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푸드 기행] 완주군 구이면 모악산길을 따라 (2) – 전성기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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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푸드 기행] 완주군 구이면 모악산길을 따라 (2)

2015.07.15 · HEYDAY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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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양고택에서의 하룻밤

완주군 소양면 오성마을은 한옥의 보급과 관광자원화를 위해 완주군에서 지정한 한옥마을이다. 그 제일 높은 곳에 소양고택이 자리 잡고 있다. 행랑채가 딸린 소쇄문을 열고 들어서면 정면에는 일자형의 안채가 자리 잡고 있고 왼편으로는 ㄱ 자 형태의 사랑채가 있다. 한눈에 봐도 느껴지는 품격과 정갈함이 마치 수백 년 세월 동안 나그네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포근하게 맞아준다. 하지만 이 고풍스런 한옥들은 본래부터 이곳에 있던 것들이 아니다. 사랑채는 전라북도 고창군 아산면의 거부가 살던 고택을, 안채는 전라북도 무안군 원호리의 고을 수령이 살던 관아를 각각 옮겨 온 것이다. 그럼에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것은 한옥 전문가들이 기존 건물을 해체하고 현재의 위치에 복원하는 데만 5년의 세월을 쏟았기 때문이다.

덕분에 문살 하나, 문고리 하나조차도 원형 그대로 보존되었다. 이처럼 전통이 완벽하게 복원될 수 있었던 것은 홍익대학교 대학원에서 예술기획을 전공하고 미국 뉴욕의 소더비 예술학교에서 유학한 이문희 대표의 열정 때문이다. 이 대표는 고택에 켜켜이 쌓인 시간의 가치를 보전하기 위해 편의성보다는 불편함을 선택했다. 건물의 형태를 유지하기 위해 일체의 단열 및 환기 장치는 물론이거니와 방충망조차 포기했다. 그 대신 손길 닿는 곳, 눈길 닿는 곳마다 그녀의 예술적 감각과 섬세한 솜씨를 채워 넣었다. 디테일이 살아 있는 공간 연출 덕분에 불편함은 오히려 기꺼이 감수할 만한 가치로 치환된다. 소양고택에서의 하룻밤은 단순한 숙박을 넘어 시간과 공간의 여백을 경험하는 시간이다.

info        
위치 전라북도 완주군 소양면 송광수만로 472-23
문의 010-3641-7941 (www.stayhanok.com)
가격 사랑채(2~4인, 16~29만원), 안채(4~6인, 40~45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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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장푸는남자

완주군 용진면에는 특별한 이야기를 가진 된장남이 산다. ‘된장푸는남자’의 최재원 대표는 1994년 아내와 함께 미국 유학길에 올라 세 아이를 낳고 행복한 가정을 꾸리며 살았다. 그러던 중에 아내가 유방암에 걸렸는데 항암 치료를 받던 아내가 유일하게 먹을 수 있었던 음식이 친정어머니가 만들어준 된장과 청국장이었다. 결국 남자는 아내를 위해 2012년 가족과 함께 완주군 오천마을에 정착했다. 된장이라고는 만들어본 적도 없던 남자가 직접 콩 농사를 짓고 메주를 띄웠다. 그러면서 틈틈이 발효에 대한 공부를 시작했다.

아내는 여전히 투병 중이지만 이제 절망의 시기를 넘어 호전되었다. 그리고 남편은 어느새 지방자치단체와 언론이 주목하는 농업 회사의 대표가 되었다. 그의 된장은 그 이야기만큼이나 맛도 각별하다. 맛있는 된장이 되는데 3할이 인간의 노력이라면 7할은 자연의 힘이다. 오천마을은 완주군에서 가축을 키우는 것을 금지한 청정 지역이다. 이곳 1,800평 땅에 유기농으로 직접 콩 농사를 짓는다. 가마솥에 콩을 삶고 5년 동안 간수를 뺀 소금에 메주를 띄운다. 이를 황토와 천연 유약을 사용해 구운 옹기에서 발효시킨다. 이러니 된장과 청국장 맛이 깊고 부드러울 수밖에 없다.

info        
위치 전라북도 완주군 용진면 상삼간중길 410-1
문의 070-8844-5247(soynam.com)

 

황금연못

발효 음식 전문점, 황금연못

진흙 속에서 한 송이 고결한 꽃을 피우는 연(蓮)은 불교의 상징과도 같다. 뿌리에서부터 잎, 줄기, 꽃에 이르기까지 어느 것 하나 버릴 것이 없고 그 효능 또한 탁월해 사찰 음식의 단골 식재료로 사용된다. 그래서 사찰마다 크고 작은 연지를 만들어놓는 경우가 많다. 완주에 있는 송광사 역시 마찬가지다. 절 입구에 2만1120㎡(6400평)에 이르는 넓은 면적에 연지를 조성하고 연 음식 보급과 대중화에도 앞장서고 있다.

그런데 정작 이 연지의 덕을 보는 임자는 따로 있다. 발효 음식 전문점 ‘황금연못’은 송광사 연지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곳에 터를 잡고 연잎밥정식을 팔고 있다. 자신들이 직접 재배하는 연지는 정작 다른 곳에 있다고 한다. 자칫 염치없어 보이는 이런 상황이 무조건 용서되는 것은 음식 때문이다. 연잎밥정식에 깔리는 20여 가지 음식은 무엇 하나 버릴 것이 없다. 연근과 연잎, 연꽃을 적절히 사용하고 직접 담근 장류가 재료의 깊은 맛을 끌어내는데 여기에 주인장의 손맛까지 곁들여진다. 특히 연잎가루로 만든 연묵과 연근을 박아 발효시킨 된장은 별미 중에 별미다.

info        
위치 전라북도 완주군 소양면 신지송광로 879-5
문의 063-246-8848
가격 연잎밥정식 1만8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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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 칼럼니스트 박상현과 만화 <식객>의 스토리 작가 이호준, 매크로바이오틱을 연구하는 이재련 교수 등 세 사람은 우리 땅 곳곳에 산재한 식재료와 그에 담긴 지역과 사람의 이야기를 찾아 긴 여정을 떠나기로 의기투합했다. 3인1색의 로컬푸드 기행은 우리 식재료의 새로운 가치를 찾는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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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박상현(맛 칼럼니스트) 사진 이호준(<식객> 스토리 작가) 요리 이재련(대전과학기술대학교 교수)
※ 이 기사는 <헤이데이> 7월호에 게재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