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판도의 IT WORLD] 상한 생선의 원인을 찾는다 – 전성기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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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판도의 IT WORLD] 상한 생선의 원인을 찾는다

2017.04.19 · 엄판도(전 경향신문 기자) 작성

백화점에서 생선을 구입해 먹고 배탈이 났다고 가정해 봅시다. 예전에는 생선의 유통 과정을 분석하고 진상을 구명하는 데 상당한 시일이 걸렸겠지요. 그러나 앞으로는 단 몇 분만에 원인 파악이 가능해 집니다. 바로 ‘블록체인(block chain)’이라는 기술 때문입니다.

월마트는 전체 식료품 공급망에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할 방침이라고 합니다. ‘식자재가 생산되는 순간부터 고객의 식탁까지 어떤 방식으로 흘러가는지’를 투명하게 관리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그간 유통 업계에서는 각 업체마다 다른 방법의 유통·배송 시스템을 유지해왔을뿐 아니라 대부분의 과정이 서류로 이뤄져 왔습니다.

 

‘블록체인’이란 각종 거래 정보를 중앙 서버에 저장하지 않고 여러 곳으로 분산해 동시 저장하는 기술로 평균 10분 간격으로 거래 정보가 하나의 암호화된 블록으로 묶이며, 다시 블록과 블록이 결합되면서 체인이 형성됩니다. 하나의 장부를 여러 겹으로 포장해 숨기는 것보다 여러 사람에게 장부의 사본을 갖도록 하는 것이 위조를 어렵게 하고, 이를 통해 해킹을 막을 수 있다는 점을 활용합니다. 여러 곳에 동시에 저장되기 때문에 안전하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최근 활발하게 유통되고 있는 디지털 화폐 ‘비트코인’은 블록체인 기술을 바탕으로 하는 ‘가상 장부’에 그 거래 내역이 실시간으로 기록된다고 합니다.  거래에 참여하는 모든 사용자가 똑같은 거래 장부를 공유하고, 거래 때마다 이를 대조하기 때문에 보안에 강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차세대 금융 기술로 분류되던 ‘블록체인’이 금융권뿐만 아니라 산업 전반으로 적용 범위를 빠르게 넓히고 있습니다. 세계 최대 해운사인 덴마크의 머스크 라인은 최근 금융권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도입되고 있는 블록체인 기술을 자사 물류 시스템에 적용한다고 최근 발표했습니다. 머스크 라인은 전세계 컨테이너 물량의 15~20%를 수송하는 세계 1위 컨테이너선사로 지난해 207억달러(약 23조원)의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이처럼 최근 블록체인에 대한 관심은 세계적으로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세계경제포럼(WEF)은 “전세계 은행 가운데 80%가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할 것”이라며 “2025년에는 전세계 GDP(국내총생산)의 10%는 블록체인을 통해서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돈 탭스콧 Ⓒ TED.com

블록체인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돈 탭스콧 탭스콧그룹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30~40년을 인터넷이 세상을 지배한 것처럼 앞으로는 블록체인이 30년 이상 세상을 지배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는 또 “2050년에는 인터넷 아이디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대다수의 사람들이 블록체인 아이디를 갖고 있을 것”이라고 예측합니다. 현재는 금융권을 중심으로 도입되고 있지만 전자투표·출생신고와 같은 행정 분야에까지 도입되면 ‘페이퍼리스(PAPERLESS) 사회’가 완벽 구현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최근 16개 시중은행과 전국은행연합회가 외국환 지정거래은행을 복잡한 확인 절차 없이 바꿀 수 있도록 블록체인 기술을 하반기부터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기존에는 금융 소비자가 해외 부동산 · 유학비 송금 등에 이용하는 외국환 지정거래은행을 바꾸려면 수기로 처리하거나 팩스·전화를 이용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하반기부터는 변경 전 은행과 변경 후 은행이 관련 내용을 블록체인으로 처리해 시간과 절차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게 된 겁니다.

 

블록체인을 부작용이 많은 공인인증서를 대체할 수 있는 차세대 보안 방식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전문가들도 많습니다. 경기도는 도청 내에 ‘블록체인 연구센터’를 설치하는 등 블록체인 기술을 도정 전반에 적용하는 방안을 모색 중입니다. 도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 투표, 예산 과정 등을 투명하고 신속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입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블록체인 관련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시범 사업을 공모하고 있으며 블록체인 활성화를 위한 법제도 개선 작업에도 착수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블록체인, 아직은 생소하지만 인터넷이 그랬듯이 머지않아 우리에게 익숙한 필수 정보기술로 다가올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