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발견한 택시 경광등으로 안전불감증을 지우다 – 전성기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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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발견한 택시 경광등으로 안전불감증을 지우다

자동차를 몰고 가다 앞 차량이 불쑥 멈춰 서는 바람에 놀라신 적이 없으신지요? 장담하건대 운전대를 잡은 시간이 오래된 분치고 이런 경험을 안 해본 사람은 우리 주변에 거의 없을 것입니다. 특히 택시 뒤를 따라 갈 경우 이처럼 불쾌하고도 가슴이 철렁거리는 일을 당할 우려가 커 조심하는 습관이 알게 모르게 우리나라 운전자들의 몸에 뱄다고 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물론 손님이 손짓하면 어디서나 급히 서야 하는 택시의 숙명(?)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막상 당하고 나면 눈꼬리가 올라가고 입에서는 거친 말이 튀어나올 가능성이 높지요.

오늘 아침 출근길에 저는 모처럼 흐뭇한 장면을 하나 접했습니다. 제 차와 제법 거리가 있기는 했지만 앞서 정차해 있던 택시가 주황색 경광등을 반짝반짝 켜놓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출근시간대라 주변이 어둡지는 않았지만 차의 지붕 가장자리 양쪽 등과 차폭 등을 일제히 깜빡이며 뒤에 오는 차들에게 자신의 위치를 알리고 있었습니다.

택시가 경광등을 켠다는 것은 분명 대단한 일이 아닙니다. 안전을 위해 당연히 해야 할 일이고 운전자 자신은 물론 사고로부터 다른 차량의 운전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마땅히 지켜야 할 수칙입니다. 손가락으로 스위치 하나만 누르면 되는 초간단 동작이라 ‘흐뭇하다’고 말하는 제 자신이 쑥스럽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저는 이 택시가 사방으로 빛을 뿜어내고 있던 장면을 누구나 지켜야 할 기본 상식 측면에서 바라보고자 합니다.

택시(크기변환)
택시가 경광등을 켜는 건 기사 자신의 안전을 지키는 것은 물론, 뒤에 오는 차량들이 비켜갈 수 있도록 시간을 벌어주기 위한 기본 수칙이다. ⓒIvakoleva/Shutterstock

일본 택시에게 배우는 청결, 친절, 안전

저는 2000년 초부터 약 4년 간 도쿄에서 거주한 경험을 갖고 있습니다. 같은 일본 땅에서, 같은 물을 마시고 같은 쌀로 지은 밥을 먹으며 일본인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는지를 평균적인 한국인보다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던 셈입니다. 그중에 하나 쉽게 예로 들 수 있는 것이 택시입니다.

요금이 비싸 한국에서처럼 쉽게 이용할 수는 없었어도 제가 접한 일본 택시의 공통점은 이랬습니다. 청결, 친절은 기본이고 기사들의 복장이 늘 단정했습니다. 넥타이를 매고 모자를 눌러쓴 제복 차림도 이들의 특징 중 하나였습니다. 흰머리의 고령 기사들이 많기는 했지만 묵묵히 전방을 주시하며 운전에 집중하는 이들에게서는 직업적 자부심까지 느껴지는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딱 한 가지, 제가 확인한 사실 중 하나는 정차할 때마다 반드시 차 지붕 가장자리에 달린 경광등은 물론 비상등까지 모두 미리 켜 안전 확보에 최선을 다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자신의 안전을 지키는 것은 물론 뒤에 오는 차량들이 앞 택시를 비켜갈 수 있도록 시간을 벌어주고 있는 겁니다.

 

기본 매뉴얼에 대한 반성과 탄식

이야기가 엉뚱한 곳을 돌아서 왔지만 제가 진짜 말하고 싶은 것은 택시의 경광등 하나가 아닙니다. 안전을 위해, 정상적인 생활을 위해 우리가 지키자고 그토록 외쳐대는 기본 매뉴얼에 관한 또 한 번의 반성과 탄식입니다. 얼마 전 서울 강남 지하철역에서 발생한 스크린도어 정비업체 직원의 안타까운 사망 사고도 결국은 기본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은 것이 원인 중 하나가 됐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4월에 일어난 세월호 침몰 사고만큼 한국 사회의 총체적 부패와 안전불감증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사건은 없었다며 우리는 분노했고 수치심에 몸을 떨었습니다. 참사 이후 ‘매뉴얼’ 석자만큼 매스컴을 도배질한 글자도 흔치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는 또 다시 안전불감증의 늪에서 허우적거린 탓에 귀한 생명을 희생시킨 아픔을 안았습니다.

소설가 아사다 지로의 원작을 바탕으로 제작돼 한국에서도 오래 전 인기를 끌었던 일본 영화 <철도원>을 기억하시는지요? 홋카이도 북단의 지독히도 외딴 시골 종착역을 지키는 역무원 주인공(다카쿠라 켄 분)은 승객이 있건 없건 반드시 동일한 수신호를 되풀이하며 한량짜리 열차의 출발을 지켜봅니다. 그리고 그러한 동작에는 한 치의 오차도 없습니다. 안전과 기본 그리고 자신의 직분에 최선을 다한다는 마음가짐이 바탕에 깔려 있음은 물론입니다.

안전불감증이 또 한 번 기사 제목을 요란하게 장식한 날의 아침, 출근길에 접한 주황색 택시의 경광등 불빛에서 자그마한 희망을 발견한 것이 흐뭇해 몇 자 위안의 글을 남겨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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