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길을 걷는다] 주얼리 디자이너 김민휘, 정재인 모녀 – 전성기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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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길을 걷는다] 주얼리 디자이너 김민휘, 정재인 모녀

2017.05.17 · HEYDAY 작성

인생의 수많은 갈래 앞에서 결국 부모와 같은 길을 선택한 자녀들이 있습니다. 부모의 경험과 지혜를 흡수한 그들은 그 바탕에 자신의 감각과 재능을 덧입혀 새로운 가치를 일구고 있었습니다.


“엄마의 이름을 빛내드릴 거예요” 
김민휘·정재인 모녀


모녀는 닮은 점이 참 많았다. 웃을 때 반달이 지는 눈매가 그렇고 일에 대한 욕심, 특히나 우리 고유의 전통적 아름다움을 계승, 발전시키겠다는 의지가 꼭 그랬다. 서울대학교 동문이기도 한 두 사람은 현재 ‘민휘아트주얼리’의 대표와 디자이너 관계로 ‘일’하고 있다. “저는 의상디자인을 전공해서 별다른 접점이 없을 줄 알았어요. 하지만 목걸이, 브로치 하나가 전체 의상 분위기를 좌우한다는 걸 느낀 뒤 생각이 달라졌죠. 특히 외국 친구들이 ‘한국적인 것’ ‘고전적인 아름다움’에 관심이 높다는 걸 알게 되면서 엄마가 하시는 일의 비전을 보게 됐어요. 그래서 원래 계획한 해외 유학 대신 어머니 밑에서 실전을 경험하기로 한 거죠.”
그녀의 어머니 김민휘 대표는 원래 첼로를 전공했지만, 우연한 기회에 전통 장신구의 매력에 빠져 뒤늦게 전문적인 공부를 시작한 경우다. 신라의 태환이식(금으로 만든 굵은 고리 형식의 귀고리)에서 착안해 만든 ‘문희의 꿈’이 이탈리아의 큰 대회에서 1등을 수상하는가 하면, 유네스코 우수 수공예품으로 선정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엄마와 뜻을 모으기로 한 그녀는 특유의 적극성과 추진력을 발휘해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갔는데, 대표적인 성과가 바로 드라마 <장옥정, 사랑에 살다>에 투입된 일이다. “어머니도 <선덕여왕> <해를 품은 달> 등에 장신구를 협찬하곤 했지만 그 전까지는 매장에 있는 어떤 제품을 요청하면 보내주는 식이었죠. 그런데 제가 먼저 오직 드라마를 위해 주얼리를 제작해보겠다고 나선 거예요. 다행히 기회가 주어져 극중에 등장하는 노리개, 비녀, 반지 등을 모두 제작할 수 있었죠.” 당시 김태희가 착용한 전통 장신구는 고운 한복과 어우러져 큰 화제를 모았고, 사극 역사 최초로 한복과 동등하게 장신구 자막이 올라가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그 후 드라마나 영화 제작사에서 주얼리 제작 의뢰가 밀려들었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수정죽절비녀, <가면>의 수애 목걸이, 영화 <아가씨>의 김민희 귀걸이 등이 그녀의 손을 거친 대표작들인데 드라마 <사임당, 빛의 일기> <달의 연인> <화랑: 더 비기닝> 등 요즘 미디어에 등장하는 웬만한 주얼리가 다 이 브랜드 제품이라는 소리가 있을 정도다.

“딸이 주얼리 디자이너가 되겠다고 했을 때, 내심 내 일을 존중해주는 듯한 기분이 들어 행복했어요. 특히 재인이의 여러 시도가 우리 전통문화의 아름다움을 알리는 데 일조하는 것 같아 더 기쁘죠. 드라마나 영화에서 봤다며 우리 매장에 직접 장신구 구매를 의뢰하는 외국인도 많고,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 등장한 비녀의 경우는 한 박물관에 전시돼 중국인 관광객이 엄청나게 다녀갔다고 하더군요. 제가 10년간 해온 일보다 우리 딸이 지난 몇 년간 일군 성과가 훨씬 더 많아요. 당차게 새길을 개척해가는 딸이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비단 사극뿐 아니라 현대극, 심지어 슈퍼주니어, 현아, 트와이스 같은 케이팝 가수들의 액세서리 제작을 도맡고 있는 재인 씨는 오늘의 이런 성공의 공을 모두 어머니에게 돌린다. “엄마가 그간 쌓아온 역사와 경험이 없었다면 아마 힘들었을 거예요. 늘 제 아이디어나 생각을 보완, 발전시키시거든요. 특히 어릴 적부터 첼로, 수영, 발레 등 해보고 싶은 건 다 접하게 해주셨는데 중간에 제가 싫증을 내거나 포기해도 절대 나무라지 않으셨던 게 늘 고마웠어요. 그런 과정에서 무엇이든 시도해도 좋고, 혹시 잘되지 않아도 결코 실패한 건 아니라는 믿음을 갖게 됐죠. 앞으로 제가 더 잘해서 어머니 이름을 빛내드릴 거예요”

 

 

 

 

기획 장혜정 사진 박충열(스튜디오 텐)

*이 기사는 <헤이데이> 5월호에 게재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