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역사] 1993년 11월 4일 성철스님 입적 – 전성기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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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의 역사] 1993년 11월 4일 성철스님 입적

2015.11.04 · 심언준(전 미디어칸 대표) 작성
성철스님_원본사진
평생 무소유의 삶을 실천하며 지팡이를 짚고 누더기 두루마기를 걸치고 다닌 성철스님의 생전 모습. ⓒ연합뉴스

일생 동안 남녀의 무리를 속여서
하늘을 넘치는 죄업은 수미산을 지나친다
산 채로 무간지옥에 떨어져서 그 한이 만 갈래니
둥근 한 수레바퀴 붉음을 내뱉어 푸른 산에 걸렸도다

천년고찰 해인사에서 먼동이 터오는 시각이었다. 노(老) 스님은 20년을 곁에 둔 상좌인 원택스님을 의지해 열반송을 건넸다. 그리고는 “참선 잘하라”는 당부와 함께 가부좌를 틀고 상좌스님의 어깨에 기대어 조용히 눈을 감았다. 1993년 11월 4일 이른 아침, ‘가야산 호랑이’라 불리며 한국 불교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해인사 방장 성철스님이 속세와의 연을 끊고 입적하는 순간이었다.

1912년 경남 산청에서 태어난 성철스님은 스무 살이 되던 해에 결혼을 해서 두 딸을 낳을 때까지 불가의 인연이 쉽게 찾아오지 않았다. 그러다 어느 무명의 탁발승으로부터 건네받은 영가스님의 ‘증도가(證道歌)’를 읽고 불가에 귀의하기로 결심한다. 훗날 ‘증도가’를 접한 것이 “밤중에 횃불을 만난 것 같았다”고 회고할 정도였다.

그 길로 대원사를 찾아가 조계종 초대 종정을 지낸 동산스님을 은사로 1936년 해인사에서 출가했다. 출가의 뜻이 남달랐던 만큼 수행에도 두드러졌다. 등을 바닥에 대지 않는 장좌불와 수행을 8년 동안 한 것을 비롯해 토굴 속에서 10년을 수행하는 등 스님과 관련된 일화는 유명하다.

1947년 청담스님, 자운스님, 월산스님 등과 함께 봉암사 결사를 주도하며 한국 불교를 바로 세우는 일에도 앞장섰다. 특히 ‘출가자의 본분은 자급자족하며 수행에 전념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봉암사 결사는 조선과 일제시대를 거치면서 왜곡된 한국 불교를 개혁하겠다는 스님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것이었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법어로 유명

성철스님은 누구보다 스스로에게 엄격했다. 평생 계율에 엄격했으며 청빈함을 잃지 않았다. 개인적 명예를 위한 어떤 직함도 갖지 않으려 했다. 1955년 자신의 뜻과 달리 해인사 주지로 추대되자 스님은 바로 팔공산 파계사 성전암으로 거처를 옮긴 뒤 스스로 철조망을 치고 외부와 단절했다.

1981년 조계종 제6대 종정에 추대됐지만 단 한 차례도 산문을 나서지 않았다. ‘중은 중답게 살아야 한다’는 신념 때문이었다. 3000배 절을 한 불자에게만 접견을 허용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종정 추대식에 참여하는 대신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라는 법어를 발표해 세간의 화제가 되기도 했다. 종정에 취임한 직후 불자들에게 한 말은 “내 말을 믿지 마라”였다. 종정이라는 권위를 의식해서 주관 없이 따르지 말고 각자가 분별심을 갖고 살라는 뜻이었다. 성철스님은 이외에도 “불전에 공양하지 말고 남을 도와주어라” “천 마디 말보다 한 가지 실행, 실행 없는 헛소리는 천 번 만 번 해도 소용이 없다”라는 말도 했다.

성철스님은 단박에 깨쳐서 더 이상 수행할 것이 없는 경지에 이른다는 돈오돈수(頓悟頓修)와 중도(中道)를 중시했다. 수행하면서 스스로 지킨 12가지 약속을 담은 ‘12명(銘)’은 유명하다. 문구 하나하나는 모두 새겨들을 만하다.

성철스님의 12명(銘)1 아녀자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으리라
2 속세의 헛된 이야기에는 눈길도 주지 않으리라
3 돈이나 재물에는 손도 대지 않으리라
4 좋은 옷에는 닿지도 않으리라
5 신도의 시주에는 몸도 가까이 않으리라
6 비구니 절에는 그림자도 지나가지 않으리라
7 냄새 독한 채소는 맡지도 않으리라
8 고기는 먹지 않으리라
9 시시비비에는 마음을 사로잡히지 않으리라
10 좋고 나쁜 기회에 따라 마음을 바꾸지 않으리라
11 절을 하는 때는 여자 아이라도 가리지 않으리라
12 다른 이의 허물은 농담도 않으리라

1993년 11월 4일 산문에 든 지 59년 만에 성철스님은 열반송과 함께 눈을 감았다. 7일장으로 치러진 스님의 다비식에는 수백 명의 취재진과 20여만 명의 인파가 모여들어 장관을 이뤘다. 다비식이 끝난 후에는 수많은 사리가 쏟아져 나와 200과를 훨씬 넘어서게 되자 숫자를 헤아리기를 포기했다고 한다.

한편, 6대와 7대 종정을 지낸 성철스님에 이어 서암스님, 월하스님, 혜암스님, 법전스님 등이 조계종 종정을 지냈고, 2011년 12월 진제스님이 제13대 종정에 추대됐다. 진제스님의 임기는 2012년 3월부터 2017년 3월까지 5년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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