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이야기] ⑥ 인디언들의 도로 이름이었던 브로드웨이 – 전성기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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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이야기] ⑥ 인디언들의 도로 이름이었던 브로드웨이

브로드웨이 52번가. ©곽용석

브로드웨이로 옮겨 간 뮤지컬 극장

뉴욕의 ‘브로드웨이’ 하면 우리는 뮤지컬 공연을 떠올린다. 물론 뉴욕의 유명한 뮤지컬 극장들이 대부분 브로드웨이 길에 위치해 있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고풍스러운 무대와 장치들, 둥그런 의자들을 반원형으로 4~5층까지 배치한 관람석. 하지만 그곳을 채운 이들은 대부분 관광객이다. 뉴요커는 거의 없다. 그들은 생활하느라 여유가 없어서다.

1750년대 뉴욕의 초기 뮤지컬 극장들은 주로 맨해튼의 남쪽 지구인 로어 맨해튼에 들어섰다. 1820년대에는 로어 맨해튼의 뮤지컬 공연이 성황을 이뤘지만 1850년대부터 뉴욕의 극장들은 점차 다운타운을 떠나 미드타운으로 옮겨가기 시작했다. 부동산 가격 때문이었다. 뉴욕증권거래소와 월스트리트가 몰린 맨해튼 남부의 건물 가격과 임대료는 계속 치솟았고, 이를 감내하기 힘든 뮤지컬 극장들은 자리를 옮겼다.

1870년대 브로드웨이의 중심부는 유니언스퀘어였다. 1890년대 전후로는 매디슨스퀘어에 수많은 극장들이 둥지를 틀었다. 점점 변두리인 북쪽으로 이동한 것이다. 타임스퀘어 지역에는 1920~1930년대가 되어서야 여러 브로드웨이 극장들이 세워졌다. 현재 뮤지컬 거리로 유명한 브로드웨이 42~52번가 사이의 극장들은 당시에 자리잡은 것이다.

 

인디언이 만들고 백인이 보존한 브로드웨이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이름 브로드웨이는 원래 맨해튼에 있는 인디언들의 도로 이름이었다. 그들은 수백 년 전부터 브로드웨이를 오갔는데, 그 길이가 무려 50㎞를 넘었다. 서울에서 오산까지에 해당하는 긴 거리로, 맨해튼 최남단인 배터리파크에서 시작해서 맨해튼을 가로질러 뉴욕주 웨체스터 지역까지 이어진 길이었다. 백인들의 뉴욕 맨해튼 도시 조성 이전부터 존재했다. 하지만 언제 누구에 의해 만들어졌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바위와 습지를 피해 구부정하게 이어진 오솔길의 모양새를 보고, 사람과 동물들이 넘나들던 흔적들이 시간의 흐름을 타고 길로 다져진 것으로 추정만 할 뿐이다. 여하튼 이 길을 지금은 ‘브로드웨이’라고 부르고 있다.

1811년 뉴욕시청에서 맨해튼의 도시계획을 전면적으로 재수립하는 과정에서 이 도로는 자칫 없어질 뻔한 위기에 처했다. 논란 끝에 도시계획 위원들은 브로드웨이를 남겨 놓기로 결정했다. 기존의 모든 도로를 과감하게 없애고 그리드의 정확한 정방형의 격자 도로를 계획하면서 단 하나의 예외를 둔 것이다. 오로지 ‘브로드웨이’만이 구부정한 사선의 길 그대로 보존되었다.

가로 세로로 교차하는 직선도로에 사선의 삐딱한 도로는 영 성가신 존재일 수도 있다. 하지만 브로드웨이는 존속하게 되었다. 인디언의 옛 자취와 영국인의 현재 사이에 조화를 꾀하기 위해서다. 그들은 인디언과 영국 두 이미지의 조화를 곳곳에서 이루고자 했다. 지명에서도 그들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 맨해튼의 지명을 남겨놓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맨해튼은 ‘마나하타’라는 인디언 말에서 유래했다. ‘마나’는 우리말로 ‘많다’라는 뜻이다. ‘하타’는 ‘돌과 언덕’이라는 의미이다. 그러니까 합하면 ‘돌로 된 언덕이 많은 곳’인 셈이다.

뉴욕 지도. 중앙 우측에 비스듬하게 사선으로 난 길이 브로드웨이다. ©Rainer Lesniewski/Shutterstock

도시 속의 작은 쉼터

브로드웨이의 인디언 길과 격자로 된 개발도로가 마주치는 곳에는 세모꼴의 쓸모없는 땅이 생기게 마련이다. 뉴욕시는 이곳을 정원과 쉼터로 꾸몄다. 자칫 딱딱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맨해튼의 격자형 도시계획은 브로드웨이의 사선 도로와 만나면서 신선한 포인트를 가지게 되었다. 그곳이 타임스퀘어, 매디슨스퀘어, 유니언스퀘어다.

1800년대에 새로운 도시를 기획하던 이들이 ‘신선한 도시의 건강한 모습’을 위하여 ‘남겨놓은 옛 도로’는 부수적으로 ‘작은 공간들’을 낳았다. 어쩌면 이 공간들은 비효율적인 부산물로 보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 쓸모없는 작은 땅들에 지금 전 세계의 관광객이 모여들고 있다. 하루 15만 명, 연간 5000만 명 이상의 맨해튼 관광객들이 그곳을 가득 메운다. 연말연시에는 토박이 뉴요커들이 혼잡을 피해 그 길을 비껴갈 정도다. 200년 전 조선 순조시대에 뉴욕의 조상들은 긴 호흡으로 먼 미래를 바라보는 지혜를 보였다. 후손들의 유지 관리도 관광객의 마음을 흔든다.

32번가 메이시백화점 앞 브로드웨이. 관광객들이 부담없이 쉬었다 갈수 있게 곳곳에 공원과 벤치를 조성해 놓았다. ©곽용석
32번가 메이시백화점 앞 꽃과 정원을 만들어 놓은 작은 공간. 이곳에 쉬어가는 사람들은 대부분 관광객이다. ©곽용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