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비 톡톡] ② 색소폰 부는 영원한 젊은 오빠 김방훈 씨 – 전성기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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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비 톡톡] ② 색소폰 부는 영원한 젊은 오빠 김방훈 씨

‘비자비 톡톡(Vis a Vis Talk Talk)’은 마주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인터뷰 기사입니다. 보통 사람의 좀 특별한 이야기, 특별한 사람의 보통 이야기를 다루고자 합니다.
분당의 한 중국집에서 만나 필자와 얘기를 나눈 김방훈 씨. ©유창하

아마추어 색소폰 연주자 김방훈(72세) 씨. 아는 사람이 거의 없는 이른바 무명인사입니다. 그의 아들 김태욱은 유명인입니다. 가수 출신에 지금은 웨딩사업가로 엄청 유명하지요. 그의 며느리는 채시라. 너무나 유명한 탤런트이지요. 스캔들 하나 없는.

아들과 며느리가 유명인인데, 본인도 유명세를 타시는지요?

아, 무슨 말씀을…. 그저 색소폰과 함께 바쁘게 지내고 있을 뿐입니다.

사실 그는 아들이나 며느리만큼 유명하지는 않지만 아마추어 색소폰계에서는 나름대로 꽤 유명인사입니다. 지난 2012년 <시사투데이>가 선정한 ‘대한민국 신지식경영대상’을 수상했고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가 주는 ‘대한국인 음악봉사 훈장패’를 받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무슨 상이라든가 무슨 패 등이 모두 색소폰과의 인연인 것 같은데 언제부터 색소폰을 다루셨는지요?

한 15년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우연한 기회에 색소폰을 잡게된 것인데 그것이 노후 인생에 많은 변화와 의미를 주고 있습니다.

색소폰은 ‘처음에는 웃으면서 배우지만 나중에는 울고나온다’고 할 정도로 쉽게 다룰 수 있는 악기가 아니라고 하네요. 물론 쉬운 악기가 어디 있겠습니까마는.

동창이나 친구들의 자녀 결혼식이 있게 되면 불원천리(不遠千里) 마다 않고 달려가 축주(祝奏)를 해주는 걸로 소문이 나 있는데 지금까지 몇 번이나 될 것 같습니까?

글쎄요. 세어보지 못해서 모르겠습니다만 한 40~50번은 될 것 같습니다. 지난주에도 결혼식 축하 연주차 부산에 다녀왔습니다.

색소폰은 처음 소리를 내는 데만 일주일 이상 걸리며 저 뱃속 밑에서부터 소리가 울려 나와야 음악이 된다고 합니다. 그것을 50대 중반이 지나서 시작한 사람치고 대단한 실력이라는 게 주위의 평입니다.

그런데 색소폰 연주가 취미 차원을 넘어 음악치료사 1급 자격증 소지자로까지 발전했는데 참 대단하십니다.

그것도 우연에서 시작된 것입니다. 노인요양원에 위문 연주를 다니면서 느낀 건데요. 치매 등으로 정상적인 생활을 못하시는 어르신들께서도 연주를 듣고는 눈물을 흘리시는데 저도 참 찡하더라고요.

그림으로 심리치료를 한다는데 음악은 더 효과적일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찾아봤더니 숙명여대와 동부산대학교에 음악치료 과정이 있더랍니다. 그래서 만학 중에 만학으로 부산까지 뛰어다니며 음악치료사 1급 자격증까지 따낸 집념의 노익장을 과시한 것입니다. 그리고 색소폰이 인간의 소리를 가장 많이 닮은 악기인지라 음악치료에는 안성맞춤이라는 것이지요.

그래서 음악치료 센터까지 차리지 않으셨나요?

그랬습니다. 그런데 지난 2012년 말인가, 부산국제영화제 개막공연에 앞서 쓰러졌습니다. 과로였던 것이지요. 그래서 모든 게 올스톱되었지요.

입원, 퇴원, 재활 등 그 뒤 거의 2년 넘게 아무것도 못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다가 올여름 들어 건강을 완전히 회복해서 새로 색소폰도 불고 봉사연주도 다시 시작하고 옛날의 전성기로 되돌아가고 있는 중이라는 얘깁니다.

그럼 지금 다시 참여 중인 동호인 단체가 있는지요?

예, ‘뮤젤’이라는 색소폰 모임이 있습니다. 그동안 뜸했으니 빠진 만큼 더 열심히 뛰어다닐 생각입니다.

운동선수들이 하루 게으름을 부리면 본인이 알고 이틀 연습 안 하면 주위에서 알고 사흘 땡땡이치면 관중들이 안다고 합니다. 음악도 마찬가지겠지요. 그래서 그냥 생활의 일부로 매일 색소폰을 잡고 있다고 합니다.

가장 많이 하는 연주곡은 어떤 것인가요?

결혼식 축주는 당연히 사랑을 테마로 한 것들이지요. 곡목으로는 케니 지의 ‘러빙 유(Loving You)’와 국내 곡으로는 정훈희의 ‘꽃밭에서’ 등을 많이 하지요. 또 어르신들 공연에는 흘러간 노래들을 들려 드리지요.

젊은 오빠 차림으로 색소폰을 부는 김방훈 씨. ©유창하

그는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단어가 ‘청춘’이라면서 말뿐이 아니라 진짜로 젊어지고 싶어서 홍대 앞 젊은 오빠들처럼 물 바래고 헤진 청바지 차림으로 곧장 색소폰을 불곤 한다네요. 그러면서 나이는 마음먹기에 달렸다며 큰소리를 치는 치기를 보이기도 합니다.

이런 저런 얘기가 나왔으니 아들, 며느리에 대해서 자랑 좀 해도 봐주겠습니다. 

아들 얘기는 빼고, 며느리 정말 예쁩니다. 진짜로 막 자랑하고 싶은데 욕할까봐 사양하겠습니다. 탤런트로서가 아니라 아이 엄마로서 주부로서 참으로 야무지고 하는 짓이 착하고 예쁩니다 (자랑은 안 하겠다고 해놓고는 할 얘기 다 하네요).

만년 청년이라면서도 이때는 혹시나 아들 부부에게 누가 될까봐 모든 행동에 조심이 된다는 보통 할아버지로 돌아왔습니다. 이 할아버지 한동안 ‘비틀’ 일명 ‘땅개차’를 타고 다녔는데 그게 바로 며느리 채시라 씨가 사준 환갑 선물이었다고 합니다.

아들 김태욱 씨 또한 효자네요. 그는 얼마 전 펴낸 소책자에서 아버지 김방훈 씨에 대해 ‘언제나 색소폰과 함께 현재진행형인 아버지에게 박수를 보낸다’며 그의 ‘모든 생각과 행동’을 응원하고 있네요. 젊은 할아버지 김방훈 씨는 한참 전에 장기기증을 서약했다고 합니다. 자식들도 동의했다고 하고요. 쉬운 일이 아닐 텐데 용기에 박수를 보냅니다.

“젊은이답게 열심히 사는 게 보기에 참 좋습니다. 언제나 건강하시길 바라겠습니다.”

유창하(전 서울신문 심의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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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학 박사. 서울신문을 시작으로 기자생활 25년, 그룹사 홍보 임원 5년 그리고 고려대 등에서 강사로 20여 년을 활동했다. 언론학 관련 , 사회비평서 그리고 부부 수필집 등 예닐곱 권의 저서(공저 포함)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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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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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후니김 2017-01-24 17:34:16

    유창하기자님,감사인사가늦었습니다. 늘부드러운미소와헝크러진반백의머리칼이인상적인정겨운문학박사비자비톡톡기자님그래도제얘기를기사로쓰주시니고맙기도하지만부끄럽습니다. 사실이번에만나서인터뷰는너무갑자기차한잔하자며생각없이생활얘기를하다보니별로드릴얘기도없고하여미안했습니다만멀지않은날리얼리즘한오리지날 my life story 를들려드리겠습니다.바쁜시간내주셔서감사하구요.닥아오는구정에는"복"많이받으시바랍니다. 건강,행복,긍정, 홧팅!

  • 삐리리 2015-10-29 14:49:51

    15년정도 밖에 라니요! 그정도하셨는데도 아마추어 이신건가요? 얼마나 해야 프로가 되는 건가요 ㅜㅜㅜㅜㅜㅜ
    게다가 채시라 김태욱씨와 가족 계라니, 정말 빛나는 가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