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파는 카페] 정수기 물을 믿지 마세요 – 전성기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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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파는 카페] 정수기 물을 믿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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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삼투막 방식의 정수기는 물속의 좋은 성분인 미네랄 등 모든 성분을 걸러낸다. ⓒBlueSkyImage/Shutterstock

정수기는 어느덧 우리 가정에서 필수품이 됐다. 1970~1980년대 부자들의 호사품 정도로 여겼던 정수기는 우리 사회가 1990년대 초 낙동강 페놀 사건과 수돗물 트리할로메탄 사건 등을 연이어 치르면서 시민들의 수돗물 불신을 틈타 중산층을 공략한 데 이어 이제는 서민층까지 파고들고 있다.

1990년대를 전후해 정수기 판매업자들은 교묘한 상술로 소비자들을 현혹했다. 판매업자들은 수돗물이나 심지어 생수(지금은 ‘먹는 샘물’이란 법적 이름으로 불림)에다 막대전극을 넣어 여기에 달라붙는 뻘건 금속 이온 성분들을 소비자들에게 보여주며 못 마실 물로 낙인 찍었다. 그러고서는 자신들이 파는 역삼투막 방식의 정수기로 거른 물에 이 전극을 넣어 아무런 변화가 없는 것을 태연하게 시연했다. 이 모습을 보고 소비자들은 기겁했다. 전극에 달라붙은 것은 우리 몸에 좋은 미네랄 성분인데도 그 과학적 원리를 잘 모르는 소비자들은 수돗물과 정부를 비난하는 데 열을 올리며 정수기 사용자 대열에 합류했다.

역삼투막 방식의 정수기는 물속의 좋은 성분인 미네랄 등 모든 성분을 걸러낸다. 이 정수기를 통해 나온 물은 쉽게 말하면 실험실에서 많이 사용하는 증류수, 즉 순수 H₂O다. 그래서 업자들이 시연했을 때 전극 막대에 아무런 변화가 없었던 것이다.

우리가 교과서 등을 통해 알고 있는 상식은 ‘미네랄이 적당히 녹아 있는 물이 좋은 물’이라는 것이다. 물에 녹아 있는 미네랄 성분의 양이 우리 몸에서 이루어지는 생리 활성에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할 것인가는 차치하더라도 일부러 미네랄을 없앤 물을 만들어 마실 필요는 없지 않은가.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팔리는 정수기의 대부분은 선진국과 달리 역삼투막 방식이다.

정수기는 물속의 부유물이나 불순물, 세균 등을 걸러주기 때문에 정수기 물 자체가 인체에 해롭지는 않다. 문제는 정수기에 쓰인 필터에 세균이 번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필자가 25년 전에 이미 소비자들에게 그 문제의 심각성을 처음 알린 바 있다. 세균을 비롯한 곰팡이 등 미생물의 생존력은 정말 질기다. 우리가 생각지도 못한 환경에서도 생존·번식한다. 그래서 요즘에는 정수기 대여 회사 직원이 주기적으로 가정을 방문해 필터를 교체해주거나 정수기를 소독해주기도 한다.

정수기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그냥 수돗물을 마시는 것보다 못할 수도 있다. 정수기를 집에 들여다 놓고 물을 깨끗하게 마시고 있다고 여겨 관리를 소홀히 하면 되레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사실도 이젠 웬만한 소비자들에겐 상식처럼 통한다. 정수기 관리에는 시간과 돈이 들어간다. 그렇게 투자한 만큼 정수기가 소비자들에게 건강을 선사할지는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정도가 다를 것이다.

수도 배관이 낡았거나 상수도관에 균열 등 문제가 있어 수돗물에 녹물이 나오거나 부유물이 있다면 음용수(먹는 물)는커녕 음식 조리나 세수, 샤워용으로 쓰기에도 적절치 않다. 일부 가정에서는 실제 그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어 정수기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처지이긴 하지만 그렇다 해도 우리 사회의 정수기 사랑은 지나친 감이 없지 않다. 물론 이런 현상이 빚어진 것은 오로지 소비자 탓은 아니고 상수도 배관을 포함한 수돗물 관리와 홍보에 실패한 정부 탓도 있으며, 정수기의 기능을 과장되게 선전해온 제조·판매업자의 탓도 크다.

정수기를 통해 나온 물이라고 해서 무조건 좋다고 안심해서는 안 된다. 정수기물을 다시 한 번 정수한다는 마음 자세로 철저한 정수기 관리가 필요하다. 정수기가 어떤 방식으로 물을 걸러내는지와 정수기 물이 좋은지, 우리 집 수돗물이 좋은지도 꼼꼼하게 살펴보는 자세가 좋은 물을 마시기 위한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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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랄이 적당히 녹아 있는 물이 좋은 물이다. ⓒAaron Amat/Shuttersto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