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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新)가장론] 4 밥상 차려주는 삼식이! 환영받아 마땅하지요?

아내를 위한 ‘부엌 공포증’ 극복기

요리를 제대로 배워야겠다고 마음먹은 건 아마 8년 전이었을 겁니다. 어느 날 보니 아내가, 내색은 하지 않지만 집안일 때문에 힘들어 하는 게 보이더군요. 일단 대학 강의 시간이 많았습니다. 아이 둘도 큰애는 재수, 작은애는 고교에 갓 입학했을 때입니다. 그것만이 아닙니다. 가만히 따져 보니 아내가 50대에 접어든 게 본질적인 문제입니다. 우리 부모·조부모 시대라면, 여자 나이 50세는 며느리를 보아 잡다한 살림살이에서 손 뗄 시기입니다. 뒷짐 지고 동네 마실이나 다니면서 틈틈이 손주를 봐주면 됐습니다. 집안 살림은 며느리에게 잔소리하는 걸로 족했습니다.

세상이 발전하고 여자들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졌다고는 하나 수천 년, 또는 수만 년 내려왔을 DNA가 그리 쉽게 변하겠습니까. 그렇습니다. 여자 나이 50줄이면 집안일 하는 게 육체적으로 힘듭니다. 전업주부건 사회활동을 하건. 그래서 마음먹었습니다. 나도 집안일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거드는 차원이 아니라 함께하겠다고 말이죠. 신문사 논설위원을 할 때여서 시간적인 여유도 있었습니다.

처음 행동에 나선 일이 ‘요리 배우기’입니다. 아내가 새벽같이 일어나 밥 하고 반찬 만드는 것부터 해방시켜줘야 한다고 결심한 거죠. 찾아보니 마침 구청에서 하는 ‘아버지 요리교실’이 눈에 띄었습니다. 4주 동안 토요일 오전에 요리를 배우는 프로그램입니다. 그때 배운 메뉴, 지금 하나도 기억나지 않습니다. 배운 건 단지 ‘부엌 공포증’에서 벗어난 것뿐이죠. 사실 요리에 관심은 많았습니다. 또 미식가는 아니지만, 맛집이 있다면 찾아가고 특정 음식엔 어느 식당이 맛있다는 기준 정도는 가지고 있었습니다.

 

사랑받는 ‘삼식이’가 되기 위해서

처음 요리를 해보니 간단치가 않았습니다. 한 번은 아내가 ‘몽고간장’을 사왔습니다. 상당히 비쌌던 모양입니다. 어느 날 달걀장조림이 먹고파서 직접 해봤습니다. 달걀을 삶아 병에 넣고 몽고간장을 부었습니다. 아내가 돌아와서는 “에효, 이게 얼마나 비싼 간장인데…” 하며 저 모르게 한숨을 쉽니다.

한때 김치찌개를 전담하기도 했습니다. 자주 가는 한정식집의 찌개가 맛이 있길래 비법을 배워와서 시연했습니다. 아내가 맛있다고 하기에 흐뭇한 심정으로 “그럼 앞으로 김치찌개는 내가 하지”라고 통보했습니다. 한두 달 지나서입니다. 퇴근하고 집에 오니 저녁상에 김치찌개가 나왔습니다. ‘어허, 내가 올 때까지 기다리지.’ 속으로 투덜대며 한 숟갈 떠먹었는데… 이런, 수준이 달랐습니다. 그날 이후 요리에 도전하겠다는 마음은 연기처럼 사라졌습니다.

아내를 위해 하루 세 번 밥상을 차려주는 삼식이는 행복합니다. ⓒgrafnata/Shutterstock

요리를 배워 부엌을 점령한 지 이제 8년 됐습니다. 아침에 아내보다 30분 일찍 일어납니다. 먼저 돌솥에 잡곡밥을 합니다. 식구들이 아침을 먹은 뒤에는 전기밥통에 옮겨 담아 보온을 하죠. 정해진 시간에 아내를 깨워 일어나면 아내가 반찬을 만듭니다. 힘들어 하면 더 자게 두고 제가 칼자루를 잡지요. 아직도 음식 만들기에 서툰 걸 보면 워낙 이쪽에 재능이 없는 듯합니다. 그래도 찌개 몇 가지를 비롯해 기본 반찬들은 만들어냅니다. 틈이 나면 인터넷에서 레시피를 배워 특식도 시도합니다. 아이들은 엄마가 만든 음식을 더 좋아하지만, 제가 만든 음식도 군말 없이 먹습니다. 이게 어딥니까. 제가 음식을 하면 아내가 그만큼 더 쉬는데.

‘삼식(三食)이’라는 말이 유행한 지도 오래 됐습니다. ‘집에서 하루 세 끼를 다 먹는 남자는 구박덩이’쯤 되는 말입니다. ‘삼식이’가 뭐 어떻습니까. 은퇴하면 집에 늘 있는 게 당연한데. 다만 세 끼 모두를 아내에게 차려내라 하면 문제는 있지요. 너무 힘드니까. 삼식이라도 아내에게 밥상을 차려 주는 삼식이가 되십시오. 그러면 당연히 환영받을 겁니다.

세 끼 다 차리기가 귀찮다 싶으면 아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먹으러 가자고 하면 될 테고. ‘남자는 여자 하기 나름’이라는 CF가 오래 전에 유행했습니다. ‘아내는 삼식이가 하기 나름’입니다. 사랑받고 환영받는 삼식이, 누구라도 됩니다. 근데 부부가 같이 있는데, 왜 남자가 밥상을 차리느냐고요? 우리는 가장이니까. 그래서 ‘힘든 일, 귀찮은 일’은 가장인 우리가 하기로 했으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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