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컬레이터, 두 줄로 서야 할까? 한 줄로 서야 할까? – 전성기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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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컬레이터, 두 줄로 서야 할까? 한 줄로 서야 할까?

‘에스컬레이터 두 줄 서기’ 캠페인을 폐기하기로 했다는 지난 9월 20일 국민안전처 발표는 많은 사람들을 의아하게 했다. 그런 발표 직전까지도 지하철 역사마다 ‘에스컬레이터는 손잡이를 잡고 두 줄로 타세요’라는 안내문을 비롯해서 여러 종류의 캠페인 포스터가 나붙어 있었고, 그 문구들을 보면 에스컬레이터에서 일어나는 모든 안전사고는 마치 두 줄로 서있지 않기 때문인 것처럼 돼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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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컬레이터 두 줄 서기 캠페인. ⓒ이광복
그런데 갑자기 그런 두 줄 서기 캠페인을 폐기한다는 발표를 하면서 이후 한 줄로 서라는 것인지 그대로 두 줄로 서야 하는 건지 구체적인 얘기가 없었다. 처음 이 소식을 접한 시민들이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다만 ‘에스컬레이터에서 걷거나 뛰지 않기’ ‘손잡이 잡기’ ‘안전선 안에 탑승하기’ 등 몇 가지를 새로운 에스컬레이터 안전이용 수칙이라고 덧붙이고 이런 안전수칙이 정착되지 않으면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발표 내용만 보면 두 줄 서기 캠페인은 폐기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종전처럼 한 줄 서기로 돌아가라는 얘기가 아닌 것 같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굳이 이런 발표로 시민들을 혼란스럽게 한 속뜻은 모르지만 아무튼 한마디로 ‘(두 줄 서기) 캠페인은 안 한다’였다. 더 간단하게 말해서 ‘캠페인만 안 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여도 될 듯했다.

지난 2007년 ‘손잡이를 잡고 두 줄로 타세요’라며 에스컬레이터 두 줄 서기 캠페인을 시작한 지 8년 만의 일이다. 한 해에 수십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는 캠페인 예산 때문인지, 수시로 고개를 드는 두 줄 서기 찬반 논란 때문인지 알 수 없지만 발표에는 정확한 캠페인 폐기 이유가 나와 있지 않다. 그러나 이로 인해 지하철 역사의 에스컬레이터에서 서있는 사람과 앞서 가려는 사람 간에 실랑이가 벌어지는 흔한 광경이 사라진다면 그나마 다행일 것이다.

사실 그동안 논란이 될 때마다 드러난 여론을 보면 두 줄 서기나 한 줄 서기 모두 찬반이 엇비슷했다. 두 줄 서기를 찬성하는 사람들은 캠페인의 안내 문구처럼 “기계 고장과 안전사고의 원인이 되고 다른 이용객에게 불편을 준다”는 이유를 들었고, 한 줄 서기 찬성자들은 “에스컬레이터에서 걷거나 뛰는 것이 기계 고장과 안전사고의 원인이라는 근거가 미흡하고 바쁜 이용객에게는 오히려 두 줄 서기가 불편을 준다”고 지적해왔다.

그러나 두 줄 서기 캠페인을 시작했던 기관들의 설명이나 통계를 보면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에스컬레이터 이용자들이 뛰면 기계에 하중이 늘어나 고장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얘기는 구차하기까지 하다. 그렇다면 하중이 조금 더 가해져도 고장이 나지 않도록 기계를 견고하게 잘 만들어야 할 일이다. 에스컬레이터에서 뛰다가 안전사고가 난다는 설명도 마찬가지다. 에스컬레이터에서 뛰지 못하게 하는 바람에 계단으로 뛰어가는 사람은 덜 위험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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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지하철역의 에스컬레이터 모습. ⓒ이광복
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의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에서 운영 중인 에스컬레이터는 모두 2만8000여 기이고 여기서 한 해에 발생하는 사고는 50건 내외에 달한다. 사고 건수를 연도별로 보면 두 줄서기 캠페인 전인 2006년 41건에서 캠페인을 시작한 2007년 44건을 기록했고, 2008년 85건으로 급증했다가 2009년부터 2012년까지는 51~54건, 2013년에는 33건이 발생했다(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 자료). 캠페인이 사고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되지 못한 셈이다.

그러나 구체적인 사고 내역을 보면 ‘에스컬레이터에서 걷거나 뛰면 안전사고 위험이 있다’며 두 줄 서기를 강요했던 캠페인의 명분은 어떤 근거에서 나온 것인지 의심스러워진다. 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이 밝힌 최근 15년 간의 사고 사례에는 이용자가 에스컬레이터 위에서 걷거나 뛰다가 난 사고가 없다. 손잡이를 잡지 않고 서있다 중심을 잃고 넘어지거나, 정지한 에스컬레이터 위를 걷다가 갑작스런 운행으로 넘어진 사고는 있지만 정상 운행 중인 에스컬레이터에서 걷거나 뛰다가 발생한 사고는 나와 있지 않다.

오히려 에스컬레이터가 운행 도중 갑자기 정지해 승객이 추락하거나, 운행 중인 에스컬레이터의 핸드레일 정지 또는 장력 불량으로 이용자가 다치는 등 기계 고장으로 인한 사고가 적지 않다. 결론적으로 한 줄 서기가 안전사고의 원인이 된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근거가 없는 것이다. 다만 걷거나 뛰지 않고 서있다고 해도, 손잡이를 잡지 않고 있다가 균형을 잃고 넘어지는 사례는 있다.

전 세계에서 두 줄 서기 캠페인 같은 것을 하는 나라는 한 곳도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설사 있다고 해도 좋다. 조금 바쁜 사람을 위해 에스컬레이터의 한 쪽을 비워두는 것이 잘못된 일은 아니다. 외국에서는 사람들이 한 줄로 서있는 에스컬레이터 한 쪽 여유 공간으로 바삐 걸어가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위에 있는 사람이 넘어지면서 아래쪽 사람들이 연쇄적으로 넘어지는 사고도 두 줄로 설 때보다는 한 줄로 서있을 때 피해자가 더 적을 수 있다. 또 요즘은 스마트폰으로 환승할 열차의 시간표를 확인하고 거기에 맞추기 위해 지하철역 구내에서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이 꽤 있다. 5분, 10분 차이로 어려운 입장에 처할 수도 있는 사람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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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에 한 줄로 서서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는 사람들. ⓒ이광복
백화점이나 업무 시설 같은 곳의 에스컬레이터에서는 걷거나 뛰는 사람을 보기 힘들다. 그만큼 지하철 역사의 에스컬레이터는 이용객도 많고 바쁜 일상생활에 도움이 되는 용도로 인식되고 있는 시설물이다. 두 줄 서기 캠페인을 폐기하고 이번에는 무슨 캠페인을 계획 중인지 몰라도, 한 줄 서기가 지하철 에스컬레이터 안전사고의 원인인 것처럼 오해하게 만드는 캠페인은 하지 않기를 바란다.

특히 에스컬레이터 안전이용 수칙은 실제 이용 상황을 감안한 실효성 있는 수칙이어야 할 것이고, 1분당 30m로 유지한다는 운용속도도 설치 장소와 시간대별로 탄력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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