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떠난 화가 할매의 좌충우돌 귀촌 일기 – 전성기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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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떠난 화가 할매의 좌충우돌 귀촌 일기

농사 짓는 시골 아낙으로 살다 보니, 24시간이 모자랄 지경이라고 말하는 하주아 씨는 편리한 서울에서의 생활과 귀촌을 과감하게 바꿨다. 강남에서 살 때는 그림 그리는 취미생활과 함께 쇼핑도 다니고 피트니스센터에서 운동도 하며 여유롭게 살았다.

하주아 씨 작품 ‘오! 아름답다’, 화선지 수묵담채. ⓒ하주아

공무원으로 바쁘게만 살았던 남편의 은퇴로 서울에서의 일상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우선 평생 일에 매달려온 남편에게 여유로운 삶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한사코 불가능하다고 고집하는 남편을 설득하고 또 설득해 귀촌을 결정했다.

어디로 갈 것인가에 대해서는 그다지 큰 고민이 필요 없었다. 남편의 고향인 화성으로 가는 것이었다. 귀촌이자 귀향인 셈이다. 이렇게 귀촌이 시작되었는데 문제는 농사였다. 워낙 철없는 성격이라 농사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저 땅 파고 씨 뿌리면 된다는 발상이었다.

시골에 가면 참깨를 심어보겠다는 생각을 했기에 다른 사람들이 심은 참깨를 보자마자 그것부터 심었다. 그런데 서서히 자라면서 이웃집 참깨와는 상당한 차이가 났다. 심지어 뽑아버리고 다른 것을 심으라는 사람도 있었다. 잘났든 못났든 이미 심은 것인데 그럴 수는 없어서 열심히 키웠다. 키는 작았지만, 꽃도 피우고 열매도 맺었다. 남들보다 수확량은 적었지만, 추수의 기쁨은 그만큼 더 컸던 것 같다.

귀촌 텃밭에 방문-변경
귀촌에 관심이 있는 지인들의 텃밭 방문. ⓒ박요섭

이런 기분을 두고 하늘이 내리는 것이라고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늘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 농사니 말이다. 수확한 참깨가 얼마 되지 않아 이웃집 참깨를 사다 섞어서 친구들에게 나눠주며 내가 지은 농사라며 허세를 떨기도 했다. 모두 대단하다며 신기해했다.

귀촌 첫해 겨울에는 유난히 눈이 많이 왔다. 든든한 남편이 마당의 눈도 치우고 다녀야 할 길도 부지런히 치워주는 덕에 큰 문제 없이 지냈다. 눈이 온 덕에 겨울 낭만을 제대로 느끼며 지낼 수 있었다.

하주아 1인-변경
하주아 씨는 귀촌의 바쁜 일상 가운데에서도 여유를 즐기라고 말한다. ⓒ박요섭

그해 겨울 이런저런 영농 구상을 하는 나를 보고 남편은 농사의 기초도 모르는 사람이 마음만 앞선다고 핀잔을 주었다. 그럴수록 더욱 더 영농 의지를 불태웠다. 어느 날 텔레비전에서 삼채라는 채소를 보게 되었다. 바로 이것이라고 쾌재를 부르며 인터넷에서 관련 정보를 찾고 동호회에 가입해 재배 방법이며 효능에 대해 자세히 알아두었다.

단맛, 매운맛, 쌉싸래한 맛, 이 세 가지 맛이 난다고 하여 삼채라고 한다. 삼채는 항산화에 뛰어나고 유황성분이 마늘의 여섯 배나 들어있다고 한다. 생채소, 말린 것, 익힌 것, 무침, 튀김 등 다양한 방법으로 요리할 수 있고 특히 닭백숙에는 기가 막히게 잘 어울린다고 했다. 아직은 재배하는 사람들도 많지 않아서 경제적으로도 가능성이 있다니 매력 만점이었다. 봄이 되자마자 삼채 뿌리를 구해 심고 열심히 재배했다. 결과도 매우 좋았다.

농사에 자신감이 붙자 땅콩, 옥수수, 고구마도 심었고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그것이 공부가 되어 이제는 문제점에 미리 대비하는 능력도 갖추게 되었다. 내년에는 당귀며 더덕도 심어보려고 한다.

귀촌은 서울에 사는 손자들의 자연학습장이 되어주기도 했다. 이곳에 와서 이것저것 체험하며 마음껏 뛰어노는 손자들의 모습을 보는 것도 마음을 가득 채우는 행복이다.

손님이 찾아오면 계절마다 채취하여 만든 꽃차를 대접하며 시간을 보낼 때도 있는데 이런 시간이야말로 바로 무릉도원이 아니겠는가!

약삭 빠른 청설모, 꽥꽥거리며 소리 치는 오리, 목청껏 위세를 뽐내는 수탉 등 모든 것이 매우 조화롭고 아름다운 풍경이다. 이런 풍경에서 진정한 여유와 평온을 느끼게 되었다며, 자연은 인간의 본질과 닮았다는 하주아 씨의 귀촌 예찬은 이어졌다. 하주아 씨는 이제부터는 귀촌 생활에 바빠서 그동안 손 놓고 지냈던 그림도 그릴 생각이다. 이곳이야말로 참으로 아름답고 의미 있는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정서와 풍경을 제공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하주아 씨의 이야기는 끝날 줄 몰랐다. 두 손에 가득 움켜쥐고 사라질 것을 염려하는 삶이 아니라, 평온이 가득했다. 그야말로 행복이 넘쳤다.

하주아 씨는 꼼꼼한 준비보다도 귀촌과 함께 삶의 여유와 본질을 찾아 떠나려는 열망과 용기가 더욱 더 중요하다고 한다. 지자체마다 귀농, 귀촌에 대한 정보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사전에 이런 곳을 통해 충분한 정보를 습득하고 다양한 자료도 수집하며 준비해야 좀 더 알차게 귀농, 귀촌할 수 있을 것이다.

박요섭(전 타임즈코리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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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프리칭 편집위원, 타임즈코리아 논설위원을 지냈다. 서울정보통신대학원, 서울장신대학교 등 국내외 대학교에서 정보경영학, 교육공학, 다문화학 교수를 비롯해 학장, 학부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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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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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요섭 2015-11-19 19:41:24

    이렇게 넉넉하게 좋은 말씀 해 주시니 감사한 마음이 넘칩니다.
    양 선생님 글을 읽으니 저도 마음이 참 좋습니다.
    저도 도심과 인접해 있는 단지이기는 하지만, 동탄 옆 동네 전원에서 살고 있습니다.
    참고로 삼채는 닭백숙에 매우 좋습니다.
    냄새를 제거해주고, 김치에 넣으면 신선함이 오래갑니다.
    감사합니다. 꾸벅....

  • 양현미 2015-10-27 10:10:23

    저는 태어나서 농사, 농장일을 하는 집안에서 자라 어릴때는 그 귀중함을 몰랐지만 크고 나니 그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느끼게 되었습니다. 새벽에 나가 저녁놀이 지면 돌아오는 부모님이었지만 저와 동생들은 그런 부모님들의 흙냄새, 땀냄새를 좋아했거든요. 그 안에는 배의 달콤한 향도 있고 염소의 분냄새도 섞여 있었지만 가끔 도시가 답답할때 그 기억으로 달래기도 합니다.
    저와 동생들이 모두 독립을해서 각자 일을 시작하자 부모님은 다시 더 시골로 내려가셨어요. 어쩔때는 귀농을 한 부모님을 뵈러 두세시간씩 버스를 타는게 귀찮기도 하지만 돌아가면 풀이 가득하고 동물의 소리가 시끄러운 그곳이 너무 편안합니다. 삼채라는 것도 부모님께 알려드려봐야 겠어요!! 저분처럼 아주 우아한 생활은 아니지만 귀농한 분들이 모두 원하는 행복감을 전부 느끼고 계시겠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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