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에도 조선통신사가? 한일 젊은 대학생들의 문화 교류 – 전성기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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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에도 조선통신사가? 한일 젊은 대학생들의 문화 교류

한국과 일본 사이에는 2015년 현재도 ‘조선통신사’가 왕래하고 있다.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이후 17~19세기 초, 조선이 일본에 파견했던 통신사와 같은 이름이지만 형식과 내용은 다르다. 조선은 1607년(선조 40년)부터 1811년까지 모두 12회에 걸쳐 500명 정도의 통신사를 일본에 파견했고, 일본은 60여 차례나 조선에 통신사를 보내왔다. 250년 간 평화가 유지될 수 있는 배경이었다.

 

한일 평화문화교류  <조선통신사 축제 2015> 열려

지난 5월 2일 부산 용두산 공원에서는 <조선통신사 축제 2015>가 열렸다. 한일 평화문화 교류 대축제의 일환으로 열린 이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조선통신사 행렬 퍼레이드였다. 여기에는 해군 군악대, 여고생 마칭 밴드, 외발 자전거 동호회 같은 많은 단체들이 참가했으며 이런 대규모 통신사 이벤트는 부산 축제가 유일하다.

지난 9월 6일에는 남녀 50여 명으로 구성된 한국과 일본 대학생들이 서울 광화문 세종대왕 동상 앞에 모였다. 이들은 광화문 네 거리를 지나 시청 → 남대문 → 서울역 → 남영동 → 숙대입구역을 지나 용산 삼각지에 있는 전쟁기념관까지 약 6㎞를 걸어 약 두 시간 만에 도착했다.

유니폼 차림의 남녀 대학생들이 ‘조선통신사’ 깃발을 들고 행진하는 모습을 본 일부 시민들은 즉석에서 대열에 동참, 목적지인 전쟁기념관까지 행진하기도 했다. 이 가운데는 예비역 육군 장성도 끼어 있었다.

 

21세기 조선통신사,  대학생 방한(訪韓)‧방일(訪日) 연수단

한국과 일본에서 온 이들 ‘대학생 방한(訪韓)‧방일(訪日) 연수단’ 일행은 하루 전인 9월 5일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 9박 10일 간의 한국 체류 일정에 들어갔다.

오후 12시 30분쯤 연수단 일행 50여 명이 마침내 전쟁기념관 구내 식당에 도착했다. 기념관 측에서는 이날 점심 메뉴로 학생들에게 비빔밥을 내 놓았다.

전쟁기념관 내 구내식당에서 비빔밥으로 점심을 먹고 있는 한일 청년조선통신사. ⓒ김준범

일본 학생 중에는 비빔밥이 처음이라는 사람도 꽤 있었다. 매운 고추장을 호호 불어가며 먹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맵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오이시이(맛있다)”를 연발했다. 일본인 특유의 다테마에(建前, 겉치레)가 몸에 밴 탓이리라.

식사 후 잠시 커피타임을 가진 대학생 일행은 해군 정훈장교 출신 홍보부장의 안내로 기념관 입구 현관에서 단체 기념사진을 찍었다. 이어 전담 문화해설사(50대 여성)의 설명을 들으며 내부 견학에 들어갔다. 임진왜란 당시 활약했던 거북선 모형도 전시돼 있었다. 그 앞에 선 일본 학생들은 해설사의 설명을 진지하게 경청했다. 하지만 별다른 질문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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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전쟁기념관 현관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청년 조선통신사 일행. ⓒ김준범

21세기 청년 조선통신사들의 9박 10일 한국 일정

이들 대학생 방한(일)단의 정식 명칭은 ‘평화로 가는 길, 21세기의 유스 조선통신사’로 꽤 긴 이름이다. 줄여서 ‘조선통신사’로 부르는데 그 앞에 붙어있는 ‘유스’는 영어의 ‘Youth(청년)’를 표현한 것이다. 그러니 ‘21세기 청년 조선통신사’로 풀이될 수 있을 것이다.

어쨌거나 이들은 올해로 세 번째 한국과 일본을 번갈아 가며 방문해오고 있다. 이번에는 9월 5일부터 14일까지 9박 10일 간 한국을 먼저 방문하고 이어 일본을 똑같은 기간 방문하도록 계획돼 있다.

이날 전쟁기념관에서 한일 대학생들은 상호간 이해증진을 위한 간단한 발표회도 가졌다. 대학생활과 자국의 문화를 소개하고 질문에 답변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저녁에는 덕수궁 옆 정동극장에서 연극(한국 뮤지컬)을 관람했다.

토론회를 마치고 기념 포즈를 취하고 있는 청년 조선통신사 그리고 일본 우시오 대표(맨 오른쪽). ⓒ김준범

이들 통신사 일행은 9박 10일 동안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견학 ▲문경새재 제3관문 시민과 걷기 ▲태권도 연습 ▲한옥 스테이 ▲한복 입고 유교 예법 배우기 ▲아리랑 등 한국무용 체험 ▲경주박물관과 석굴암, 천마총 견학 ▲나자래원 방문 ▲포항 구룡포 견학 ▲울산대 학생들과 8㎞ 걷기 ▲부산 용두산 왜관 터 견학 등 빡빡한 일정을 거뜬히 소화했다.

마지막 날인 14일 오후 2시, 통신사 일행은 한국 일정을 모두 마치고 김해공항을 출발, 나리타(成田)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21세기 조선통신사의 가교역할, 일본 비영리단체 ‘일중한(日中韓)에서 세계로’ 

이번 한일 대학생 교차 방문단 행사는 일본의 공익재단 법인인 ‘일한(日韓)문화교류기금’의 지원으로 추진된 것이다. 이번 행사를 직접 주관한 것은 ‘일중한(日中韓)에서 세계로’라는 비영리단체로 대표는 우시오 게이코(牛尾惠子, 65세) 씨가 맡고 있다.

우시오 대표는 1970년대 한국의 서강대학교에서 국문학과 4년 과정을 마친 후 정식 국문학 학사학위를 취득했다. 그후 일본과 한국을 빈번히 오가면서 통역 업무를 주로 해왔고 어느 시점부터는 일본 정부가 한국의 VIP를 초대할 때 이들의 통역을 전담하다시피 했다.

우시오 대표가 ‘일중한에서 세계로’라는 비영리단체를 통해 추진하고 있는 업무는 주로 국제 교류 및 통·번역 사업 등이다. 그녀는 자신의 오랜 통역생활 경험을 통해 국가나 지역 간 오해와 분쟁을 해소하고, 상호 간 이해의 폭을 넓히기 위해 다양한 교류의 장을 만들어 가려는 꿈이 있다.

비영리법인 ‘일중한에서 세계로’에는 없어서는 안 될 또 한 사람의 존재가 있다. 이 조직의 부대표 겸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이미미(李美美, 54세) 씨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우시오와 이미미라는 두 바퀴가 있어 그 조직이 굴러갈 수 있는 것이다.

우시오 대표(오른쪽)와 이미미 부대표겸 사무총장(왼쪽). ⓒ김준범

이미미 사무국장은 이번에도 우시오 대표와 함께 9박 10일 간의 방한 일정을 무사히 마쳤다. 연세대학교를 나온 그녀는 재일교포 2세로 한국어가 유창한 데다 매사 에너지가 넘쳐 보였다. 한국과 일본의 선린 우호관계를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마다하지 않겠다는 이들 두 사람의 날갯짓이 머지않은 장래에 큰 평화와 공존의 나비효과로 나타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