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이야기] ⑬ 도시의 이정표, 다리미빌딩 – 전성기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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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이야기] ⑬ 도시의 이정표, 다리미빌딩

뉴욕의 옛길 브로드웨이는 1811년 도시정비계획에서 있는 모습 그대로 남겨지게 된다. 본래 사선이었던 이 도로는 새로운 직선 도로와 만나는 과정에서 세모꼴의 버려진 땅들을 만들어냈다. 맨해튼 중심부를 통과하면서 몇 개의 모서리가 생겨났고 그중 가장 유명한 장소가 바로 타임스퀘어다. 그러나 여러 세모꼴 중 유명한 건축물을 고르라면 단연 ‘플랫아이언빌딩’이다. 이 건물은 이전에 4층짜리 조그만 호텔(5번가 호텔)이었다. 이를 허물고 그 자리에 빌딩을 세웠다. 1902년 ‘플랫아이언’이란 이름의 건물이 탄생했다.

 

예술적 의미를 가지는 다리미 빌딩

일명 ‘다리미빌딩’, 모양새가 다리미처럼 생겼다고 그렇게 불린다. 원래 빌딩 이름은 Fuller 회사의 이름을 따서 ‘Fuller빌딩’이었다. 한데 나중에 시민들이 ‘플랫아이언빌딩’이라 부르면서 결국 이 이름이 공식 명칭이 되어 버렸다.

1890년대 후반, 브로드웨이와 5번가가 겹치는 날카로운 세모꼴 빈 땅에 건물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건물 자재로 철제골조가 최초로 도입된 시기였고 엘리베이터라는 획기적인 발명품이 등장하며 세계 곳곳에서는 하늘 높은 줄 모르는 마천루들이 치솟기 시작했다. 빌딩들은 하루가 다르게 세계 기록을 갱신했고 이는 1900년대 초까지 이어졌다. 이 끝없는 높이 경쟁에 방점을 찍은 것이 바로 ‘플랫아이언빌딩’의 등장이다. ‘건물도 충분히 예술적일 수 있다’는 명제를 확인시키며, 건축물을 보다 품격 높은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당시 이 다리미빌딩은 세계 최고는 아니었지만 뉴욕 14번가 이후 북쪽으로는 최고로 높은 빌딩이었고, 전 세계에서 2~3번째로 높은 빌딩이라는 마천루 선두 대열에 끼었다. 빌딩은 총 22층이며 철골로 조립해나가는 방식을 도입해 그 당시에는 획기적인 공법이었다. 공사도 1년 만에 완공해 주변을 놀라게 했다.

건물의 각 모서리를 둥글게 처리한 점은 또 하나의 백미다. 위험하리라 예측하던 설계자들의 불안을 해소시켜주었다. 당시에도 세모꼴 건물은 처음이 아니었다. 이미 그 이전에 샌프란시스코나 애틀랜타에 있었지만 건물 바닥 면적으로는 플랫아이언빌딩이 가장 넓은 빌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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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번가 도로에서 허드슨강으로 넘어가는 늦은 오후에 찍은 다리미빌딩 전경. ©곽용석

‘플랫아이언’의 건축학개론

이 빌딩은 몇 가지 특징적인 건축적 요소를 가지고 있다. 우선 건축 전문가들이 좋아하지 않는 세모꼴 바닥 대지 면적이라는 점이다. 우리 동양에서도 땅은 네모반듯해야 한다. 세모꼴을 좋아하지 않는다. 미국에서도 이 땅은 그냥 공원이나 이벤트 전시물 홍보물을 배치하는 자리다. 그런 자리에 이렇게 건물을 만들어 놓은 점 자체가 우선 돋보인다. 두 번째는 세모꼴의 각 모서리를 둥그렇게 처리한 점이다. 동양에서도 건축상 예각을 싫어한다. 특히 일부 풍수적인 관점에서 보면 직각 건물도 싫어한다. 뾰족한 예각의 모서리 부분을 둥그렇게 함으로써 위협감과 공격성을 없애고 부드럽고 온화한 느낌으로 바꾸어 놓았다.

세 번째는 가장 뾰족한 예각 부분(25도)을 창문으로 냄으로써 오히려 보는 이의 집중도를 높이는 효과를 냈다. 건물 내부에서 이 창문을 통해 외부 도시의 모습을 보면 브로드웨이와 5번 도로를 조망할 수 있다. 이는 외부에서 바라볼 때도 내·외부 간 상호교감의 창을 만들었다는 의미에서 그 독특함을 또 한 번 보여주고 있다. 보통 건물 모서리 부분을 창문으로 할 경우 상당한 어색함과 저급함을 느낄 수 있는데, 전혀 그런 느낌을 주지 않고 좀 더 부드러운 느낌을 주면서 견고함까지 나타내주고 있다. 이 모서리 가장 끝부분의 폭은 채 2m가 되지 않는다.

20131201_모서리 창문
가장 좁은 2m가 채 안 되는 모서리 부분과 창문. ©곽용석

마지막으로 상층부 20층에 도드라진 처마를 튀어 나오는 처마선 장식으로 마감해 마치 건물이 모자를 쓴 형태로 만들었다. 이 모자가 건물 자체의 품격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100년이 더 지난 지금, 주변의 고층빌딩이 훨씬 더 높게 들어섰다. 그러나 언뜻 위축될 것 같은 이 다리미빌딩은 전혀 밀리지 않고 위압감을 주면서 굳건히 자신의 자태를 뽐내고 있다.

이 빌딩은 보자르 스타일이다. 그랜드센트럴, 뉴욕공공도서관, 메트로폴리탄미술관 등과 같이 웅장하고 거대한, 마치 유럽의 궁전 같은 건물 형태다. 왕이나 귀족만이 드나들던 보자르 건물 스타일을 일반 시민들도 이용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그 첫 번째 시도가 바로 이 다리미빌딩이다.

 

랜드마크로 우뚝 선 독창성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건물은 전문가들로부터 상당히 많은 비난을 받았다. 이 건물의 건축가는 시카고 건축학파의 거두 다니엘 번햄(Daniel Burnham). 시카고 마천루의 원조다. 그는 이 빌딩을 완공한 뒤 악평 속에 한동안 슬럼프에 빠졌다. “실용적이지 못한, 가용면적이 좁은 어리석은 작품을 만들었다”라는 심한 혹평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반인들로부터는 상당히 긍정적인 반응과 호평이 이어졌다. 특이한 장소에 기이한 형태의 건물을 만듦으로서 단박에 도시 명물이 됐다. 여전히 뉴욕 시민과 관광객들에게는 명물로 자리하고 있다. 바람이 불면 쓰러진다는 일반 시민들의 해프닝도 인기를 한몫 거들었다. 플랫아이언빌딩은 1966년 뉴욕시 랜드마크로 지정되었고, 1989년에는 미국 국가적인 랜드마크가 되었다. 작은 코너에 지은 하나의 건물을 랜드마크로 만든 그들의 저력이 무섭고 한편으론 부럽다.