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이야기] ⑪ 폐철도의 화려한 부활, 하이라인 – 전성기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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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이야기] ⑪ 폐철도의 화려한 부활, 하이라인

폐철도의 아름다운 부활, 하이라인

‘하이 라인(High Line)’은 맨해튼 서쪽 허드슨강과 함께 남북으로 흐르는 길이 1마일(1.6㎞) 도로공원이다. 고가 화물 철로에 꽃과 나무를 심고 벤치를 설치해서 공원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2009년 첫 구간을 오픈한 이후 2014년 마지막 구간 공사를 완료했다. 뉴욕 방문 관광객들이 누구나 한 번은 가보고 싶은 곳이 되었다.

단순한 도로같이 심플하고 정갈하게 산책로를 만들어 놓은 하이라인 도로공원. ©곽용석

1930년대에 미트 패킹 지역의 육가공 상품을 뉴욕 인근 지역에 공급하기 위해 만든 고가철도가 있었다. 초기엔 기존 도로에 철로가 있었으나 한 달에 한 번 꼴로 기차에 보행자가 치여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자, 철도를 들어 올려 고가철도로 만들었다. 고기를 포장하던 공장이 많아서 붙여진 이름이 바로 ‘Meat Packing District’다.

원래 그 주변 지역인 첼시 지역과 서남부 지역은 공장이 많았다. 1900년대 초부터 이 지역엔 도살장과 육가공 공장 300여 곳이 있었다. 1960년대까지 활발하게 공장이 운영되었고 좀 더 많은 물자를 공급하기 위해 철도가 건설되었던 것이다. 1970년대 들어 냉장시설과 유통산업의 발달로 각 지역의 육가공 상품과 시스템이 발전하자 이 철도의 역할이 줄어들고 결국 1980년대 들어 운행이 정지된다. 오랫동안 철도는 폐쇄된 채 방치되어 있었다. 주변 지역의 공장 폐쇄와 산업경기의 저하로 이 지역은 슬럼화, 우범지역이 된다. 마약과 매춘 등이 독버섯처럼 번창했다. 폐철도는 잡초와 쓰레기로 쓸모없는 땅과 시설이 되어 버렸다.

하이라인 도로 위에서 본 과거 육가공 공장 건물 미트 패킹. ©곽용석

하이라인을 지켜낸 뉴욕의 관용성

1990년대 들어 뉴욕시장 줄리아니는 이 폐철도를 철거하기로 결정한다. 그러나 고가철도 밑에 있는 토지 주인들에게 보상을 해주고, 철거 비용을 확보하는 게 쉽지 않았다. 그냥 방치되어 있는 채로 또 10여 년이 흘렀다. 그러던 중에 하이라인 근처에 살고 있던 한 젊은이의 순수한 뜻과 생각이 그의 친구들을 불러들였고 이들의 노력으로 뉴욕의 또 다른 명물이 탄생하게 된다. 그들은 이 폐철도를 당초 역사성에 중점을 두고 그대로 보존하자는 홍보활동을 시작한다.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그들의 뜻을 알리고 기부금을 부탁했다. 보존과 동시에 시민들의 쉼터로 꾸미고자 한 것.

그 사이에 뉴욕시장도 블룸버그로 바뀐다. 신임 시장은 그들의 운동을 관심 있게 지켜보면서 결국 동참하게 된다. 다수 기업인들의 기부로 공동 프로젝트가 구성되면서 민관협력 프로젝트 형태로 철도의 재생과 복원사업이 시작된다. 또 한 번 뉴욕시의 관용성과 유연성을 엿보게 된다. 뉴욕시는 하이라인을 지키려는 젊은이들의 운동을 높이 평가하고 시민이 원하는 것을 유연하게 함께하며 측면에서 지원했다. 지역 시민운동의 서포터로 남으면서 그들의 성공을 돕는 전략을 추진한 것이다.

미트 패킹이나 첼시 지역은 별 특징이 없는 지역이다. 원래 유명한 지역은 건물이 완공되거나 이벤트를 열면 사람이 많이 모이지만, 허름한 지역이나 버려진 지역에는 사람을 끌어 모으는 게 쉽지가 않다. 그런 단조로운 곳에 임팩트 있는 프로젝트를 완성함으로써 지역을 살리고 맨해튼의 다양성을 부각시키는, 그런 독특한 볼거리의 작품을 탄생시킨 것이다.

 

하이라인의 자연주의 소통법

하이라인은 단순한 폐철도의 공원화라고 말할 수 있다. 어찌 보면 휘황찬란하거나 웅대하고 값비싼 재료로 구성된 건축물도 아닌 그저 단순한 도로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공공기관과 민간의 협력과 상호 이해성, 미래를 내다보며 서두르지 않는 긴 호흡의 자세와 고민들이 담겨져 있다는 점을 우리는 곱씹어봐야 한다. 철거 계획부터 공원 완성까지 무려 20여 년이 걸렸다.

우리는 퇴계로에서 서울역 앞을 가로질러 넘어가는 고가도로를 놓고 철거냐 공원화냐 설왕설래하고 있다. 안전성을 놓고 경찰 측과 서울시가 주거니 받거니 하고 있는 상황. 뉴욕 하이라인의 공원화 과정을 보면서 단순히 결과물을 보지 말고 그 지난한 과정에서 관계자들이 지혜롭게 함께한 커뮤니케이션 자세를 우리는 배워야 한다. 뉴욕의 하이라인과 서울역 앞 고가의 건축학적 의미를 비교하거나 평가하는 게 아니다. 그들의 민관협력 방식과 고민의 흔적들을 우리는 쫒아가야 한다.

뉴욕시는 폐철도를 걷어내고 그 길을 평탄하게 만들면서 시민들이 산책할 수 있는 도로를 만들었다. 도시계획가들 입장에선 이는 공원보다는 하나의 둘레길 같은 도로의 개념이 강하다. 그리고 길 주변에 꽃과 식물을 심었다. 한데 그게 그냥 식물이 아니다. 겉보기엔 잡초가 무성한 단순한 공원으로 보일 수 있다. 특별하게 화려하거나 희귀한 식물들로 채워지지도 않았다. 어찌 보면 들판에 나있는 이름 모를 잡초인 것으로 보인다. 기존 공원의 전통적인 방식인 화훼 식물보다는 여러해살이 풀이나 관목을 심어 야생초지의 자연스러움을 보여주고 있다. 꽃은 잘 보이지 않고 드러내놓고 피어있지도 않다. 줄기나 잎, 뿌리를 오히려 부각시켜 놓았다. 때론 죽은 것처럼 보이지만 식물 자체의 개성을 살린 자연스런 아름다움이 그대로 보이도록 조경했다.

자연스럽게 조성해놓은 잡초와 수풀. 주변 건물들도 독특한 디자인을 뽐내고 있는 하이라인. ©곽용석

네덜란드 가든 디자이너이자 건축가인 피에트 우돌프(Piet Oudolf)가 설계했다. 그는 “전통적인 조경 관행을 거부한다. 정원 속의 식물들은 인간의 손길이 많이 가지 않도록 식재한다. 즉 물을 주지 않아도, 해충약을 쳐주지 않아도 자연 속에서 최상의 상태로 자라도록 식재한다. 즉 자연을 위한, 자연에 의한, 자연에 대한 정원이다.” 그의 기본적인 가드닝 컨셉트다. 단순한 풀 한 포기도 그들은 절대 무심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곽용석(전 중앙일보 컨텐츠기획팀장/부장)
곽용석(전 중앙일보 컨텐츠기획팀장/부장) 모든기사보기

중앙일보사 수습 기자로 입사, 조사, 산업, 기획, 온라인, 사장실, 광고, 조인스랜드 거쳐 부국장으로 지냈다. 이후 부영그룹 홍보이사를 역임했다. 지금은 미국 부동산 세일즈퍼슨으로서 뉴욕 소재 Nest Seekers International사의 한국지사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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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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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니 2015-10-29 09:14:00

    주변경관과 무관한 새로운 건축물을 계속 짓기보다는 위의 글처럼 기존 시설을 최대 활용하며 보완하는것이...역시 뉴욕이군요~

  • 낡은 벤치 2015-10-28 09:27:12

    서울의 산책로들은 항상 사람들이 북적여서 산책이 아니라 '이동' 혹은 '쓸려감'이 되곤 하지요.
    저렇게 안쓰는 곳들을 잘 조성해서 누구나 편하게 오고 가고, 쉬는 곳이 있었음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