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가는 길, 칠천포가 될 뻔했던 삼천포를 아시나요? – 전성기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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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가는 길, 칠천포가 될 뻔했던 삼천포를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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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산행을 했던 50년 지기 고향 친구들. ⓒ남혜경

50년 지기 고향 동무들과 바다를 보며 산행

고향으로 가는 길에는 늘 자기 분열의 가벼운 현기증이 난다.

열아홉 살에 떠나와서 4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서울의 한 귀퉁이에서 돈벌이를 하고 가정을 이루며 버팅기고 살아온 몸이 유년 시절의 ‘갯가 가시내’로 돌아가는 또 다른 자신을 보게 되는 시간이라고나 할까. 뿌리를 옮겨 심은, 이식된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귀향길의 자기 분열. 여기에는 많은 것을 잊고 살았던 상실감과 그 추억이 절실해지는 아련한 그리움이 있다.

내 고향은 경남 삼천포다. 지금은 사천시로 통합되어 삼천포항이라는 이름으로만 남아있는 곳. 몇 년 전 큰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응답하라 1994>의 삼천포(김성균)가 사천과 삼천포를 통합할 때 칠천포라는 이름을 들먹여서 실소를 하게 한 에피소드가 있었는데 이건 실제 있었던 해프닝이다.

삼천포라는 행정지명은 사라져 아쉬움이 있지만 여전히 삼천포로 불리고 있고 내가 다니던 학교도 삼천포초등학교다. 개교 100년이 지난 이 학교는 말하자면 이 고장의 일류 초등학교인데(^^) 동창들은 동네 동무들로 시작해 고등학교까지 쭉 동창이 되는, 햇수로 따지자면 50년 지기들이다.

진주로, 부산으로, 서울로 유학(그 당시로는)을 갔다가 돌아온 친구들도 있고 쭉 고향을 지켜온 친구들도 있다. 명절이나 집안의 대소사를 위해 고향을 찾는 친구들에게 타향살이의 상실감과 그리움을 달래주고 매만져주는 고향 친구들. 추석을 앞둔 이번 귀향길에도 어김없이 친구들이 자리를 함께 해주었다.

 

햇살 반짝이는 잔잔한 호수 같은 바다 위를 통통배가 지나가고

삼천포는 남해안 다도해의 끝이면서 작은 산들이 둘러싸고 있어 풍광이 아름답고 먹거리가 풍부한데 인근의 남해나 통영보다는 덜 알려져 청정함이 그대로다. 햇살이 반짝거리는 잔잔한 호수 같은 바다에서 작은 섬들 사이로 고기잡이 배가 통통거리며 지나가는 아침 바다를 보면 알게 된다. 그래 이게 내가 보고 자란 남해안 바다야.

심천포 각산 정상에서 본 남해 바다. 오른쪽으로는 멀리 지리산 천왕봉도 보인다. ⓒ남혜경

이번에 친구들과 찾은 곳은 노을이 아름답기로 소문난 실안 바다 곁의 각산. 올라가는 길에는 토종 무화과와 참다래, 감나무가 늘어져있어 따서 호주머니에 넣고 먹고 하느라 양손이 바빴다. 무화과는 어린 시절 집집마다 있는 흔한 유실수였는데 줄기를 꺾으면 하얀 즙이 나온다고 해서 고향에서는 젖꼭대기라고 부른다. 부드럽고 단맛이 진한 토종 젖꼭대기를 오랜만에 맛보았다.

정상에서 왼편으로는 바다 건너 남해와 오른편으로는 멀리 지리산 천왕봉까지 다 볼 수 있었다. 내려오는 길 정자에서 시간에 맞춰 공수해온 병어, 전어 생선회와 장어국, 방아이파리지지미가 있는 점심상으로 호사를 했다. 아침에 뜬 생선회를 산에서 먹다니 고향 삼천포가 아니면 해보지 못하는 진기한 경험이다.

고향 친구들에게 넘치는 환대를 받다 보면 언제 이걸 다 갚지, 자주 오고 싶지만 그러면 안될 것 같은데, 이런 계산 빠른 생각을 하는데 사실 이 친구들은 늘 그렇게 한다. 서로에게, 또 멀리서 온 친구 누구나에게.

친구들과 다정함이 넘치는 시간을 보내고 서울로 돌아오는 차 속에서 느끼는 것이다. 고향의 바다와 산이, 먹거리가, 친구들의 따뜻함이, 분열되었던 두 개의 자기를 다시 하나로 합치는 마법의 샘물이 되었다는 것을. 그래서 서울의 한 귀퉁이에서 나를 잃지 않고 나로서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곧 돌아가고 싶다.  그곳으로….

공룡 발자국 화석으로 유명한 상족암이 있는 고성 바다. 친구들과 여름이면 배를 타고 놀러갔던 곳이다.  ⓒ이송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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