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이야기] ⑩ 100년을 내다 보고 만든 뉴욕 지하철 – 전성기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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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이야기] ⑩ 100년을 내다 보고 만든 뉴욕 지하철

뉴욕 관광객과 주민의 차이점은 지하철을 타보았느냐의 관점에서 확연히 구분된다. 지하철은 관광지가 아니기에 일반 관광투어에 속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샅샅이 돌아보는 젊은 배낭족들은 물론 당연히 경험했으리라.

뉴욕 지하철역 플랫폼. 100년 전에 만들어진 모습 그대로다. 인테리어는 낡고, 사람이 타고 내리는 플랫폼은 좁다. ⓒ곽용석

뉴욕의 지하철은 우선 지저분하다. 100년이 넘었기에 더럽고 으레 설명되는 단골 단어인 ‘쥐’가 많다. 지하통로가 좁고, 플랫폼 역시 좁고, 화장실이 태부족이고, 청소는 하는 것 같지만 쓰레기는 많다. 시설과 인테리어에도 미적인 감각은 찾아볼 수 없다. 가끔 역내에 미술작품을 설치했다고 신문에서 호들갑을 떨기도 한다. 우리 아마추어 입장에선 별 것 아닌 작품 몇 개 설치한 것인데 말이다. 허나 그들의 입장에서 낡아빠진 역내 인테리어를 감안하면 대단한 이벤트일 수도 있다. 우리네 반관반민(절반은 관광객이고 절반은 거주민) 입장에서 보면 하여튼 지하철은 단점이 많아 보인다. 한데 관광객에서 거주민 입장으로 들어가게 되면 조금 생각이 바뀌게 된다. 실용적이고 편리한 구석이 조금씩 보인다.

 

실용성과 효율성을 갖춘 최고의 교통수단

우선 지하철 노선이다. 맨해튼 땅은 남북으로 가늘고 기다랗다. 노선들은 직선으로 빠르게 중심부로 이동한다. 동서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즉 브루클린이나 퀸즈에서 맨해튼으로 들어오는 경우도 미드타운이나 로어맨해튼으로 가깝게 연결해주고 있다. 변두리에서 도심으로 바로 진입이 가능토록 거의 직선 라인으로 설계했다. 또한 동일한 노선에 특급과 완행이 함께 있다. 웬만한 지역에서 시내 중심가를 지날 경우 특급을 이용하면 20분대 이내에 맨해튼 중심지역으로 진입이 가능하다. 중심지역을 벗어나면 노선들은 완행으로 바뀐다. 노선마다 독특하게 완행과 특급을 구역별로 바꾸어가며 그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있는 것이다.

지하철 7번은 한인 교포들이 많이 사는 종점 플러싱에서 맨해튼 타임스퀘어까지 운행한다. 특급과 완행 두 개의 노선이 있다. ⓒ곽용석

요금도 흥미롭다. 1회 지하철 요금이 2.75달러다. 뉴욕 시내에서 어디를 가든 거리, 시간 상관없이 동일 요금이다. 동남쪽인 브루클린에서 북쪽인 브롱스까지 최대 40㎞ 거리를 갈 때도 2.75달러다. 특이한 점은 7일 간과 30일 간 무제한 지하철 카드가 있다는 것이다. 각각 요금은 31달러, 116.5달러다. 이 기간 동안에 무제한으로 지하철 이용이 가능하다. 시내버스와 환승도 가능하다. 역시 해당 기간 동안 무제한 무료 환승이 가능하다.

우리보다 나은 점은 또 있다. 24시간 365일 하루도 빠짐없이 운행한다. 당연히 심야에도 운행한다. 물론 새벽에는 배차 간격이 넓다. 새벽에 택시를 탈 수 없는 서민들을 위한 배려다. 경영상 수익을 따진다면 새벽 운행은 당연히 적자다. 허나 돈이 없는 서민을 위한 정책적인 배려다.

얼마 전 강남에서 심야에 택시 잡기가 어렵다는 뉴스를 접했다. 강남에서 손님을 태우면 인센티브를 준다는데 정말 어이가 없다. 국민의 세금을 술 마신 사람들이 택시 잡는 데 사용한다니, 무슨 발상이 이렇게 촌스럽기 짝이 없는가.

우리 서울보다 1.3배나 넓은 뉴욕시는 우선 단일권이다. 시내 어디를 가든 대부분 지하철로 빠르게 갈 수 있다. 뉴욕 시내 거주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자동차가 불편하다. 특히 맨해튼에 거주하는 사람일수록 그렇다. 맨해튼은 자동차 활용이 아주 불편한 곳이다. 주차비, 교통난, 세금 등을 따지면 지하철과 버스가 훨씬 효율적이다. 현재 뉴욕의 지하철 노선은 총 26개다. 1일 이용객이 550만 명이다. 서울의 경우는 하루 이용객이 500만 명이다. 뉴욕 전체 인구 800만 명, 서울 1000만 명으로 보면 뉴욕의 이용률이 좀 높은 편이다.

 

서민을 위한 서민을 향한 뉴욕 지하철

세계 최초의 지하철은 1863년 영국 런던에서 만들어졌다. 미국에서의 첫 지하철은 1897년 보스턴에서였다. 하지만 최대의 노선을 자랑하는 것은 단연 뉴욕 지하철이다.

1904년 로어맨해튼 뉴욕시청에서 145번가 할렘까지 약 15㎞ 구간이 처음 건설됐다. 그 당시에 로컬(완행) 한 개의 철로 건설도 벅찰 텐데 처음부터 3~4개의 철로를 건설한 것은 상당한 미래 통찰력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하다. 요금은 물가 수준을 감안하면 우리와 비슷하지만 실용성으로는 우리보다 상당히 앞서있다. 뉴욕 지하철은 상당히 서민적인 것이다. 일반 시민들은 지하철을 아주 애용한다. 가격과 시간 모두 합격점이다. 맨해튼에 거주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지하철을 이용한다.

맨해튼 커넬스트릿역. 내부는 어둡고 침침하지만 기둥과 주요 골재를 철재로 사용해 100년이 되어도 안전한 느낌이다. ⓒ곽용석
그랜드센트럴역 표지판. 역사 내 벽에 붙어있는 표지명이 촌스럽지만 별 문제가 없으면 그냥 그대로 둔다. ⓒ곽용석

서울 지하철 노선을 보면 상당히 자괴감에 빠진다. 우선 2호선, 9호선은 그나마 실용적이다. 허나 3호선, 4호선을 비롯해 나머지 노선들은 그야말로 버스 회사의 로비에 밀린 정말 우스꽝스런 ‘뱀노선’이다. 100년 대계를 어떻게 이렇게 만들었는지 기네스 기록감이다.

우리도 지하철 시대가 벌써 40년이 넘었다. 1호선 종로 지역을 가보면 벌써 내부 인테리어나 시설이 낡아 보이는 것을 느끼게 된다. 한데 110년이나 된 뉴욕 지하철을 생각하면 그나마 이 정도는 상당히 봐줄만 하다. 아무리 더럽고 지저분하고 우중충한 지하철이지만 이것이 없으면 뉴욕은 이제 일상이 제대로 돌아가지 못한다. 지하철이 도시 흐름의 중추 역할을 하고 있다.

있는 사람들은 자동차를 이용하고 없는 서민들은 지하철을 이용하라는 선택과 옵션이 그들 앞에 놓여 있다. 없는 자들에게도 항상 선택의 기회를 주는 관용과 배려의 정신이 그 사회의 밑바닥에 항상 흐르고 있다.

곽용석(전 중앙일보 컨텐츠기획팀장/부장)
곽용석(전 중앙일보 컨텐츠기획팀장/부장) 모든기사보기

중앙일보사 수습 기자로 입사, 조사, 산업, 기획, 온라인, 사장실, 광고, 조인스랜드 거쳐 부국장으로 지냈다. 이후 부영그룹 홍보이사를 역임했다. 지금은 미국 부동산 세일즈퍼슨으로서 뉴욕 소재 Nest Seekers International사의 한국지사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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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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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니 2015-10-30 09:09:59

    100년나 됐으니 낡고 지저분하지만 그런대로 잘 가더라구요~안전치 않으면 그 상태로 두겠어요? 모든 시설물도 문화재처럼 원형을 보전하면서 최소한의 보수ㅡ만 하는것 같습니다. 이또한 우리가 짚고 넘어가야 할점...

  • 5호선의 OL 2015-10-28 09:32:50

    아주 예전에 1호선을 타고 천안과 서울을 오갈 때에는 낡고 쾌쾌한 분위기가 몹시 싫었었는데요. 지금 와 생각해 보니 그 지하철 없었으면 내가 무슨 수로 통근을 했었을까 싶습니다. 낡았지만 아주 기본적이고 간결한 노선이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은 어디 한번 가려면 이거 환승하고 이렇게 돌아서 계산을 계속 오르내리고 각 지역을 다 들르는 건 좋지만 너무 베베꼬인 느낌이 있는 것 같기도 하네요. 시원하게 내달리던 1호선, 갑자기 타고 싶어집니다.(역시 뉴욕 지하철은 조금 무섭고 쥐....엄청 클 것 같네요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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