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의 재발견, ‘카드로 지는 빚, 카드로 쌓는 은총’ – 전성기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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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의 재발견, ‘카드로 지는 빚, 카드로 쌓는 은총’

 

카드를 최근 두 장 샀습니다. 사무실 근처 문구점에서 한 장에 천 원씩 파는 것들 중에서 골랐습니다 . 카드를 산 이유는 아내의 부탁 때문이었습니다. 며느리에게 줄 조그만 선물에 짧은 메시지를 담은 카드를 곁들이고 싶은데 집 근처에서는 마땅한 것이 눈에 띄지 않는다고 전화를 해 오니 제가 발품을 팔지 않을 도리가 없었습니다.

 

 

아내가 반길만한 카드를 찾아내는 일은 어렵지 않았습니다. 전달하는 사람의 의도에 맞게 진열대에서도 잘 분류돼 있어 쉽게 선택할 수 있었습니다. 카드를 고르는 시간은 2~3분도 채 안된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 순간 잠시나마 ‘반짝’ 작은 행복을 맛볼 수 있었습니다. 왜냐고요? 카드 겉봉에 적혀 있는 단어 하나하나가 모두 순수하고 고왔기 때문이지요.

 

‘사랑’ ‘행운’ ‘감사’ ‘건강’ ‘우정’….. 듣기만 해도 마음이 따뜻해지고 행복지수가 절로 올라가는 말들이 카드에는 가득했습니다. 보고만 있어도 즐겁고 왠지 푸근해지는 그러한 단어들 말입니다. 바쁘고 힘들다는 이유로, 여유가 없다는 이유로 저는 물론 우리 현대인들이 잊고 살기 쉬웠던 말들이 진열대에서 저에게 ‘오랜만’이라며 방긋 웃고 있었던 겁니다. 돌이켜 생각해 보니 카드를 직접 산 것은 실로 오랜만의 일이었습니다. 종이 편지는 이메일로, 짧은 메시지는 휴대전화의 문자나 SNS로 보내다 보니 카드라는 존재는 마음 속 박물관에 들어가 있던 것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카드를 남에게 보내 본 것은 더 옛일이 돼 버렸습니다. 도쿄에서 특파원으로 근무했던 10여 년 전 일본의 연말연시 문화에 맞춰 지인들에게 연하장 카드를 보냈던 것이 가장 최근의 일일 정도로 말입니다.

 

짧은 시간, 적은 돈으로 깨달은 ‘큰 행복’

카드를 사기 위해 문구점에 머문 시간은 짧고 지불한 돈도 매우 적었습니다. 그러나 이날 제가 얻은 깨달음과 행복은 너무도 컸습니다. 지고지순(至高至純)하다고 표현해도 틀릴 것 없는 고운 말들을 기억 속에서 다시 불러내 주었기 때문입니다. 다른 사람들로부터 받기만 원했을 뿐 주는 데는 인색하기 쉬웠을 사랑, 감사, 축하의 단어가 눈을 번쩍 뜨게 했으니 저는 이날 얼마나 행운아였겠습니까?

 

남을 미워하고 욕하려는 마음으로 카드를 사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타인을 향한 적개심과 분노는 ‘입’을 통해 퍼질 뿐, 작고 얇은 종이 카드에는 담아지지 않습니다. 어울리지도 않습니다. 카드에 들어갈 단어는 남이 지금보다 더 잘되고, 더 큰 행복을 누리길 바라는 선의의 인사말뿐입니다. 인사말을 적어 넣을 때의 심정은 또 어떻습니까? 자신의 뜻을 조금이라도 더 참되고 순수하게 전달하려고 글자 하나하나에 정성을 다하는 게 보통입니다.

 

   

미워하고 욕하기 위해 카드 사는 사람 없을 것

이런데도 저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은 카드를 잊고 살았습니다. 현대 문명의 편리함을 즐기고, 누리다 보니 자연스런 현상이었겠습니다만 카드를 고르고, 손으로 글씨를 쓰고, 받을 사람의 기분과 표정도 생각해 보는 여유와 즐거움을 우리 스스로 포기한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우리 주변에는 카드를 파는 곳도 많지 않고 만드는 회사도 흔치 않은 게 오늘의 현실입니다.

 

‘카드’라는 단어를 접할 때 우리는 플래스틱 머니로 불리는 신용카드를 먼저 떠올리는 게 보통입니다. 2015년을 기준으로 국민 1인당 평균 4.6매의 신용카드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무리도 아닙니다. 1천 원짜리 소액결제는 물론 어지간한 거래도 이제는 현금이 아닌 카드로 하는 것이 일상화돼 있습니다. 이쯤 되면 우리나라에 ‘신용카드 대국’이라는 닉네임이 따라 붙어도 무리는 아닙니다. 하지만 신용카드라는 단어에서 우리가 받는 인상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편리함, 신속 등의 단어를 연상할 수도 있지만 빚, 외상, 신용불량 등의 부정적 이미지도 적지 않습니다. 젊은이들 사이에 ‘지르고 본다’는 말이 유행하기도 하지만 이는 현금 거래가 아니라 신용카드로 물건을 샀을 때를 두고 말하는 것이 분명합니다. 우리 말 속담에 ‘외상이면 소도 잡아 먹는다’는 얘기가 있지만 무절제한 과소비를 부추기는 것이야말로 신용카드의 대표적 역기능이 아닐 수 없습니다.

 

 

많은 시간 흘러도 소중한 가치는 변하지 않아

따뜻하고 훈훈한 사연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수단으로 쓰였던 종이카드가 카드의 대명사로 통했던 시대가 한참 지났습니다. 당연히 카드의 역할도, 우리 생활에서 차지하는 위상도 크게 변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세월이 흐르고 세상이 바뀐다 해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정(情)이라는 소중한 가치가 그것입니다. 로봇이 사람할 일을 다 해주고 혼자 사는 이들의 외로움을 덜어줄 반려로봇까지 등장하는 시대가 왔다지만 사람의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는 정의 자리와 가치를 어떻게 과학문명이 대신할 수 있겠습니까?

 

문구점에서 우연히 다시 발견한 카드의 소중함을 저는 오래오래 간직할 작정입니다. 하찮아 보이는 카드 한 장이라도 정성껏 고르고 때와 자리에 맞는 글을 넣어 가족과 이웃에게 자주 선물할 계획입니다. 그렇다고 글 재주도 없고, 말 솜씨는 더 없는 제가 거창한 내용의 문구를 꾸역꾸역 집어넣을 생각은 없습니다. 감사, 축하, 행복, 건강과 같이 받는 이들이 잘 되기를 바라는 내용의 메시지 정도면 상대방도 충분히 만족하리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한 송이 꽃을 선물할 때처럼 저와 상대방 모두 잠시나마 반짝 행복을 누릴 수 있지 않을까요?

 

참, 아내가 며느리에게 주려고 사다 달라고 부탁한 카드는 ‘축하’와 ‘행복’이 키 워드였습니다만 심부름하면서 카드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게 됐으니 진짜 행복해진 사람은 며느리보다 저였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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