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순 기념으로 가족과 풀코스 완주… 멋진 인생이죠” – 전성기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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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순 기념으로 가족과 풀코스 완주… 멋진 인생이죠”

2015.10.19 · 이영란(전 매일경제 기자) 작성

팔순(만 79세)을 맞아 잔치를 벌이는 대신 마라톤 풀코스(42.195㎞)를 완주한다면? 더구나 중년이 된 자녀들과 같이 동반주까지 한다면? 일생을 살면서 여러 가지 복이 있겠지만 팔순 기념 마라톤만큼 뜻깊고 의미 있는 행사가 또 있을까 싶다. 건강과 다복함을 모두 갖춘 주인공은 오는 10월 25일 춘천마라톤 풀코스에 도전하는 박종언 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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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순을 기념해 가족과 함께 마라톤대회에 참가하는 박종언 옹. ⓒ이영란

70세에 마라톤 첫 입문

1936년생인 박 옹은 남들이 마라톤을 그만둘 나이인 70세에 마라톤에 입문했다. 공직에서 은퇴한 후에도 짬짬이 건강관리를 해왔지만 나이가 들면서 조금씩 높아지는 혈압은 어쩔 수가 없었다.

“혈압이 높으니까 공원에서 꾸준히 운동하는 게 어떻겠느냐는 아들의 권유로 상암동 하늘공원을 처음 찾았어요. 70세가 되던 10년 전 초가을이었지요. 집사람과 둘이서 걷기부터 시작했다가 얼마 후에 마라톤클럽에도 가입하고 달리기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달리기를 전혀 해본 적은 없었지만 매일 꾸준히 걷기와 달리기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달리기를 시작한 초기에는 무릎 관절이나 발바닥 통증으로 고생하기도 했지만 그때도 달리기를 쉬지 않았다.

몸을 살살 달래가면서 지속적으로 연습한 끝에 마라톤 입문 2년 만에 동아마라톤대회에서 4시간 25분이라는 좋은 기록으로 첫 풀코스를 완주했다. 2008년에는 기록 제한으로 아마추어들이 출전 자격을 얻기가 어려운 보스턴마라톤대회에도 참가했다. 마라톤을 시작한 이후 현재까지 풀코스만 모두 22번을 뛰었다. 하프코스 대회는 기회 있을 때마다 수시로 참가하고 있다.

“3년 전 고구려마라톤대회에서 뛰는데 가슴이 답답하더라고요. 뭔가 이상하다 싶어서 약국을 찾아갔더니 큰 병원에 가보라는 겁니다. 곧바로 서울대병원에 찾아가서 검사를 했더니 심장으로 가는 혈관 3개 중에서 2개가 막혔다고 해요. 그렇게 열심히 운동했는데도 나이가 드니까 어쩔 수 없나 봐요. 결국 심혈관에 스텐트 시술을 했습니다. 한 달 후에 열리는 동아마라톤대회에서는 못 뛰었어요.”

마라톤을 그만둘 만도 하건만 박 옹은 몇 달 후에 의사를 찾아가서 뛰어도 되겠냐고 물었다. 마지못해 의사가 “한번 해보시라”고 얘기하자 곧바로 달리기를 다시 시작했다. 스텐트 시술 이후에는 항상 비상약을 가지고 뛰는데 지금까지 한 번도 약을 먹은 적은 없다.

“시술 이후에 숨이 차는 증상이 덜해졌어요. 뛰기가 오히려 편해진 거죠. 물론 친구들이나 주위에서는 엄청 말리죠. 친척들까지도 ‘그러다가 가는 수가 있다’는 식으로 심하게 말합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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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마라톤대회 입상 후 기념촬영. 사진 왼쪽부터 부인, 아들, 박종언 옹. ⓒ박종언

딸, 아들에 사위까지… 마라톤 가족

‘엿장수 사정 엿장수가 안다’고 박 옹은 주말마다 딸, 아들과 마라톤 얘기로 꽃을 피운다. 거의 매주 만나서 달리기를 하는 것도 가족 간의 대화를 더욱 풍성하게 하는 요인이다. 박 옹의 가족은 자타가 공언하는 마라톤 가족이다. 마라톤에 가장 먼저 입문한 사람은 막내이자 외아들인 박성진(차병원 치과 과장) 씨. 그는 아마추어 마라토너 최고 경지인 ‘서브3(3시간 이하 풀코스 완주)’를 10번 이상 기록했고 철인3종대회에도 자주 참가할 정도의 마니아다. 큰딸과 큰사위(구리 성모치과 원장), 셋째사위(대전지법 판사)도 연이어 마라톤에 입문했다. 부인 노순자(78세) 씨도 10㎞ 대회를 여러 차례 뛰었다.

올해는 박 옹이 마라톤을 시작한 지 만 10년과 팔순(10월 24일)을 맞이하는 뜻깊은 해다. 잔치 대신 의미 있는 행사를 찾다가 춘천마라톤대회에 참가하기로 했다. 큰딸, 큰사위, 막내아들과 함께 그가 활동하는 월드컵마라톤 회원 40여 명과 같이 달릴 예정이다. 예상 기록은 5시간 이내로 잡고 있다. 지난봄 동아마라톤대회 기록인 5시간 1분에서 1분만 떼어내면 충분히 가능한 기록이다.

“제 생일이 10월 24일이라 생일 전후에 춘천마라톤대회가 겹치면(술을 마시면 안 되니까) 다음에 하자고 미룬 것이 벌써 10년째예요. 마라톤 시작하고는 가족들과 생일에 밥 한 끼를 제대로 못 먹었네요. 이번에는 중년이 다 된 아들딸과 같이 뛴다고 생각하면 기분이 정말 좋지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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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 완주 후 기념촬영. 사진 왼쪽부터 박종언 옹, 큰사위, 큰딸. ⓒ박종언

운동화 한 켤레면 어디서든 뛸 수 있으니까

뒤늦게 마라톤에 입문한 만큼 박 옹의 마라톤 사랑도 대단하다. 나이가 들면서 숨이 차고, 언덕을 올라갈 때 기력이 약간 떨어지기는 하지만 여전히 풀코스를 5시간에 완주할 정도의 체력을 유지하고 있다. 장거리를 뛸 때는 다리를 보호하기 위해 테이핑을 하는데 나이가 들면서 몸이 경직돼서 그런지 예전보다 오히려 무릎 관절은 덜 아프다. 몸무게나 혈압도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거의 같다.

“마라톤이 중독성이 있더라고. 골프는 혼자 갈 수 없고, 비용도 많이 들지만 마라톤은 운동화 한 켤레 신고 나오면 어디서든지 뛸 수 있잖아요. 나이가 들어서 시작하니 젊은 사람들보다 시간 여유가 있고 지속적으로 운동하는 데는 오히려 더 유리하지요. 시작하기를 정말 잘했다고 생각해요.”

요즘도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서 월, 수, 금 사흘은 집 주변 정릉천을 10㎞씩 뛰고 나머지 이틀은 북한산에서 등산 겸 트레일 런을 한다. 주말에는 큰딸 부부와 각각 자신의 집에서 출발해서 달리기로 정릉천 가운데서 만나서 운동하고 해장국 한 그릇 먹는 재미도 쏠쏠하단다.

“마라톤을 팔순까지만 할 거라고 주위에 말했거든요. 그런데 지난번에 TV를 보니까 마라톤대회에서 89세 된 분이 가슴에 ‘미수(米壽)’라고 써 붙이고 뛰시더라고요. 7시간 20분인가에 완주한 후 기자와 인터뷰를 하면서 ‘내년에 다시 봅시다’ 하는데 은근히 감동적이었어요. 마라톤을 그만하려고 했더니 이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것 같아요. 그 분에 비하면 저는 아직 초년병이죠. 하하~.”

이영란(전 매일경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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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해 주간부 차장을 지냈다. 이후 한국능률협회 미디어부 국장, 뉴스월드 기획국장을 역임했다. 12년전 마라톤을 시작해 풀코스 50여회, 울트라(100km) 2회를 완주했다. 풀코스 최고기록은 3시간 27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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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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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현미 2015-10-27 09:59:42

    저는 고작 7Km짜리 마라톤도 죽겠다고 죽겠다고 칭얼대면 뛰고 다신 안한다고 다짐했는데 너무 대단하신 분이네요ㅜㅜ 혼자 뛰시는 것도 대단한데 심지어 온 가족들이 한마음으로 함께 하다니, 매 순간 너무 행복하실 것 같습니다. 건강관리 잘하셔서 앞으로도 계속 마라톤에 대한 열정 이어가셨음 좋겠어요!! 아침에 이렇게 매사 열심히 하시는 분들 이야기를 읽고 있자니, 그동안 일이 힘드네 어쩌네 불평하던 제 모습이 너무 한심하게 느껴집니다 ㅜ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