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답게 나이들기 3 – 배우 예수정 – 전성기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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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답게 나이들기 3 – 배우 예수정

2017.02.07 · HEYDAY 작성

‘어떻게 나이 들 것인가?’ 우리 시대의 화두다. 정답은 내 삶의 테두리에서 직접 찾아야 한다. 여기 나답게 나이듦을 즐기는 사람들을 소개한다. 배우 예수정의 방법은 '내 나이에 순응하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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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흐르듯 세월에, 자연에 맞춰 사는 거죠.”
예수정이 나이 듦을 받아들이는 방식이다. 위안부 문제를 현재의 시선으로 다룬 연극 <하나코>(2월 7일~2월 19일, 대학로 공간아울)의 공연 연습 전에 만난 예수정은 화장기 하나 없는 말간 얼굴에 편안한 티셔츠 차림이었다. 하얗게 탈색한 머리카락 안쪽으로 하얗고 검은 머리들이 두서없이 자라고 있었는데, 오히려 그것이 신비스럽고 묘한 그녀의 매력을 더했다.
“워낙 자유롭고 열린 마음으로 사는 스타일이지만 가끔 행동이 조심스러워질 때가 있죠. 이 사회에는 ‘나이에 걸맞은’이라는 행동 규정이 있으니까요. 그래서 어떤 행동도 마음껏 드러내며 하는, 자연스러운 사람이 좋아요.”
드라마 <공항 가는 길>과 영화 <부산행>, 그리고 다수의 연극에서 묵직한 배역으로 깊은 인상을 남긴 예수정은 예순셋, 지금의 나이에 만족한다.
“저는 제 나이에 늘 만족했어요. 중학생 때도, 대학생 때도, 지금 이 나이도 너무 좋아요. 배우로서도 나이가 들어 더 많은 기회가 찾아왔고요. 저는 진행 중인 제 삶에 관심이 많아요. 그래서 현재의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고 노력하죠. 이를테면 매일 아침 눈 뜨면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어요. ‘오늘도
태양을 보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하고요. 이렇게 현재를 받아들이면 순간순간이 감사하지요.”
배우지만 나이 듦에 따른 육체적 변화를 늦추려고 노력하지 않고 꾸미는 삶과도 거리가 멀다. 오히려 ‘어디까지 자연스럽게 살 수있을까’를 고민한다. 욕심내지 않고 심플하게 사는 것이 예수정이 추구하는 ‘삶’이다.
“스스로 행복한 사람이 좋아요. 가진 게 많지 않아도, 못 배워도행복한 사람. 그런 사람들을 따라가다 보면 결국엔 ‘자연스러운’ 사람이 가장 아름답고 행복해 보이더라고요.”
이런 삶의 태도에 영향을 준 건 <조화로운 삶>의 저자 스콧 니어링이다. 예수정은 이 생태주의자가 남긴 ‘죽음은 다른 차원으로 가는 문이다’라는 글을 가슴에 새기며 산다.
“누구나 나이가 들어가면서 겪는 유기체의 사라짐이 있지요. 그래서 의욕만큼 못할 때가 있어요. 그럴 때 ‘아, 내가 사라져가는 것인가’라고 생각하면 우리 인생은 소멸을 향해 걸어온 것이 되잖아요. 그러면 당연히 힘이 빠질 수밖에요. 육체는 유기체니까 사라짐을 받아들여야죠. 너무 안 사라지려고 하는 것도 부작용이고요. 사라짐을, 죽음을 다른 차원의 문을 열기 위해서 가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다른 차원이 얼마나 기대가 돼요.”
이렇게 생각하니 삶의 모든 부분이 아름답고 편안해졌다는 것이다. 예수정식 나이 들기는 자연에 순응하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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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이인철 이영민, 성정민 사진 황운하, 김무일


*이 기사는 <헤이데이> 2월호에 게재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