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이야기] ⑤ 하늘로 향하는 마천루의 도시 – 전성기뉴스
콘텐츠 바로가기

top

[뉴욕 이야기] ⑤ 하늘로 향하는 마천루의 도시

뉴욕 스카이라인(크기변환)
마천루가 만든 스카이라인은 이제 뉴욕과 맨해튼의 상징이 됐다. ⓒSongquan Deng/Shutterstock

18세기 세계의 수도가 런던이었고, 19세기 수도가 파리였다면, 20세기 이후 수도는 맨해튼이다. 런던과 파리는 옆으로 확장하는 평면적인 도시였다면 맨해튼은 하늘로 향하는 마천루의 도시다. 그것은 맨해튼이 더 이상 다른 도시처럼 확장이 불가능한, 압축되어 있는 듯한 작은 섬이기 때문이다.

남쪽으론 대서양이 있고, 양옆의 동서는 허드슨강과 이스트리버가 있다. 북쪽으로는 동서의 양 강이 서로 이어지는 할렘리버가 있다. 맨해튼은 4면 모두 바다와 강으로 연결된 고립된 섬이기 때문에 부동산 투자처로서도 제격이다.

더욱이 지하 암반은 강한 편암으로 되어 있어, 고층을 올리기엔 안성맞춤이다. 로어 맨해튼(맨해튼 남쪽에 위치한 뉴욕 경제의 중심지)과 미드 맨해튼(맨해튼의 지리 상 중심지역)은 다른 지역보다 좀 도드라지게 올라있는 구릉지역이다. 그곳에 마천루들이 솟아 있다. 다른 지역에 비해 물이 고이지 않고 전망이 좋기에 고층빌딩이 들어서기 안성맞춤이다.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2(크기변환)
뉴욕 거리에서 올려다본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 ⓒ곽용석

1900년대 초부터 들어서기 시작한 초고층빌딩

맨해튼의 마천루 경쟁은 이미 19세기 초에 불붙었다. 영국의 국력이 제1차 세계대전을 계기로 서서히 쇠퇴하고, 미국으로 세계 패권이 이동하면서부터다. 미국인들은 세계 최고라는 자부심과 긍지를 전 세계에 강하게 부각시키기 위해 그 상징물로 마천루를 세우기 시작했다.

그 경쟁은 로어 맨해튼 빌딩들이 1900년대 초부터 속속 들어서면서 시작됐다. 싱거빌딩, 메트로폴리탄빌딩, 플랫아이언빌딩, 울워스빌딩… 여기저기서 세계 최고 빌딩이 연이어 완성된다. 몇 달이 지나면 다른 빌딩이 최고 자리를 차지하는 치열한 경쟁을 벌인 것이다.

마천루 경쟁은 1930년대에 이르러 절정을 이룬다. 월스트리트 40번지에 맨해튼은행이 세계 최고 빌딩을 짓기 시작한다. 이에 질세라 크라이슬러그룹이 미드 맨해튼에 자신이 최고 빌딩을 짓겠노라고 발표한다. 1929년에 그 두 빌딩은 언론에 서로 높이를 경쟁적으로 공표한다. 공표와 다르게 내부적으로는 좀 더 높이는 공법을 모색하면서 암투를 벌인다. 1930년에 두 빌딩 완성을 눈앞에 두고 언론 홍보가 치열했다.

결국 첨탑을 마지막에 더 높인 크라이슬러빌딩이 77층, 319m 높이로 세계 최고 타이틀을 차지한다. 그러나 1년 후인 1931년에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이 그 자리를 바로 차지한다. 초고속인 18개월 만에 세계인의 열망이자 꿈의 100층을 넘는 102층 381m의 매머드 빌딩을 완성한다.

마천루의 치열한 세계 최고 경쟁은 여기서 큰 파동의 끝을 맺는다. 40년 간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은 세계 최고 빌딩 자리를 차지한다. 9·11 사태로 무너진 월드트레이드센터빌딩이 1973년에 완성하기 전까지 말이다.

크라이슬러빌딩-1(크기변환)
크라이슬러빌딩은 밤이 되면 더욱 빛난다. ⓒ곽용석

두 걸작,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과 크라이슬러빌딩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은 한동안 ‘엠프티스테이트(Empty State)빌딩’이라 불렸다. 세계 최고의 유명세에도 불구하고 사무실 임대가 나가지 않아 상당히 오랫동안 공실로 남아있었다. 경제적인 계산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뉴욕의 상징, 세계 최고라는 자부심과 마천루의 치열한 경쟁이라는 산물이 낳은 결과다. 완공 즈음에 미국의 경제는 곤두박질친다. 또 대공황의 여파로 한동안 혹독한 시련을 겪게 된다.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은 20년 후인 1950년대가 되서야 공실을 채웠다 한다. 그 이후 치열한 마천루 경쟁은 없었다.

의미 있는 걸작,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과 크라이슬러빌딩은 완공 이후 80년이 흐른 지금도 경쟁하는 모습으로 남아있다. 두 빌딩은 맨해튼의 상징이며 금자탑이다.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이 남자라면, 크라이슬러빌딩은 여자다.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이 석가탑이면, 크라이슬러빌딩은 다보탑이다.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이 우직한 고딕 양식으로 직선과 우람함으로 표현했다면, 크라이슬러빌딩은 곡선과 우아함, 온화한 부드러움을 보여주고 있다. 미적 감각으론 역시 크라이슬러가 앞선다. 체구도 남자인 엠파이어스테이티빌딩이 크고 크라이슬러빌딩이 여자처럼 작다. 여성의 경쟁력이 세월이 갈수록 더해서 그런 건지 모르지만, 건축가나 예술가 사이에선 크라이슬러빌딩의 여성적 아름다움에 더 점수를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