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가 주는 즐거움 ① 나이 받아들이기 – 전성기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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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가 주는 즐거움 ① 나이 받아들이기

2017.05.16 · HEYDAY 작성

오십을 바라보는 혹은 이제 막 오십이라는 반환점을 돌아선 때. 스스로의 눈에도 타인의 시선에서도 애매한 나이다. 청년의 기분은 여전한데 청년은 아니고 그렇다고 장년이 되기에는 뭔가 아쉽다. 하지만 이런 나이이기 때문에 가질 수 있는 만족과 즐거움이 있다.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가톨릭 지성 가운데 한 사람으로 꼽히는 독일의 철학자 로마노 과르디니는 ‘모든 삶의 시기들은 단 한 번밖에 오지 않기에 우리의 삶 전체에서 다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지위를 갖는다’고 했다. 그는 인생의 시기를 태아로서의 삶과 유년기, 청년기, 성년기, 중년기, 노년기, 고령기라는 일곱 단계로 나누었는데 그의 분류를 보면 청년기가 상대적으로 짧고 가볍게 다뤄진 반면, 중년 이후가 총 3단계나 차지해 중요하게 다뤄진 것을 알 수 있다. 게다가 노년기를 노년기(지혜로운 인간)와 고령기(노쇠한 인간)로 다시 나눈 것도 그가 노년을 특별하게 생각했음을 짐작하게 한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고 사람들이 과거보다 훨씬 더 빨리 앞날과 미래를 염려하고 준비하기 시작하면서 나이에 대한 인식 역시 달라졌다. 이는 최근 자주 미디어에 언급되는 제4차 산업혁명과 같은 환경 변화로 인해 일과 삶의 관계가 달라진 것이 가장 큰 이유가 될 것이다. 건강하게 더 오래 살게 되면서 과거보다 경제활동을 해야 하는 시기는 더 길어졌지만, 은퇴는 빨라졌고 인공지능(AI) 등으로 사람이 일할 자리는 점점 줄어드는 상황으로 인해서 자신이 인식하는 나이와 사회적 가치로 판단되는 나이 사이에 차이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차이로 인해 혼란을 겪는 시기는 점점 앞당겨져서 과거에는 60대 이후에 하던 고민을 이제는 40대를 넘어서면 하기 시작하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그럴수록 우리 4050이 과연 그렇게 내몰린 나이인가 생각해보면 좀 억울하다. 확실히 여전히 젊고 꿈이 있고 할 일과 하고 싶은 일이 많은 때다.

과르디니는 청년에 대해서 이렇게 기술한다. “청년은 자신의 고유한 삶과 운명, 일 속으로 자신감 있게 뛰어들면서도 이와 동시에 다른 사람들의 경험에 의존하고 이를 활용할 줄 알아야 합니다. 서서히 자신의 경험이 모든 것을 감당할 만큼 단단해지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과르디니의 이런 설명을 읽자면, 어쩐지 이것은 20대의 청춘이 아니라 40대를 지나고 50대를 지난 지금의 우리에 대한 설명이 아닌가 하는 가벼운 착각이 든다. 그리고 이런 착각이 더 이상 착각이 아닌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그래서 지금 이 나이를 마음에 들어 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내 나이가 어때서’ 혹은 ‘내 나이가 좋다’라는 인식이 사실은 ‘나이 듦’을 전제로 하는 것이라서 서글프지만 이런 전제는 잊어버리고 순수하게 우리 나이를 기뻐해야 할 때다.

 

 


기획 박미순 사진 이대원, 이근수(스튜디오 텐), 셔터스톡


*이 기사는 <헤이데이> 5월호에 게재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