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책 도서관] “은퇴는 제2의 인생을 여는 일이다” – 전성기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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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책 도서관] “은퇴는 제2의 인생을 여는 일이다”

사람책을 대출합니다책은 인류 문명이 빚어낸 지혜의 젖줄이다. 그러나 종이에 기록한 문자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가장 생생하고 정감이 넘치는 방법으로 살아 숨 쉬는 지혜를 전달하는 방법이 바로 ‘사람책’이다. 상품을 팔려는 광고도 정보에 대한 나열보다는 스토리로 다가가야 효과가 크다. 이런 시대성을 반영해 나타난 것이 ‘사람책’과 ‘사람책도서관’이다. 만남을 통해 사람의 경험과 지식을 들려주는 시스템을 ‘사람책도서관’이라고 한다. 기존의 도서관에 소장된 책을 ‘사람책’으로만 바꾸어 생각하면 된다.

첫 번째 ‘사람책’으로 경기도 화성시 향남면에서 왕성한 활동으로 제2의 전성기를 누리며 사는 배영환 씨를 만나봤다. 그는 노인회와 화성시노인복지관에서 활동하면서 여러 노인대학 강의를 통해 시니어의 활기찬 인생을 응원하며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배영환 인터뷰(크기변환)
노인대학 강사로 활기찬 노후를 보내고 있는 배영환 씨. ⓒ박요섭

은퇴하기 전에 하시던 일은 어떤 것이었습니까?

1961년 장교로 입대해서 20여 년 넘게 군인으로 생활했습니다. 처음에는 전방 DMZ에서 근무했고, 보병학교에서 교육을 받은 후에는 교관으로 근무했습니다. 그 후에는 월남에 파병 가서 인사참모와 부사관 교육을 담당했고, 백마작전에도 참가했습니다.

귀국 후 소령으로 포천에서 전차 공격을 방어하는 방어진지 공사 감독을 지냈습니다. 1군 부사관 학교로 발령받아서는 인사행정과장 일을 하면서 전방분대장 요원을 교육했고, 중령 진급 후에는 육군사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습니다. 그 후에는 울진에서 대대장으로 활동했습니다.

주로 장교를 교육하는 보직에서 근무한 경력이 많습니다. 군에서 교육을 담당하다 보니 사회에 나와서도 교육에 많은 관심을 두게 되었습니다. 전역 후에는 자동차부품회사에서 20년 넘게 근무했고, 70세가 넘어서는 이곳 향남으로 이사와 노인회 활동을 하고 복지관에도 다니면서 강의도 하고 방송 미디어 활동도 하며 활기찬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은퇴에 대한 대비나 계획이 있었습니까?

뭔가 계획을 세웠어야 했는데 특별한 계획은 없었습니다. 은퇴할 당시에 동생들이 사업하고 있었습니다. 마침 같이 사업을 하자는 제안이 있어 사업에 대한 계획을 세우며 군인생활과 작별하게 됐습니다. 동생이 하는 제조업 분야에서 사업을 했는데, 군에서 교육 관련 분야에 있었던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현재 하시는 활동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화성지역에는 노인대학이 10개가 있는데 그곳에서 강의하고 있습니다. 한 노인대학에 보통 200명 정도의 어르신들이 계시는데 그분들에게 강의를 통해 희망과 용기를 드리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70~80대 어르신들은 어려웠던 시대를 살아왔던 분들입니다. 일제 강점기, 6·25전쟁 등을 겪었던 세대입니다. 특히 중동에서 일했고, 독일 탄광촌에서 광부나 간호사로 고생했으며, 월남 파병 등 모든 분이 국가와 가정을 위해서 헌신했습니다. 이처럼 자식과 국가를 위해서 모든 것을 헌신한 분들이 어렵게 사는 것을 볼 때 안타깝습니다. 국가 예산에서 30%가 노인들 복지로 쓰인다고 하는데, 정부나 국회가 노인들에게 더욱 힘을 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런 분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드리는 것도 꼭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하며 큰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은퇴를 준비하시는 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거창한 계획보다는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집착하려는 자세에서 벗어나 관조하는 삶의 자세로 봉사도 하고 동아리 활동도 하는 연장선에서 일자리와도 자연스럽게 연계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연계서비스는 시청, 동사무소, 노인복지관 등을 찾으면 자세한 안내와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특히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활용해 많은 사람과 소통을 늘려가며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사람책’ 활동을 적극적으로 추천합니다.

인생을 사계절로 비유한다면 25세까지는 봄으로 주로 학창시절입니다. 50세까지는 여름으로 가족과 국가를 위해 일할 나이입니다. 75세까지는 가을입니다. 이때는 인생을 되돌아보며 정리하는 시간입니다. 100세까지는 겨울입니다. 조용히 베풀며 떠날 준비를 해야 하는 시기입니다. 저는 70세 노인은 단풍이 가장 아름다운 만추의 시간이며, 80세 노인은 초겨울이 되는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무엘 울만의 ‘청춘’이라는 시에 나오는 구절을 보면 ‘청춘이란 인생의 어떤 기간이 아니라 마음의 상태를 말한다’고 했습니다. 모든 것이 마음먹기에 달려있기에 최선을 다하는 삶이 아름다운 것입니다. 그리고 디지털기기, 방송 장비, 사진, 스마트폰, SNS, 인터넷 같은 것들도 외면하거나 두려워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배워야 합니다.

 

은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은퇴라는 것은 왕성하게 하던 영역에서 떠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을 어쩔 수 없이 맞이하게 되는 억울한 것으로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은퇴는 물러나서 퇴보하거나 갇히는 것이 아니라 제2의 인생을 여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이때는 ‘사람책’으로서 자신의 지혜와 경험을 후배들에게 나눠주며 그들의 삶을 돌봐주고 조언해 주는 ‘액티브 에이징(Active Aging, 활기차고 보람된 노년)’을 실현하는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렇지 못한 경우는 은퇴를 힘이 다한 배터리처럼 사그라지는 시기로 보기도 합니다. 은퇴는 열심히 일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월계관이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월계관을 쓴 사람은 그에 상응하는 보람된 역할을 해야 합니다. 저는 이렇게 복되고 아름다운 인생의 시기가 은퇴라고 생각합니다.

채인석 화성시장-좌, 배영환-우 노인복지 시정에 관한 인터뷰(크기변환)
배영환 씨가 채인석 화성시장과 노인 복지에 관해 얘기를 나누고 있다. ⓒ박요섭

‘시니어가 책이고 도서관’이라는 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노인 한 사람이 죽으면 그 지역 도서관 하나가 없어진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어린이가 미래의 꽃이라면 시니어는 지혜와 경륜을 지니고 젊은이들을 뒷바라지하면서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사명을 지닌 사람들입니다. 그동안 쌓아온 모든 지식과 경험을 젊은이에게 나눠주고 공유함으로써 확산하는 것이 바로 ‘사람책’이고 ‘사람책 도서관’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시니어는 스스로 나이를 먹었다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지 못했던 것, 아쉬웠던 것을 찾아서 배우고 익혀 나가는 것도 필요합니다.

 

‘사람책’으로 활동하시게 된다면 어떤 책이 되고 싶으십니까?

군생활에서 경험한 교육 노하우와 사업에서 터득한 경영 노하우를 전해주고 싶습니다. 무엇보다도 좌절하거나 낙담하지 않도록 격려하고 용기를 북돋워주는 일도 중요합니다. 이런 것을 하찮게 여기거나 간과하는 경향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시니어의 지혜 가운데 가장 큰 힘을 가진 것이 실패와 좌절을 경험하고 극복하면서 터득한 비결입니다. 실무적인 것과 아울러 희망과 용기를 주는 콘텐츠를 담은 ‘사람책’으로 활동하고 싶습니다.

 

시니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활동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복지관과 노인정을 다니면서 보면 노인들도 활동할 수 있는 게 참 많습니다. 웃고 즐기는 것도 자기 탓이고, 울며 아파하는 것도 스스로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여유로운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세계 제일의 테너 가수 플라시도 도밍고는 “쉬면 늙는다”고 말했습니다. 마음이 청춘이 되면 몸도 청춘이 된다고 생각하며 적극적인 자세로 사는 것이 필요합니다. 지금은 100세 시대라고 합니다. 모든 일에 위축되지 말고 20~30년 더 일할 기회가 있다고 생각하며 여유를 가져야 합니다. 돈 버는 것에만 관심을 두지 말고 사회공헌으로 지식과 경험을 나누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시니어들에게 꼭 하고 싶은 얘기가 있나요?

어릴 적 학업을 못했던 84세 김복관 할아버지가 중학생이 돼 공부하는 것을 TV에서 봤습니다. 이것이 시니어의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또 올해 5월 8일에 방영된 <인간극장>에서는 106세 할머니가 두 아들과 함께 한라산을 등반하는 모습이 방영됐습니다. 나이 먹었다고 못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만 먹으면 젊은이들 못지않게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져야 합니다. 올해 5월 9일 조선일보에 난 기사를 보면 이종암 할아버지가 88세에 검정고시로 초·중·고 과정을 마친 얘기가 나옵니다. 배움이 늦었다고 생각하지 말고 젊은 마음을 가지고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것이 젊음과 장수의 비결이며, 시니어들에게 필요한 마음가짐이고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헤이데이뉴스를 보는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합니다.

헤이데이뉴스를 통해 시니어들의 다양한 활동을 보고, 듣고, 배우고 공감하면서 모든 분이 함께 공유하고 확산하는 장을 열어갔으면 합니다. 헤이데이뉴스에서 많은 정보를 얻는 것과 함께 힘과 용기를 얻으시기 바랍니다. 아울러 댓글이나 기고, SNS를 통해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여러분도 소중한 ‘사람책’으로서 함께 호흡하고 공감하며 확산하는 크라우드소싱(Crowdsourcing, ‘대중(Crowd)’과 ‘아웃소싱(Outsourcing)’을 합성한 용어로 서비스나 제품의 생성과정에 대중이 참여하게 해 더 효율적이고 혁신적인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이뤄갔으면 좋겠습니다. 항상 건강하고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박요섭(전 타임즈코리아 논설위원)
박요섭(전 타임즈코리아 논설위원) 모든기사보기

월간 프리칭 편집위원, 타임즈코리아 논설위원을 지냈다. 서울정보통신대학원, 서울장신대학교 등 국내외 대학교에서 정보경영학, 교육공학, 다문화학 교수를 비롯해 학장, 학부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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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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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요섭 2015-11-19 19:49:31

    귀한 말씀과 격려에 힘이 됩니다.
    더욱더 열심히 좋은 글을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깊이 감사드리오며.......꾸벅..........

  • 여름아 부탁해 2015-10-28 13:47:37

    저는 아직 가족과 국가를 위해 일할 나이네요. 많은 불평불만으로 가득한 상태이지만 이런 글들을 보면 제 자신을 항상 돌아보게 됩니다. 많은 교훈을 얻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 청송 2015-09-03 09:05:09

    세상에서. 언론인 으로서 많은 사람들에게 국가기관.기업 .또는 사회각층의 정보를
    알려주고 문학과 시론을 통해서 계몽사업에 헌신 하시던 중견 언론인들의 나눔 모임에서 처음으로 저를 이터뷰 해주심에 감사드림니다.
    박요섭교수님.최대식국장님께 감사드리며.
    언론나눔재단이 더욱 발전하여 시니어들에게 삶의 길잡이가 되어 주실것을 기대 함니다 . 청송

  • 사람이좋다 2015-09-02 16:28:19

    국가와 가정을 위해 애쓰신 시니어들이 더욱 더 존경받고 마지막 삶이 고단하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도 사람책으로 주변사람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발휘해 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