라본 갯벌, 신시모도의 끝 섬 모도가 외롭다. Ⓒ문인수

인천광역시 옹진군 북도면에 가면 신도, 시도, 모도가 바닷목을 사이에 두고 나란히 있다. 그런데 이 섬들이 모두 다리로 연결돼 있다. 하나의 섬이 된 것. 하여,  각 섬의 머리글자를 딴 이름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더니‘신시모도’라는 하나의 섬이 됐다. 한국관광공사의 대한민국 구석구석 여행정보에도 올랐다. 

 

해당화 길(상단)과 여름철의 해당화(왼쪽) 그리고 겨울의 해당화 열매(오른쪽). Ⓒ문인수
해당화 길(상단)과 여름철의 해당화(왼쪽) 그리고 겨울의 해당화 열매(오른쪽). Ⓒ문인수

나는 얼마 전에 신시모도의 해변을 호젓이 걸었다. 섬에서 섬으로, 다리를 건너며 걷는 것도 새로운 맛이다. 아득한 수평선, 질펀한 갯벌, 상쾌한 바닷바람, 바싹 마른 수수 대, 철모르는 개나리 꽃, 해변의 해당화길, 이런 것들에 눈을 빼앗기다 보니 하루 해가 짧다. 해당화 피고 지는 섬 마을에/철새 따라 찾아온 총각선생님/ 흥얼대는 콧노래를 벗 삼아 걷는 신시모도의 해변풍경을 상상해 보라. 

눈 맛이란 정형화된 문명의 틀에서 벗어나 자연의 민낯과 마주할 때 더 달다. 가공되지 않은, 색소나 조미료가 없는, 자연 그대로의 맛. 그것을 느낄 때 비로소 눈 맛이 난다. 눈 맛은 관점에 따라 다르지만, 자연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 그 진면목을 볼 때 비로소 눈 맛은 절정에 이른다. 걷는 맛이란 그런 맛이다.  

 

신도와 시도사이에 질펀하게 펼쳐지는 갯벌. 마치 원시의 땅에 온 것 같다. Ⓒ문인수
신도와 시도사이에 질펀하게 펼쳐지는 갯벌. 마치 원시의 땅에 온 것 같다. Ⓒ문인수

 

신시모도에는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얽혀 있다. 신도(信島)는 문자 그대로 인심이 좋아 믿고 산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 면적은 6.92㎢, 해안선 길이는 16.1km, 구봉산(九峰山)은 해발 178.4m로 주변의 시도와 모도는 물론 영종도와 인천대교까지 조망할 수 있다. 한두 시간이면 가볍게 오를 수 있고, 봄엔 벚꽃과 진달래꽃이 장관을 이룬다. 이런 경치가 트래킹 족의 사랑을 독차지 하는 이유다. 

시도(矢島)는 최영과 이성개의 활시위 과녁이 됐다는 데서 유래됐다. 강화 마니산에서 이 섬을 향해 시위를 당기면서 활솜씨를 겨뤘다는 것. 면적은 2.46㎢, 해안선길이 10.9km, 시도의 수기해수욕장에서 보면 강화 마니산이 코앞이다.    

모도는 810㎡의 작은 섬으로 어부가 그물을 쳤는데 고기와 풀이 함께 낚였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이곳에는 성(性)과 나르시시즘을 주제로 한 몽환적인 조각품을 전시한 조각공원이 있다. 신시모도의 해안 길과 등산로를 모두 합치면 100리에 가깝다. 신시모도 100리 트래킹은 그래서 나온 말이다.  

겨울의 걷기 맛은 해변에 있는 게 아닐까. 나는 신도선착장에서 느린 걸음으로 구봉산에 올랐다가 내려와 다시 시도의 해당화 길과 수기해변을 거쳐 모도의 배미꾸미까지 13km 정도를 하루에 걸었다. 걷기에는 미지(未知)에 대한 기대와 꿈을 좇는 희망이 있다. 고통은 빼고, 재미는 더하고, 얻는 것은 나누는, 걷기란 그런 것이다. 하여, 걷기에는 일상을 벗어나는 일탈이 맛이 있다고 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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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도의 염전(위)과 썰물에 아랫도리까지 벗은 고깃배(아래). Ⓒ문인수
시도의 염전(위)과 썰물에 아랫도리까지 벗은 고깃배(아래). Ⓒ문인수

 

시도의 해변은 바로 그런 길이다. 붉은 해당화가 갯바람을 마시면서 자라는 길, 1.4km를 걷다 보면 복잡한 생활을 벗어난 민낯의 사유와 만나게 된다. 길 오른쪽엔 끝없는 갯벌이 펼쳐지고 왼쪽에는 소금이 좋은 햇살을 받아 잘 익어간다. 그 햇살에 한겨울 해당화 열매도 더욱 빨갛다. 썰물에 드러낸 갯벌선창엔 고깃배가 아랫도리까지 벗어놓고 벌렁 드러누웠다. 이런 민낯이 퍽 자연스럽다.  

 

개질의 아름다운 경치와 기암괴석. 여행객이 오젓한 발걸음이 행복하다. Ⓒ문인수
개질의 아름다운 경치와 기암괴석. 여행객이 오젓한 발걸음이 행복하다. Ⓒ문인수

 

해당화 길을 지나면 드라마‘슬픈연가’의 촬영지 개질. 바닷물이 금방 빠진 듯  밀물에 실려 온 해조류 흔적이 여기저기 남아있다. 길섶엔 공중에 드러낸 노송의 뿌리에 안긴 기묘한 형상석들이 아슬아슬하다. 새우깡 먹이에 익숙한 갈매기 몇 마리가 끼룩끼룩 먹이를 달라고 졸라대지만 난 줄 것 없는 빈손이다. 

개질을 벗어나면 생굴이 더덕더덕 붙은 돌밭이 나타난다. 이곳은 시도주민들의 생활터전. 생굴도 따고, 양식도 하면서 생명을 지켜왔다. 걷지 않고는 느낄 수 없는 일탈의 맛이 거기 있다. 돌밭해안을 지나 모도로 향했다. 시모도교. 시도와 모도를 잇는 다리다. 신시도교와 함께 이 다리는 삼형제 섬을 하나로 묶었다.

 

신시모도는 그래서 탄생했다. 모도엔 이일호의 몽환적인 조각공원이 있다. 갯바위마다 낚시꾼들이 드리운 낚싯대들이 한가롭다. 이제 나의 신시모도의 걷기여행은 끝이다. 13km의 걸음에는 복잡한 도심의 일상을 벗어나는 일탈의 맛과 풍경을 즐기는 눈 맛이 있고, 느림과 침묵의 사유가 동행했다. 

 

모도 입구의 조각상. 시도와 모도를 잇는 다리인 시모도교 입구에 있다. Ⓒ문인수
모도 입구의 조각상. 시도와 모도를 잇는 다리인 시모도교 입구에 있다. Ⓒ문인수

 

걷는 것은 꿈이다. 그리고 행동과 도약이다. ‘걸어서 행복 하라. 사유와 목적을 가지고 끝까지 걸어라.’ 문득 찰스 디킨스의 말이 떠오른다. 신시모도를 뒤로하고 떠나는 뱃길에는 일상을 탈출한 겨울의 걷기여운이 감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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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도의 철 잊은 개나리 꽃(위)과 신도의 마른 수수 밭(아래). Ⓒ문인수
시도의 철 잊은 개나리 꽃(위)과 신도의 마른 수수 밭(아래). Ⓒ문인수

 

여행 정보

 

찾아가는 방법 : 신시모도에 가려면 공항철도 운서역에서 내려 삼목선착장으로 가는 버스를 탄다. 삼목선착장에서 신시모도까지 오전 7시10분부터 시간마다 출발하는 배편이 있다. 뱃길은 10분 정도. 자세한 사항은 세종해운(032-751-2211)에 문의하면 된다.

문의 : 인천광역시 옹진군 북도면 문의 북도면사무소 032-899-3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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