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건물과 걸작들] 타임 스퀘어 빌딩 – 전성기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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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건물과 걸작들] 타임 스퀘어 빌딩

'뉴욕 맨해튼에서 가장 사람이 많이 붐비는 곳' 하면 가장 먼저 생각 나는 장소는 역시 타임스퀘어다. 하루 유동인구는 300만명이다.

 

맨해튼 42번가 타임스퀘어. 시간, 날씨, 계절에 상관없이 항상 인산인해다.

 

서울 강남역 사거리가 하루 100만명으로 국내 최고 유동인구를 감안하면 타임스퀘어가 3배나 많다. 뉴욕의 연간 관광객들도 약 5천만명이다. 하루에 약 15만명이다. 이들 대부분은 타임스퀘어를 꼭 방문한다. 전세계 어느 곳보다도 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곳이다. 그렇게 화려하고 수많은 인파로 들끓고 있는 이곳도 30년전엔 맨해튼에서 가장 어두운 장소였다면 믿을 수 있을까? 뉴욕의 가장 저속한 거리, x 등급의 거리였다. 청소년들이 절대 가지 말아야 할 장소 중 하나였다. 섹스와 마약만이 존재했던 뒷골목, 거리엔 몸을 파는 창녀와 호객꾼, 마약을 파는 마약상, 포주 그리고 홈리스 뿐이었다.

 

뉴욕타임즈사가 새로운 사옥으로 건물을 짓고 있는 모습. 1903년경.ⓒ인터넷캡쳐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택시 드라이버' 의 배경 장소로 나온 1976년도 당시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했다. 로버트 드니로가 택스 운전수로 배역하면서 여자 친구를 데리고 포르노 영화관을 찾은 장소, 그의 여자친구는 참다못해 영화관을 뛰쳐나간 싸구려 동시상영관의 모습은 당시의 타임스퀘어의 실상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런데 상전벽해도 이러한 상전벽해가 없다. 지저분한 낮은 차원의 동네가 어떻게 세계적인 관광지로 되었을까? 다름아닌 허름한 건물 하나가 이렇게 대변혁을 가져온 것이다. 바로 '원 타임스 스퀘어' 건물이다. 예전엔 이 건물에는 작은 5층짜리 호텔이 있었다. 1903년 <뉴욕타임즈>가 이 건물을 매입, 재건축한다. 1904년 완공한다. 높이가 무려 111미터, 25층 높이다. 당시로서는 상당한 높이다. 완공 당시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빌딩이었다. 당시 이 곳 이름은 '롱 에이커 광장'이다. 좀 긴 삼각형의 장소라는 의미다. <뉴욕타임즈>가 새로운 건물을 완공, 입주한 다음부터는 광장이름이 '타임 스퀘어'로 바뀐다. 뉴욕타임즈는 본사 건물 완공 기념으로 다채로운 행사를 펼친다. 신문 세력 확장과 판매부수도 늘릴 겸 해서 벌인 홍보행사다. 바로 매년 연말연시 열리는 '볼 드랍 이벤트' 이다.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는 12월31일 밤, 건물 옥상에서 카운트타운을 하면서 대형 전구볼이 내려오는 행사다. 불꽃 놀이도 함께 진행했는데, 당시 20여만명을 모았던 꽤 성공한 이벤트였다.

 

1904년 완공당시의 ‘원 타임스 스퀘어’ 빌딩 모습.ⓒ우편엽서 삽화도

 

현재는 정작 그 건물의 모습은 안보이고 온통 광고판만이 붙어있다. 예전 삼성전자나 LG 전자도 곧 잘 홍보했던 전광판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건물이다. <뉴욕타임즈>는 건물에 입주한 후 1년만에 바로 옆 건물로 이전했지만 신년 맞이 볼 드롭 행사는 지금도 매년 성대하게 치러진다. 이 행사는 1907년부터 시작한 이후, 매년 행사 때마다 관중들이 구름같이 몰려든다. 해를 거듭할수록 관중들은 더욱 불어나, 주변 광장은 물론 뒷 블럭까지도 인산인해를 이룬다. 지금은 전세계로 전파를 타고 생중계되어 수억명이 지켜보는 지구 축제가 됐다.

이 신년맞이 행사 외에도 이 건물이 유명해진 것은 건물 중간층 둘레 벽에 뉴스 전광판을 설치하면서다. 1928년 전구로 만든 전광판이다. 긴급 뉴스를 제목 단어로만 간단하게 표시했다. 지나가는 뉴욕시민들에겐 아주 유용한 정보다. 삽시간에 유명 장소가 된다. 이후 전광판 기술의 발전으로 지금은 led 형태로 주변 다우존스 건물 등에서도 휘향찬란하게 이 리얼타임으로 뉴스를 보내고 있다.

 

1928년경 뉴욕타임스는 건물벽 중간에 뉴스전광판을 설치한다. 시민들의 반응이 폭발적이었다.ⓒ인터넷캡쳐

 

1961년 뉴욕타임즈는 이 건물을 매도한다. 새로운 주인은 예전 고풍스런 외벽을 헐고 현대적인 모양으로 리모델링한다. 이후 여러번 주인이 바뀌어 지금은 어느 부동산 회사가 소유하고 있다. 1992년에 이 건물 주인이 파산 직전에 상태에 빠져 이 빌딩을 시장에 내놓자, 자의반 타의반으로 리먼 브라더스가 2750만 달러에 매입한다. 그리고는 이 건물을 어떻게 활용한 것인가를 고심한다. 이 건물을 리모델링해서 임대를 주는 것보다 옥외 광고용으로 활용하는 편이 낫다는 내부 의견이 있었다. 건물의 사무공간이 너무나 좁은 세모꼴의 빌딩이라서 면적당 임대가를 산정하는 임대수익이 시원치 않았던 것이다. 이곳의 위치가 그런대로 나쁘지 않으니 광고 간판을 내걸기에 최적이라고 판단하고 결행한다. 결과는 적중했다. 광고판들이 하나 둘씩 붙으면서 효과가 나자 세계적인 대기업들이 광고하려 줄을 선다. 2년후 리먼 브라더스는 1억1700만 달러에 이 건물을 매각한다. 무려 2년 만에 투자대비 3배 이상 수익을 남기고 되판 꼴이다.

 

1960년대초 어느 화학회사가 인수한후 리모델링한 ‘원 타임스 스퀘어’ 빌딩 모습.ⓒ인터넷 캡쳐

 

리먼 브라더스의 빛나는 아이디어로 떼 돈을 버는 알토란 같은 건물이 되었다. 현재도 건물 내부는 거의 다 비어있다. 1~3층 정도만 상가로 활용하고 나머지 사무실은 공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광고수입이 연간 300억원을 넘는다고 한다. 현재 이곳에 광고판 하나 걸려면 연간 광고비가 위치에 다라 조금씩 다르지만 대략 30~50억원한다. 그것도 미국 슈퍼볼 결승전 tv 30초간 광고비 50억원 보다는 싸다고 영업을 홍보하고 있다.

 

가운데 보이는 타임스퀘어 빌딩과 주변 광고판 모습.

 

가장 저속한 거리 음습한 뒷골목이 전세계 최고의 교차로가 된 것은 물론 뉴욕시의 강력한 행정적인 조치와 집행이 함께 어우러져 있었지만, 그 중심에 하나의 작은 건물의 변화에 의한 그 여파와 결과도 상당한 기폭제가 된 것만큼은 분명한 사실이다. 작은 하나의 생각과 기획이 이토록 엄청난 결과를 가져다 준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교훈을 얻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