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보다 에어컨에 더 무서웠던 여름날의 추억 – 전성기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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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보다 에어컨에 더 무서웠던 여름날의 추억

여름내 깔고 자던 돗자리를 드디어 걷어냈다.
이불도 좀 두툼한 걸로 바꿔야겠다.
무엇보다 이젠 에어컨 돌릴 일이 없어서 좋다.

올핸 유난히 더웠다.
하지만 난 여름 무더위보다 에어컨이 더 무섭다.
에어컨 알레르기 때문에 한겨울에도 걸리지 않는 감기를 여름 내내 달고 산다.
기침, 콧물, 가슴의 통증…

에어컨
여름 내내 감기를 달고 살게 하는 에어컨이 난 무섭다. ⓒ강기석

이번 여름엔 마눌님하고 대판 싸우기도 했다.
너무 더워 머리가 욱신거린다던 마눌님은 손녀딸 핑계까지 대면서 기어이 에어컨을 켜는 것이다.
“이 더위에 켜지도 않을 에어컨이면 뭐하러 비싼 돈 주고 들여 놓은 거냐, 에어컨이 장식품인 건 처음 알았다”는 등 듣기 싫은 잔소리까지 곁들이는 것이다.
이때쯤 되면 나는 방에 들어가 문을 닫고 뻘뻘 땀을 흘리며 농성을 벌여야 마땅한 일이다. 사실 언제나 그랬다.
하지만 그날만은 무슨 악운이 끼었는지 그만 순간적인 화를 참지 못하고 버럭한 것이 화근이었다.
마눌님이 손녀딸들로부터 해방되는 금요일 밤에 처형댁으로 2박 3일 무단가출을 감행해 버린 것이다.

그 다음 주부터 나는 가장 무더운 대낮에 하릴없이 길거리를 배회해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