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역사] 1966년 10월 13일 무구정광대다라니경 발견 – 전성기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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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의 역사] 1966년 10월 13일 무구정광대다라니경 발견

2015.10.13 · 심언준(전 미디어칸 대표) 작성

신라시대에 축조되어 1000년을 버텨온 불국사 석가탑에 1966년은 수난의 해였다. 도굴범들이 두 차례나 침입해 석가탑을 헤집어놓은 것이다. 불국사 주지스님을 비롯한 스님들은 갑자기 탑에 금이 가는 등 이상 징후를 발견했지만 지진에 의해 기울어진 것으로 생각했다. 한편으로는 풍화작용 때문이라는 말까지 나온 상황이어서 경찰도 마찬가지로 손을 놓고 있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의 문제 제기와 경찰 수사 결과 도굴꾼들이 드나들었음이 드러나자 온 나라가 들끓기 시작했다. 다행히 집중 수사 끝에 도굴꾼들이 잡혔지만 석가탑은 보수에 들어가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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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시대에 축조되어 1000년을 버텨온 불국사 석가탑에게 1966년은 수난의 해였다. ⓒLouis W/Shutterstock

석가탑 보수 과정에서 발굴

석가탑의 보수를 위해 탑을 해체하는 과정에서 3층 탑부가 세 동강으로 깨지는 등 또 다시 수난을 당해야 했다. 그때 도굴꾼들이 그렇게 찾아내려고 했던 금빛 사리함이 발견됐다. 사리함에는 노랗게 기름이 입혀진 두루마리가 담겨 있었다. 1200여 년 동안 깊은 잠에 빠져 있다가 10월 13일 비로소 햇빛을 본 이 유물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판 인쇄물인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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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6년 불국사 석가탑 해체 때 2층 사리공에서 출토된 무구정광대다라니경. 이듬해 9월 국보 제126호로 지정됐다. ⓒ연합뉴스
‘다라니경’이란 탑을 조성한 다음 불경을 염송함으로써 성불한다는 뜻에서 이루어진 경전(기도문)으로서, 탑 속에 이를 수납하는 것이 풍습으로 되어왔다.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은 다라니경의 전문을 인쇄한 것이다.

석가탑에서 발견될 당시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은 일부가 부식되고 손상되어 여러 조각으로 찢어져 있었다. 1980년대 후반 대대적인 복원에 들어갔고 현재는 거의 완벽하게 복원되어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국보 제126호).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은 12장의 종이를 이어 붙였으며, 1행 8~9자의 다라니경문을 두루마리 형식으로 적어놓아 길이가 6.2m에 달한다.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의 정확한 제작 연도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704년에서 751년 사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이 중국에서 번역된 것이 704년이고 불국사와 삼층석탑이 만들어진 것이 751년이기 때문이다. 이 인쇄물이 발견되기 전까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인쇄물은 770년경에 간행된 일본의 ‘백만탑다라니’로 알려져 왔다. 이보다 석가탑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이 20년 이상 앞서는 것이다.

 

중국 측 억지로 세계문화유산 지정 못 받아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은 아직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받지 못하고 있다. 중국 학자들이 ‘측천무후의 변조 문자’가 사용됐다는 것을 근거로 삼아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이 중국에서 건너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측천무후 변조자’란 스스로 제후에 오른 역사상의 여걸인 당나라 고종의 황후 측천무후(기원후 690~705년)가 100여 자의 새로운 글자를 만든 것을 말한다. 이 변자는 황후가 죽은 뒤에도 약 100년 동안 쓰였는데 금석학상 시대를 고증하는 중요한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반면 우리 학자들은 측천무후가 만든 변조 문자는 무구정광대다라니경보다 50년 전에 만들어진 것인데 그 정도 시간이면 신라에도 들어와 통용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또한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의 종이가 신라 것일 뿐만 아니라 그 제작 연대가 8세기 초라고 분석되고 있다. 다라니경에 쓰인 ‘정광(淨光)’이라는 글자는 국보 제37호로 지정된 경주 구황리 삼층석탑의 사리함(706년) 글씨와 똑같은 서체의 신라 글자다.

또 다른 고증으로 752년 석가탑 건립 기록에 목판 인쇄된 무구정광대다라니경에 대한 수장 기록은 없으나 건립 후 수리 해체에 관한 기록도 전혀 없다. 조선 초의 극단적 배불숭유에 의한 박해, 17세기의 병자호란, 16세기의 임진왜란 등 불국사가 여러 번 재난을 당했으나 문서의 기록이나 발견 당시 탑 내 상태로 보아 탑을 한 번도 열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는 근거도 있다.

한편 세계 최고(最古, 가장 오래된)의 금속활자본은 1377년 한국 청주의 흥덕사에서 간행된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이다. 오는 10월 14일부터 16일까지 사흘간 펼쳐지는 <제10회 서울인쇄대상 및 인쇄문화축제>에서는 무구정광대다라니경과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 등이 전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