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이야기] ⑫ 문턱 낮은 여행지, 뉴욕공공도서관 – 전성기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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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이야기] ⑫ 문턱 낮은 여행지, 뉴욕공공도서관

뉴욕 문화와 역사의 상징이 된 공공도서관

뉴욕 한복판은 누가 뭐라 해도 42번가 5애비뉴다. 패션과 명품의 거리인 5애비뉴 중에서 동서의 거리인 42번가에는 최고의 건물들이 위치해있다. 우선 그랜드센트럴역을 시작으로 종합터미널인 오소리 버스터미널, 미국 최대 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 크라이슬러빌딩, 유엔연합빌딩, 타임스퀘어광장 등 1~2㎞의 이 짧은 거리를 거닐면 빌딩마다 모두 세계적인 브랜드들이 점령하고 있다. 그 핵심지역 정중앙 교차로에 자리 잡은 건물이 하나 있다. 바로 뉴욕공공도서관이다.

도서관이 이렇게 맨해튼 최고 요지에 위치한 것은 도서관학을 전공한 필자한데는 충격이다. 한 나라의 수준을 평가하는 요소 중에 도서관이 어디에 있는가를 파악하기만 하면 그 나라의 경제, 사회, 문화의 수준을 바로 파악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국립중앙도서관은 서초동에 있다. 지금은 서초동이 소위 강남 지역이라 말할 수 있지만 강남 중에서도 외진 곳이다. 가까운 전철역이 없고 버스 노선도 3~4개뿐인 한적한 곳에 있다. 건설 당시엔 더 외지였다. 굳은 결심과 목표의식 없이는 가기가 불편하다. 1970년대 북한이 평양에 김일성도서관을 크게 건설하자 이에 질세라 우리도 급하게 더 크게 지었다는 설도 있지만, 여하튼 외곽 한적한 곳에 지어졌다. 선진국과 후진국의 차이를 극명하게 구분해주는 모습이다.

 

뉴욕공공도서관의 위대한 재탄생

1911년에 완공된 뉴욕공공도서관이 세워진 자리는 원래 저수지였다. 1840년 이곳에는 거대한 상수원 배급을 위한 저수지가 있었다. 벽 높이 15m, 두께 7.5m나 되는 거대한 물탱크를 건설해놓은 것이다. 뉴욕 북부에서 송수관을 통해 센트럴파크를 거쳐 이곳에 보관된 물은 맨해튼 곳곳으로 배급되었다. 뉴욕 시민의 상수도 공급을 위해 물을 담아 놓은 거대한 유수지였던 것이다.

높게 올린 담으로 사람이 다닐 수 있는 도로를 만들어 놓아 맨해튼 사람들은 종종 이곳을 거닐었다. 저수지와 주변을 조망했던 당시 사람들에게는 추억 어린 장소이기도 하다. 이후 상수도 정비 시스템 기술의 발전과 시설 현대화로 기능이 축소되었다. 결국 1880년대 후반에 저수지는 철거되고 그 자리에 부지를 활용하기 위한 논의가 거듭된다. 결국 도서관을 짓자는 결론을 내린다.

도서관 건립 담론은 뉴욕시의 수준이었다. 이 논의만으로 세계 최강의 모습을 갖춰가는 미국의 힘을, 위대한 문화 파워를 엿볼 수 있었다. 당시 42번가는 번화가인 로어맨해튼보다 약간 외진 곳이었다. 그러나 이미 1900년대 들어와서 맨해튼 거의 전 지역에 건물들이 들어섰고 개발이 끝난 상태였다. 이곳 미드타운도 상당한 건물들이 들어섰고 산업화로 인한 도시 환경적, 사회적 이슈가 되어가는 시점이었다. 땅값으로도 만만치 않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었다. 사업성과 수익을 위한 개발을 하려면 누구도 반대할 수 없는 땅이었다.

그러나 전 주지사 사뮤엘 틸덴(Samuel J. Tilden, 1814~1886년)이 전 재산을 기증한 것을 시작으로 당시 아주 외진 곳에 있었던 시립공공도서관을 번듯하게 짓자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이후 앤드류 카네기 등 거부들의 기부가 줄을 이으며 뉴욕의 랜드마크가 되는 기념비적인 공공도서관 건물을 완성하게 된다.

당시 미국 최대 규모로, 웅장한 대리석 건축물로 지어진 시립공공도서관은 1895년 착공해, 15년간의 공사 끝에 1910년에 완공하고 1911년에 대중들에게 공개되었다. 20세기 초 맨해튼 건축 흐름의 유행이던 보자르 양식으로 그 당시 그랜드센트럴역과 쌍벽을 이루는 걸작으로 기록됐다. 뉴욕공공도서관은 개관 당시 100만 권 이상의 책을 소장했다.

뉴욕공공도서관은 보자르 양식의 거대한 건축물로 궁궐 분위기를 자아낸다. ©곽용석

가장 빠르게 가는 방법은 천천히 가는 것이다

도서관 정면에는 유명한 5애비뉴가 있고 뒤쪽은 브라이언트파크다. 이 건물에 하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그것은 뒤편의 공원과 연결되는 출구가 없다는 것이다. 이를 놓고 최근에 또 논쟁이 있었다. 건물을 리모델링해서 공원을 바라보면서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열람실을 유리창으로 바꾸고 출구도 브라이언트파크 쪽으로 연결되도록 하자는 의견이 있었다. 그러나 시민과 학계 등에서 강하게 반발했다. 비용과 공사기간의 불편 때문이다. 논란은 몇 년간 거듭됐으나 아직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뉴욕공공도서관의 로즈홀. 높은 천장과 넓은 공간에 압도되어 자연스런 면학 분위기를 만들어준다. ©곽용석

이 과정에서 우리는 또 하나 배울 점이 있다. 절대 서두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공무원들의 자세도 본인 임기 중에 뭔가를 남기려하는 강박 증세가 우리보다 훨씬 약하다는 것이다. 그들은 ‘가장 빠르게 목적지로 가는 방법은 천천히 가는 것이다’라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브루클린브리지, 하이라인공원, 센트럴파크 등 모든 걸작들에게서 그런 자세를 보아왔다.

현재 뉴욕공공도서관은 맨해튼 명소로 항상 관광객으로 가득 차 있다. 뉴욕 시민들만 이용하는 것에 한정되지 않고 전 세계 모든 외국인들도 자료를 열람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대출은 안 되고 도서관 내에서만 열람이 가능하다. 세계에서 가장 개방적인 도서관으로 꼽힌다. 시민들의 후원금으로 운영되는 점도 특징이다.

도서관 정문 앞 쉼터. 도서관 건물 앞뒤로 벤치와 공원을 조성, 지나는 이에게 휴식 공간을 제공한다. ©곽용석

뉴욕공공도서관은 현재 5300만 점 이상의 도서와 각종 자료를 소장하고 있으며, 미국 의회도서관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규모의 자료 보유량을 자랑하고 있다. 매년 1600만 명이 이 도서관을 이용한다. 이미 도서관이 아니라 관광지로 변한 지 오래다. 깊은 고민과 결정이 결국 작품을 낳는다. 적어도 한 세대를 바라보는 자세로 접근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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