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앞에 장사 없다’는 말은 괜한 빈말이 아니다 – 전성기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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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앞에 장사 없다’는 말은 괜한 빈말이 아니다

가장 친한 고등학교 친구들을 오랜만에 만났다. 그중 한 녀석 개인 사무실에서 만나 주문한 배달 음식과 술을 마셨다. 꽤 넉넉히 마셨는데도 다른 한 녀석이 2차를 가자며 호기롭게 나선다. 우~ 우~ 몰려가는 뒤를 따르다가 필자는 언제나처럼 슬그머니 옆길로 빠졌다. 누가 본 놈이 있어도 굳이 붙잡지 않았을 거다. 1차로만 끝낸다는 게 필자의 오랜 원칙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술자리를 경계하는 말 중에 ‘사람이 술을 마시고, 술이 술을 마시고, 술이 사람을 마신다’는 말이 있다. 정확히 1차, 2차, 3차에 해당되는 상황이다. ‘호랑이가 됐다가, 돼지가 됐다가, 원숭이가 된다’는 말도 마찬가지다.

모두 다 알코올이 뇌를 마비시켜서 벌어지는 일이다. 뇌가 제 역할을 못하니 한 말 또 하고, 또 하고… 결국에는 아직도 하지 못한 말들이 많이 남았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2차 가서 못한 말 더 하자는 심산이다.

장기 중에서 유일하게 뇌와 연결된 것이 위장이라고 한다. 술을 마시면 이 연결망이 끊어지니 위에 아무리 많은 음식이 채워져도 뇌는 계속 먹고 싶은 것이라고 한다. 이건 의사 친구한테 직접 들은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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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없는 삶은 재미 없지만 술 때문에 짐승이 되어서야 되겠는가. ⓒ강기석

필자가 술자리를 1차로 끝내기로 결심한 것은 13년 전 편집국장으로 일할 때다. 직책상 거의 매일 술을 마셔야 하는데, 어느 날 이대로 2차, 3차까지 계속 어울리다간 제 명대로 못 살 것 같다는 느낌이 왔다.

하지만 아직도 2차를 향하는 친구들에게 등 돌리고 온다는 것이 영 아쉽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그런 복잡한 심사가 있다. 그걸 이겨내지 못하면 결코 오랫동안 술을 즐길 수 없다. ‘술 앞에 장사 없다’는 말은 괜한 빈말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