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인문학이 제2의 전성기를 여는 자양분이다 – 전성기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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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인문학이 제2의 전성기를 여는 자양분이다

인문학 열풍이 거센 가운데 시니어 관련 단체나 기관에서도 이와 관련한 프로그램을 속속 개설하고 있다. 시니어들에게는 인문학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인문학이 시니어들에게 일자리를 창출해주는 것도 아니고, 용돈이 생기게 하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물론, 표면적으로는 그렇다. 그러나 인문학은 ‘100세 시대’를 살아가는 시니어들이 제2의 전성기를 누리도록 소중한 자양분을 제공한다.

미국 언론인이자 사회비평가 얼 쇼리스는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 ‘클레멘트 코스’라는 인문학 교육 과정을 만들고 희망을 불어넣었다. 인문학은 사회적 약자들에게 자신들을 그렇게 되게 했던 조건들에 대해 이전과는 다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클레멘트 코스’에 참여한 사람들의 삶은 눈에 띄게 달라졌다.

생활인문학(크기변환)
시니어는 우리 사회의 매우 소중한 멘토다. 되돌릴 수 없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각자가 평생 쌓아온 경험과 지혜는 그 자체로 역사이고 지혜이며, 인류의 자산이다. ⓒLucky Team Studio/Sutterstock

인문학이 사고 구조 바꾸고 상상력 자극

요즘은 기업들도 인문학을 중요하게 여긴다. “애플은 언제나 인문학과 기술이 만나는 교차로에 존재했다”는 애플의 CEO 스티브 잡스의 말은 시사하는 바가 컸다. 기업에서도 지식이나 스펙에 치우친 인재로는 기업의 밝은 미래를 여는 데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인문학 서적을 탐독하거나 강좌에 참여하는 CEO들도 많아졌다. 입사시험 면접에서도 인문학적 소양에 대해 질문하는 경우가 많다. 더 적극적으로는 사내에 인문학 강좌를 개설하기도 한다. <인문학이 경영을 바꾼다>라는 삼성경제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CEO 498명에게 한 설문조사에서 97.8%가 ‘인문학적 소양이 경영에 도움이 된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려 85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며 ‘노벨상의 왕국’으로 불리는 시카고대학교의 저력도 인문학적 토대에서 찾을 수 있다. 1857년에 개교한 시카고대학교는 1886년 폐쇄에 이를 정도로 문제가 많았다. 1892년 새롭게 문을 연 이 대학교의 변신은 엄청난 재원의 확보나 시설 투자가 아니었다. 고전 100권을 읽게 하는 것이었다. 이것을 통과하지 못하면 졸업을 허락하지 않았다. 이렇게 하자 학생들이 독서를 늘려가는 것과 비례하여 존재적 가치와 삶에 대한 사고와 성찰 또한 깊이 있고 새로워졌다.

이런 과정은 사고의 구조를 바꾸고 상상력을 자극하면서 많은 변화가 일어나게 했다. 미래가 보이지 않았던 문제투성이 학생들도 태도가 바뀌었다. 진정으로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되었고 이웃과 사회를 위해 이바지하는 인재로 성장했다. 이런 변화가 거대한 물결을 형성하면서 시카고대학교는 오늘날 세계적인 명문대학교로 우뚝 서게 되었다.

인문학강좌
화성시남부노인복지관 인문학 강좌 모집 안내문. ⓒ박요섭

모두의 인생은 유일한 경험과 지혜로 가득하다

윤봉구(80세) 씨는 “현재의 은퇴 세대는 경제 발전과 민주화라는 양대산맥 외에는 다른 것을 돌아볼 여유가 없었다. 지금 이들의 소망은 거의 다 이루어졌지만 자신들을 위한 투자에는 소홀했던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이제는 시니어들이 자신을 돌보며 행복한 삶을 가꾸도록 도와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가장 적극적인 사회복지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맥락에서 시니어들의 삶 속에 인문학을 꽃피워야 한다. 학문으로서가 아니라 생활에서의 인문학, 즉 생활인문학이 필요하다. 이것이 바로 시니어들이 제2의 전성기를 활짝 열게 하는 자양분이다.

시니어는 생활인문학의 수요자인 동시에 공급자다. 프랑스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노인 한 명이 죽는 것은 도서관 하나가 불타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시니어가 ‘살아있는 도서관’이라는 말이다. 시니어는 우리 사회의 매우 소중한 멘토다. 되돌릴 수 없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각자가 평생 쌓아온 경험과 지혜는 그 자체로 역사이고 지혜이며, 인류의 자산이다. 굳이 “똑같은 강물에 발을 두 번 담글 수는 없다”고 말한 고대 그리스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모두의 인생은 유일한 경험과 지혜로 가득하다.

수많은 경험과 지혜로 인생을 단련한 시니어는 청춘의 패기와 열정보다 앞서는 노련함이 번뜩인다. <논어> ‘위정편(爲政篇)’에서 공자는 예순 살을 넘어서면 생각하는 것이 원만해져 어떤 것을 들으면 곧 이해가 된다고 하여 이때를 ‘이순(耳順)’이라고 했다.

시니어는 시야와 이해의 폭이 넓어지고 마음도 넉넉해져서 웬만한 것은 품을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시니어야말로 인생의 황금기를 누릴 수 있는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다. 지(知), 정(情), 의(意)가 융합을 넘어 통섭(統攝, Consilience)을 이루는 시기를 사는 사람들이 시니어들이다. 이들이야말로 인문학을 깊이 있게 소화하며 원숙한 창의력과 상상력을 결실할 수 있는 최절정에 서 있는 사람들이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