곱고 바르게 늙는 인생 마라톤, 한번 시작해 보시렵니까 – 전성기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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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고 바르게 늙는 인생 마라톤, 한번 시작해 보시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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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마라톤이라고 하지요. 우리는 젊고 건강하게 주어진 삶을 달려가야 합니다. ⓒMaridav/Shutterstock

달리기가 죽도록 싫었습니다. 또래 친구들보다 한 뼘은 더 작은 키에 타고난 체력도 별 볼 일 없다 보니 달리기의 ‘달’자만 들어도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다리가 짧은 탓에 출발 신호가 들리자마자 냅다 뛰어나가도 뒤따라오는 다른 아이들에게 금세 따라잡히기 일쑤였습니다. 장거리 달리기도 다를 바 없었습니다. 제가 대학입시를 준비하던 1970년대는 예비고사는 물론 체력장 테스트도 거쳐야 했던 걸 모두 기억하고 계실 겁니다. 여기에 포함된 1000m 달리기가 제게는 또 엄청난 공포였습니다. 입시를 앞두고 치러진 체력장 테스트를 어떻게 통과 했는지 40년의 세월이 더 지난 지금도 신기할 따름입니다.

이렇듯 달리기는 저와 오랜 시간을 담쌓고 살아왔습니다. 제게는 도저히 오를 수 없는 나무,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 바로 달리기였습니다. 체력이 저질이고, 신체 조건이 루저(Loser) 수준인 데다 용기마저 없었으니 달리기는 그저 황영조, 이봉주 같은 스타들이나 하는 고차원의 운동으로 생각해 왔습니다. 심장과 관련된 질환으로 돌아가신 어른이 적지 않은 집안 내력도 저를 달리기 앞에 더욱 왜소한 존재로 만들어 버린 또 하나의 원인이었습니다.

 

마이웨이로 시작한 달리기

그런데 말입니다. 변화가 닥친 겁니다. 그것도 우연한 기회에,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이유로, 남의 나라 땅에서 말입니다. 특파원 시절인 2000년 초반이었습니다. 언어는 물론 다른 준비도 꽤 해가지고 바다를 건넜다고 생각했지만 낯설고 물선 일본 땅은 역시 타국이요, 일본인들은 딴 나라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만의 사회는 역시 폐쇄적이고 쉽게 속살을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스트레스는 쌓이고 “에라, 모르겠다”는 식으로 술과 일에 몸을 내맡기면서 이래저래 정신과 육체가 망가져 갔습니다.

몸무게가 한국에 있을 때보다 10㎏ 이상 늘고, 작은 키에도 배는 호빵처럼 부풀어 올랐습니다. 목이 늘 뻣뻣하고 수시로 통증이 엄습하는 데다 어깨는 무겁고 딱딱하게 굳어갔습니다. 얼굴은 까칠하고 푸석푸석하기만 했습니다. 제 자신이 거울을 들여다봐도 병색이 완연했습니다. 무언가 내 몸에 크고 좋지 않은 변화가 생기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그런데도 온종일 기사와 뉴스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하는 특파원 업무의 특성상 따로 시간을 내어 운동한다는 생각은 엄두도 내지 못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일본 문부과학성 취재를 마치고 서울로 떠나는 의학 담당 후배 기자를 배웅하는 자리에서의 일이었습니다.

“형, 아무래도 혈색이 안 좋고 느낌도 안 좋아.  빨리 병원에 가서 검진 받아 보는 게 좋겠어.”

명색이 의학 담당이라서 그랬을까요? 오랜 기간을 의사들과 만나고 병에 관한 기사만 써왔던 후배 기자는 나의 건강 상태를 아주 형편없는, 검진과 치료가 시급한 수준으로 단정했습니다. 물론 애정과 우려가 섞인 진단이었지만 말입니다.

그러나 기자로 오랜 세월을 살아온 사람들의 큰 특징을 아십니까. 똥배짱, 똥고집에다 무엇이든 기어코 제 맘먹은 대로 하고 마는 마이웨이 기질 아니겠습니까? 언론사 밥을 20년 가까이 먹고 산 덕이랄까요, 저도 이같은 기질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었습니다. 당연히 마이웨이 기질이 발동했습니다.

“병원? 병원은 무슨… 검진은 또 뭐야? 그렇다면 난 나대로 내 식으로 한다.”

그 순간 저의 뇌리에는 낮이고 밤이고 도쿄에서 너무도 흔히 볼 수 있었던 장면, 다시 말해 팬티에 러닝셔츠 하나만 걸치고 도심 여기저기를 달리는 사람들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설사 내가 죽을 병에 걸렸다면 죽기 살기로 달리기에 도전해보자. 팬티에 러닝셔츠, 운동화만 있으면 O.K. 아닌가? 돈도 따로 들 필요 없고 시간, 장소도 신경 쓸 것 없고.”

 

달리기가 가져다 준 삶의 희열, 그 감동의 세계

2002년 여름의 어느날 밤, 10시가 넘은 시각에 저는 운동화 끈을 단단히 조여매고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집에서 출발해 가까운 역, 버스 정류장, 공원을 돌아오는 식이었습니다. 물론 처음에는 20분을 넘기기 힘들었습니다. 다리는 뻐근하고 발바닥도 아팠습니다. 며칠 지나자 발목도, 장딴지도 통증을 호소하며 그만 달리라고 유혹의 혀를 낼름낼름 내밀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만큼은 저도 달랐습니다. 오기가 발동했습니다. 언론인 특유의 똥고집, 똥배짱도 고개를 들었습니다. “달리기로 만병을 고칠 수 있다는 얘기도 적지 않으니 한번 해보자.”

일주일, 한 달이 지나자 신체의 변화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석 달이 지나자 달리기는 이제 완전히 생활습관의 일부가 되어버렸습니다. 무심코 목욕탕 저울 위에 올라선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체중은 10㎏ 가까이 줄었고 거울에 비친 저의 얼굴빛은 말갛게 바뀌어 있었습니다. 뱃살이 빠지고 허리가 가늘어지면서 벨트는 두 구멍이나 뒤로 밀려나 있었습니다.

“그래, 이거다!”

모험 한 번 제대로 하지 않고 살아본 인생에서 죽기 아니면 살기 식으로 처음 도전한 달리기를 통해 저는 완전히 딴 세상에 눈을 뜨게 됐습니다. 희열, 감동, 환희 등의 단어로는 일일이 다 표현할 수 없는 묘한 기쁨의 세계로 저는 발을 딛게 되었습니다.

달리기를 시작한 지 어느덧 14년째, 저는 러닝맨으로 저 만의 젊고 건강한 인생을 지키고 있습니다. 체중은 언제나 일정하고 몸도 변함이 없으며 신체검사 결과는 거의 모든 면에서 아주 만족할 만한 지표를 알려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달립니다. 곱고 바르게 늙기 위하여

처의 반대와 주위의 우려를 무릅쓰고 만 50세의 나이에 처음 도전했던 풀코스 마라톤은 그후 약골의 제게 11회의 완주를 평생의 선물로 안겨주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무릎 관절을 너무 혹사하지 말라는 충고를 받아들여 속도를 많이 늦췄지만 지금도 달리기와 걷기를 병행하며 일 평균 하루 2만 보 이상의 발자취를 땅 위에 남기고 있습니다.

나이 들어가는 수많은 중년들의 여러 가지 소원 중 하나는 곱고 바르게 늙기일 것입니다. 내일 세상과 영원한 작별을 하더라도 그 직전까지는 꼿꼿하고 흐트러짐 없이 바로 서있다 가고 싶은 게 대다수 사람들의 소망일 것입니다.

저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곱게 늙으며 어른 대접을 제대로 받을 수 있는 비결을 알려주는 책들은 서점에 수없이 많이 깔려 있습니다. 이들 책의 공통점은 처세, 대인관계, 취미생활, 정서 안정 등에 많은 지면을 할애한 것일 겁니다.

하지만 저는 저의 경험을 통해 신체적 비결을 하나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걷고 뛰십시오. 돈도 들지 않고 별다른 준비도 필요 없습니다.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될 때까지 매일 뛰고 걸으십시오. 그리고 생각하십시오. 인생 후반을 좀 더 곱고 보람 넘치는 장면으로 바꾸는 데 진실로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고민하십시오. 저도 같은 숙제를 안고 답을 찾으러 열심히 달리고 걷겠습니다.

영화 <포레스트 검프>에서 주인공 역으로 나온 톰 행크스에게 어머니는 말합니다.

“인생은 초콜릿 상자와 같은 거야. 네가 무엇을 얻게 될지는 알지 못하지.”

우리의 인생 후반도 포레스트의 초콜릿 상자와 크게 다를 바 없겠지요. 무엇을 얻게 될지는 끝까지 가봐야 알겠지요. 그러나 저는 달립니다. 새로운 세계로 저를 이끌어준 걷고 달리기가 너무나 좋아서이기 때문입니다.

양승득(전 한국경제매거진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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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신문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해 생활경제부장, 주일특파원, IT부장을 지냈다. 이후 한국경제매거진 사장, 파이낸셜뉴스 논설주간을 역임했으며, 현재 바움커뮤니케이션 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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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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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현미 2015-10-27 10:17:10

    1970년대면 제가 태어나기 한참 전인데 그때는 체력테스트를, 게다가 1000m라니요!! 100m도 아니고!! 저는 단거리라면 자신있지만 지금도 장거리라면 치가 떨립니다. 근데 언젠가 참가한 마라톤에서 연령불문 모든 사람들이 진지하게 달리는 것을 보고 '이게 그렇게 매력적인가?'라고 궁금해 한적이 있었지요. 확실히 매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솔직히는 10kg 빠지신것에 솔깃했다는 ㅎㅎㅎ) 우선은 마라톤은 무리니 천천히 걷기대회부터 도전해 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